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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니레아 Apr 18. 2024

아이의 숙제를 봐주지 않습니다.

나는 독서하는 아들 둘 워킹맘입니다. No. 6

© siora18, 출처 Unsplash


숙제가 무척이나 싫었던 아이였습니다.


어머니의 뜨거운 교육열로 안 해본 사교육이 없는 어린 시절의 저....

학교에서의 숙제도 버거운데 학원 숙제, 학습지 숙제도 같이 있다 보니 미루기 일쑤였지요.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숙제 안 한 것에 대해 숨기기 바빴던 것 같아요.


숙제 안 한 것에 대해 혼나기는 싫고 그렇다고 하려고 하니 너무 미뤄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양이 늘어나 있더군요. 아예 손도 안 대고 싶을 정도 더라고요.

학습지 중간에 몇 장 버리기, 잊어버렸다고 해놓고선 방구석에 숨겨놓기, 부모님 볼 때엔 열심히 하는 척하기 등등 보기에도 어린 시절의 저는 부모님이 해주시는 것에 비해서 너무 안 따라주는 아이였습니다.

지금 엄마로 살아보니 진짜 말 지지리도 안 들어서 고생 많이 하셨겠다 싶어요.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고요.

(학원과 학습지, 개인 과외에 쏟아부은 돈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네요....ㅎㅎ)


고등학생 시절엔 부모님께 독서실 다녀온다고 해놓고 주말, 방학 때면 오전 일찍 나와서 책은 펼쳐놨지만 자리엔 앉았지만 놀다시피 했던 것 같아요. 일찍 갔던 건 부모님의 걱정에 대한 해방과 독서실에 비치된 간식의 유혹이 컸지요.(팝콘과 음료수가 항상 구비되어 있었거든요.)

나는 진짜 공부에 취미가 없구나 생각들 정도였습니다.



메타인지(meta 認知)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자신의 생각(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자기 인지 능력을 뜻한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공부를 매일 했는데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거 공감되실까요?

공부를 잘하려면 나만의 공부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데... 아직까지도 공부하는 방법을 얘기하라고 하면 못하겠더라고요. 연상기억법, 메타인지 등등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정도를 먼저 인지하고 학습해야 효과가 좋다더군요.

그런데 나조차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겠는데 아이에게 메타인지 공부법, 연상 공부법 등등 적용하려고 한다는 게 해도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알아서 해주길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교육에서 방치하는 것도 아니기에 어떻게 아이를 교육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공부를 잘했더라도 나만의 공부법이 아이에게는 안 맞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 중요한 건 아이가 싫증 내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맞겠더라고요.










© lastnameeaster, 출처 Unsplash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 어린 시절이 투영되어서 그런지 아이에게 많은 미션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션을 주게 되어도 아이의 동의가 있는 조건하에 하도록 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도 그랬는데 아이인들 숙제가 얼마나 귀찮겠습니까.. 그걸 아니까 강요하기 싫더라고요.

아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기에 3가지 방법을 지금도 적용하고 있어요.



1. 결정권을 아이에게 줬습니다.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없습니다' 연재글에서도 남겼듯이 영어심화수업에 대해 아이가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심화수업이다 보니 매일매일 적지만 숙제가 있었고 영어능력 시험(토셀)을 응시하는 반이었기에 아이가 원하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흔쾌히 하겠다고 했고 6세, 7세 2년간 심화수업 했었습니다.



2. 더 하고 싶어도 하루의 할당량이 채워졌다면 그만했습니다.


아이에게 다양한 미션을 부여하게 될 때 아이가 쉽게 할 수 있고 거뜬히 할 수 있는 범위를 준답니다.

그 덕에 아이는 아주 싱겁게?! 빨리 끝내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마다 아이는 "엄마! 더 하면 안 돼요?"라고 하더군요.

"아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거야 내일 할 곳 표시 해놓자~!"라고 하며 끝내버립니다.

지금은 너무나 쉬워서 5초 컷, 10초 컷 할 수 있다지만 하면 할수록 어떨까요? 30분이 지나도 다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될 겁니다. 꾸준히 하는 것... 습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지금의 미션이 쉽더라도 충분히 더 할 수 있더라도 그만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3.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을 가르쳤습니다.


아이가 좋다고 하고 싶어서 결정한 것들이 갑자기 싫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우선 많이 당황스럽지요. 아이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고 확답받고 했던 거였을 텐데 갑자기 하기 싫다고 난리를 피울 테니까요.

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방과 후 학교 신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로봇 말고 축구로 바꾸고 싶어!!" 원래 축구로 하려 했었습니다. 신청 전날 방과 후 학교 교실 한번 돌고 오니 마음이 바뀌었더라고요.

현란한 로봇들에게 사로잡혔던 거였죠. 하필이면 축구 수업이랑 겹치는 터라 로봇을 하게 되면 축구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이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보니 아이가 축구는 아빠랑 하면 되니까 로봇 하겠다고 하더군요. 몇 번을 확인하고 신청한 거였는데 이제 와서 바꾸고 싶다는 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로봇 교구... 방과 후수업 중에 제일 비쌉니다... 그런데도 하겠다고 하기에 신청했더니 그러더군요.


이미 축구는 수강인원이 다 찬 상황이긴 했지만 애초에 바꿔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과 결정에 대해 확인을 받았기 때문이었죠. 결국 축구는 다음 분기에 하는 걸로 하고 로봇 수업 갔습니다. 알고 보니 반 아이들 중 제 아이만 로봇 수업 신청했더라고요.

몇 주를 얘기했던 것 같아요. 로봇이 하기 싫다고요.


지금은 어떻냐고요? 로봇 시간만 기다립니다. 생각보다 어려워서 덜컥! 겁먹은 거였더라고요.

수업 끝나고 저에게 레벨 1 로봇 만들어주더라고요 뚝딱뚝딱 만들더니 스위치만 누르면 움직이는 게 제가 봐도 신기하더라고요!!


"와~! 신기하다!! 쭈니가 로봇 신청해서 엄마는 우리 아들 대단한데? 생각했었어. 형들이 드라이버로 진짜 철로 움직이는 로봇 만든 거 보고 신청한 거였잖아 쉽지 않은 작업인데도 하고 싶다 한 거라 쭈니가 멋지더라!!! 이번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만드는 모습 보니 진짜 멋져!!!"


진짜 멋지더라고요! 이제는 집에 오면 로봇 교구만 만집니다....ㅎㅎ




바로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순간의 경험과 감정으로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경험을 할 때마다 회피하려 하겠지요. 엄빠의 치트키를 이용해서 말이지요.

어렵고 버벅거리는 숙제가 공부가 있더라도 아이가 처음 하고자 한 거라면 믿고 끝까지 응원해 주세요!




아이의 마음과 행동은 엄마, 아빠의 다짐에서 비롯되더라고요.

믿어주고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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