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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Jul 31. 2022

세계 여행 중 어쩌다 호스텔에서 일하게 됐나

호스텔 스텝 장점 정리

서른셋. 예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제 새로운 직업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 반대편에서 ‘호스텔리어’로 일하고 있는 사비나라고 합니다.

돈 쓰지 않고 세계 여행에다 어학연수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분께도 열려 있습니다.


‘호스텔리어’가 뭐냐고요?

그저 ‘호스텔에서 일하는 사람’, ‘게하(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부를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한번 새로운 단어를 조합해봤습니다. 당연히 구글에도 없는 단어입니다. 제 새로운 직업에 자긍심을 돋우고 싶었을 뿐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단어는 기존의 ‘호텔리어(호텔에 종사하는 사람)’에서 착안했습니다. 호스텔리어의 업무로는 세부적으로 고객 응대, 객실 청소, 식당/바 조리 및 운영(큰 규모의 호스텔일 경우), 숙소 전체 관리 등의 역할이 있습니다. 객지에서 여행자 신분으로 일하게 되면 주로 고객 응대나 객실 청소를 맡게 됩니다.


왜 호스텔을 선택했냐고요?

돈 없이도 마음껏 세계 여행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복잡한 워킹 비자 문제는 생각하기 싫었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며 언어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호스텔에서 일하는 것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호스텔리어(Hostel+ier)는 호텔리어(Hotelier)에서 착안해 필자가 만든 용어 

워킹 비자 없이 숙식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

해외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정착을 위해 이민을 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러고 싶은 나라도 없었습니다. 저는 어느 나라의 거주민이 아니라 ‘세계의 시민’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노동을 하지 않고 오랜 시간 떠돌아다니기에는 제 통장이 너무나도 가벼웠습니다.


관광객이 아닌 ‘배고픈 배낭 여행자로의 삶’을 선택하면 소비가 확연히 줄어듭니다. 그래도 숙박비는 여전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아무리 6명, 8명과 함께 방을 나누어 쓴다 해도, 아무리 물가가 저렴한 나라를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예 없앨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어딘 가에 정식으로 고용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여행자’로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한 고용주에게 계약상 귀속된다면 더는 여행자가 아니란 말이 되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외국인 신분으로 적법한 비자 없이 수당을 받고 일을 한다면 그것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양심과 준법정신이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터라 불법 노동은 하기 싫었습니다. 혹여나 적발되어 제 여권에 불미스러운 기록이 남는다면 세계 여행자의 삶도 끝이라는 생각에 더욱더 꺼렸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뉴질랜드의 한 호스텔에서 처음으로 ‘Volunteer(자원활동가)’의 존재를 듣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알려진 자원활동가와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급여 없이 노동을 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꼭 자선단체나 NGO에서 일하는 것을 뜻하진 않습니다. 일할 사람이 필요한 곳 어디서든 자원활동가를 모집합니다. 노동의 대가로 주로 숙박, 음식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로 호스텔, 호텔 등의 숙박 업체, 가정, 지역 사회단체 등이 자원활동가를 구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상세히 포스팅이 준비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단번에 호스텔 리셉셔니스트(고객 체크인/체크아웃, 객실 안내, 여행 정보 제공 등 고객 응대 업무)에 끌렸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삶과 언어까지 배울 수 있다

숨 막힐 듯 고요한 사무실에 앉아 옆 자리 동료와도 메신저로 수다를 떨던 시절, 제가 원했던 건 참 단순했습니다. 바로 마음껏 웃으며 큰 소리로 얘기할 수 있었으면. 호스텔에선 오히려 소곤대면 이상했습니다. 수상했습니다. “하이! 굳모닝!” 누군가와 마주치면 제 몸의 모든 활기를 끌어올려 인사했습니다.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을 깨워 웃음 지었습니다. 근무 시간에도 매뉴얼을 외워 단순히 고객에게 객실을 안내해주고 여행 정보를 전달하는 게 다가 아닙니다. 고객 응대의 기본으로서 그들과 수다를 떠는 게 하나의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말입니다. 공짜 1:1 회화 과외가 따로 없지 않겠습니까.


‘직원’의 신분으로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걸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더라도 가볍게 대화를 시도할 수가 있지요. ‘가족 여행 오셨나 봐요? 여기 날씨가 참 많이 덥죠?” 호스텔 직원으로서 물을 법한 질문을 통해 더 깊은 대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입니다. 영어가 어눌하다고 해서 대꾸를 안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소극적이라고 알려진 아시아인이 먼저 다가와 주는 데 감명을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처음엔 여행 계획, 여행 경험 등 사소한 소재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그들의 삶의 가치관이나 문화 등 심도 깊은 이야기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지요. 이렇게 호스텔에서 만난 몇몇 여행객이 실제로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에서 얘기해 드릴게요)


여기서 큰 오해를 하셨을지도 모릅니다.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해서 가능한 거 아니냐고요. 그랬다면 공짜 회화 과외에 열광하여 호스텔에서 일하고 있진 않을 겁니다. 저는 그전까지 해외에서 거주해본 적 없는 순수 국내파 토종 한국인입니다. 다른 평범한 한국인들처럼 영어는 대학에 가려고, 취업하려고 ‘공부’하는 하나의 과목에 불과했습니다. 의사소통 수단으로써 영어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는 그간 여행을 하며 직접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어로 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호스텔에서 손님들과 대화하며 영어 실력을 더 늘리고, 스페인어까지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숙식비 지출 없이, 언어 실력 늘리면서 세계 여행하는 길, 호스텔 근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되시죠?

MBTI ‘I(내향)’ 소유자에다 사회불안 증상까지 있는 저도 지금까지 잘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호스텔 일을 시작할 엄두도 못 냈습니다. 분명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틀림없는데도 막연히 두려웠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이었기에, 특히나 줄곧 책상 앞에서만 앉아 있던 제가 과연 매일 사람을 상대하며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세상엔, 뻔하게 들려도 실상 최고의 진리인 말이 많습니다.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니다’라는 말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해보지 않은 일을 그만 상상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합니다. 생각보다 별로인 일도 물론 많았습니다. 그래도 해 본 일은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고 후회하지 않아도 됩니다. 운이 좋으면 남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이것만큼 행동하는 것의 장점이 더 있을까요?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요? 여러분이 저처럼 머뭇거리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이제부터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호스텔에서 일할 수 있는지, 호스텔리어로서 잘 적응하는 방법 등 각종 팁을 제 경험 바탕으로 상세히 전달드리겠습니다. 호스텔의 세계로 떠나시죠.


‘호스텔리어’, 함께 도전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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