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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먹 Mar 28. 2021

같이 회사를 다니고 싶은 건가요

그런데 왜 더 좋은 회사를 가라고

1화.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있잖아, 
우리 회사…. 복지포인트가 있어."


먼저 취직한 내 친구 고미가 건네 온 한 마디.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아니면 내가 독해하는 능력이 저하됐거나. 고작 짧은 한 문장일 뿐인데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자랑하고 싶었던 건지, 놀라웠던 건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었는지. 별다른 대답을 찾지 못하고 카카오톡의 숫자만 깎이고 있을 즈음, 고미가 먼저 말을 이어갔다.


"야근도 안 하고 정각에 퇴근할 수 있어."

"넌… 왕복 4시간이 넘는데 야근시키면 도망쳐야 돼."

"너네 집하고도 가깝고."


남의 회사인데 내 집과 가까워서 좋을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평소 고미와는 서로 북인, 남인이라 부르고 지낼 정도로 사는 곳이 멀어서 마음먹지 않는 이상 얼굴 보기가 힘든데 뭐, 밥을 얻어먹을 수는 있겠다. 그렇게 말 몇 마디 나누다 회사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내오는 그녀.


"우리 회사에 오면 좋겠다."

"내가?"

"아, 아니야. 우리 회사 오지 마. 넌 더 좋은 회사 가야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권유와 거절을 동시에 당했다.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차인 느낌. 당시에 서로가 생각하던 '더 좋은 회사'는 무엇이었을까. 25살의 나는 그저 월급이 밀리지 않는 회사면 좋은 거 아닌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더 좋은 회사를 찾기로 했다. 더 좋은 회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취업한 이후에서야 들은 이야기지만 고미는 정말 강력하게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하트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한다. 시그널보다는 회사에 와야 할 이유 1가지와 오지 않아야 할 99가지를 들은 것 같았지만. 그래서 고미에게 너는 맥도널드의 치즈버거 메뉴판 사진처럼 소심한 치즈 같다고 불평했다. 다음부터는 더블 쿼터파운더 치즈버거처럼 눈에 훤히 보이는 치즈 어필을 해주길 바란다.



내 치즈 버거 친구 고미, 출처 @pixabay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취업 준비 자료가 마무리되었다. 약 3주 반 정도 걸렸다. 사실 마무리는 좀 더 이전에 끝났지만 부족한 것 같아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괜히 어영부영 불필요한 수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취업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다. 불확실한 상황에 더 고민만 하지 말자. 만약 떨어지더라도 보강해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 여러 번 되뇌어도 서류 제출 버튼 한 번 클릭하는 게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학기 중 이름을 대면 다 아는 기업에도 인턴, 서류 제출을 지원한 적이 있었다. 보기 좋게 서류부터 떨어졌지만. 포트폴리오를 더 보강해도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바닥난 상태였다. 아,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있다. 일단 행동을 저지르면 미래의 내가 뭐라도 하고 있을 거라 믿고 기획을 모집하는 모든 회사에 내 서류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웹사이트에 올라간 포트폴리오 조회수가 점점 오르고, 서류를 제출한 회사가 열 손가락을 넘어갔다. 그래도 잠잠했던 폰. 면접 팁 유튜브 동영상과 여전히 놓지 못한 게임을 번갈아가며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폰의 진동이 울렸다. [서류 전형 통과하셨습니다.] 성남의 스타트업 업체였다. 첫 면접이기도 하고, 면접 경험은 많이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일단 덥석 면접을 잡기로 했는데 네이버 지도를 켜서 보니 왕복 4시간이란다. 4시간.


…첫 면접부터 쉽지가 않다.


3화. 첫 면접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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