그런데 왜 더 좋은 회사를 가라고
1화.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있잖아, 우리 회사…. 복지포인트가 있어."
먼저 취직한 내 친구 고미가 건네 온 한 마디.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아니면 내가 독해하는 능력이 저하됐거나. 고작 짧은 한 문장일 뿐인데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자랑하고 싶었던 건지, 놀라웠던 건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었는지. 별다른 대답을 찾지 못하고 카카오톡의 숫자만 깎이고 있을 즈음, 고미가 먼저 말을 이어갔다.
"야근도 안 하고 정각에 퇴근할 수 있어."
"넌… 왕복 4시간이 넘는데 야근시키면 도망쳐야 돼."
"너네 집하고도 가깝고."
남의 회사인데 내 집과 가까워서 좋을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평소 고미와는 서로 북인, 남인이라 부르고 지낼 정도로 사는 곳이 멀어서 마음먹지 않는 이상 얼굴 보기가 힘든데 뭐, 밥을 얻어먹을 수는 있겠다. 그렇게 말 몇 마디 나누다 회사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내오는 그녀.
"우리 회사에 오면 좋겠다."
"내가?"
"아, 아니야. 우리 회사 오지 마. 넌 더 좋은 회사 가야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권유와 거절을 동시에 당했다.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차인 느낌. 당시에 서로가 생각하던 '더 좋은 회사'는 무엇이었을까. 25살의 나는 그저 월급이 밀리지 않는 회사면 좋은 거 아닌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더 좋은 회사를 찾기로 했다. 더 좋은 회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취업한 이후에서야 들은 이야기지만 고미는 정말 강력하게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하트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한다. 시그널보다는 회사에 와야 할 이유 1가지와 오지 않아야 할 99가지를 들은 것 같았지만. 그래서 고미에게 너는 맥도널드의 치즈버거 메뉴판 사진처럼 소심한 치즈 같다고 불평했다. 다음부터는 더블 쿼터파운더 치즈버거처럼 눈에 훤히 보이는 치즈 어필을 해주길 바란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취업 준비 자료가 마무리되었다. 약 3주 반 정도 걸렸다. 사실 마무리는 좀 더 이전에 끝났지만 부족한 것 같아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괜히 어영부영 불필요한 수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취업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다. 불확실한 상황에 더 고민만 하지 말자. 만약 떨어지더라도 보강해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 여러 번 되뇌어도 서류 제출 버튼 한 번 클릭하는 게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학기 중 이름을 대면 다 아는 기업에도 인턴, 서류 제출을 지원한 적이 있었다. 보기 좋게 서류부터 떨어졌지만. 포트폴리오를 더 보강해도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바닥난 상태였다. 아,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있다. 일단 행동을 저지르면 미래의 내가 뭐라도 하고 있을 거라 믿고 기획을 모집하는 모든 회사에 내 서류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웹사이트에 올라간 포트폴리오 조회수가 점점 오르고, 서류를 제출한 회사가 열 손가락을 넘어갔다. 그래도 잠잠했던 폰. 면접 팁 유튜브 동영상과 여전히 놓지 못한 게임을 번갈아가며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폰의 진동이 울렸다. [서류 전형 통과하셨습니다.] 성남의 스타트업 업체였다. 첫 면접이기도 하고, 면접 경험은 많이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일단 덥석 면접을 잡기로 했는데 네이버 지도를 켜서 보니 왕복 4시간이란다. 4시간.
…첫 면접부터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