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 리셉션 직원이 하는 일
근무 여건은 호스텔마다 다릅니다. 대체적으로 Workaway(여행자가 숙식을 제공받는 일자리를 구하는 플랫폼, 자세한 설명은 아래 포스팅 링크 참조)에 올라온 호스텔은 주당 25시간을 최대 근무시간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며칠 일하게 될지는 리셉션 교대 근무 스케줄에 따라 결정됩니다. 만약 숙소 체크인 시각부터 리셉션 마감까지 하루에 약 8시간을 일한다면 여러분은 주 3일 근무를 서고 나머지 4일 동안은 여행할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일일 리셉션 오픈 시간을 3 등분하여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약 5시간, 주 5일 근무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워크어웨이(volunteer)의 개념 자체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호스텔 매니저들은 근무 스케줄 편성 시 직원들의 편의를 많이 봐줍니다. 휴무일에 근처 도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며칠 연달아 쉴 수 있도록 근무일 조정을 해주기도 합니다.
리셉션 직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일까요. 친절하게 손님 응대하기? 방 예약 관리하기? 아닙니다. 바로 ‘돈통 관리’입니다. 숙소를 여는 아침 시간대는 물론, 다른 직원과 교대하여 일을 시작하는 오후 근무에도 리셉션에 앉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카운터에 있는 돈을 세는 것입니다. 호스텔 수입과 지출을 시간대별로 쪼개 관리하여 장부상 잔 실수를 막기 위함입니다. 교대 근무자별로 돈의 합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리셉션 각 직원에게 돈 관리의 책임감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자동 카드 결제가 되지 않고 숙소에서 직접 숙박비를 지불하도록 하는 호스텔의 경우 이 일의 중요도는 훨씬 더 높아집니다.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하기 전, 카운터에 있는 현금을 세어 직전 근무자의 최종 합계 숫자와 비교합니다. 내가 그날 처음으로 근무를 서는 사람이라면 전날 마감 금액을 확인해 봐야겠지요. 두 숫자에 차이가 있을 확률은 아주 희박합니다. 그래도 이는 빼먹어서는 안 되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입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해 주어 자신을 보호해줄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방 예약은 대부분 부킹닷컴, 호스텔닷컴 등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이루어집니다. 호스텔은 이 플랫폼에 요금을 지불하고 예약 대행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 플랫폼 자체에서 실시간 예약 현황, 해당 일자 체크인/체크아웃 고객 명단, 메시지 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해줍니다. 규모가 작은 호스텔의 경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페이지만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화, SNS 메신저를 통해서 예약을 하거나 이미 숙소에 머물고 있는 고객이 숙박 연장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보통은 따로 예약 관리 서비스를 구독하여 사용합니다. (이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해 따로 포스팅할 예정)
그날 하루 체크인 손님의 목록을 훑어봅니다. 자신의 근무 시간대에 체크인할 고객의 이름은 더욱 꼼꼼히 확인합니다. 흔한 영어 이름이 아니면 손님이 이름을 말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철자를 눈에 익혀 놓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별로 예약하는 도미토리(한 방에 일행이 아닌 여러 손님들이 함께 투숙)와 달리 더블룸, 패밀리룸 등의 개인실을 예약한 손님을 확인할 때는 숙박 인원도 잘 봐 둬야 합니다. 실제로 숙소에 찾아온 고객의 숫자가 그것보다 많을 수도 있고, 방 최대 인원을 넘을 경우 추가 비용 지불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근무 시간대에 체크인할 고객의 숫자를 세어보며 그날 근무 강도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하루 업무 중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는 체크인이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말을 달리하면 체크인 빼고는 리셉션에서 크게 할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고객의 방 배정도 손을 봐 둡니다. 도미토리 방으로 여러 명이 함께 예약한 경우에는 그 일행을 같은 방으로 넣어둡니다. 또한 보통 손님들은 이층 침대 자리 중 아래 칸을 선호하기 때문에 먼저 예약한 사람을 일층으로 배정합니다.
해외 호스텔에선 주로 Whatsapp(메신저 앱, 세계의 카카오톡)을 통해 고객들이 문의를 합니다. 부킹닷컴의 자체 메신저 기능을 사용하여 예약 관련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은 메일을 보내옵니다. 이렇게 질문 창구가 여러 개이기 때문에 리셉션 직원은 일일이 메시지함을 확인해줘야 합니다. 근무를 시작할 때는 혹시 그 전 근무자가 놓친 메시지가 있진 않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호텔이 아닌 호스텔이라곤 하지만, 메시지에 답장을 할 때 기본적인 인사 예절은 필수입니다. 응답 시간대에 알맞은 인사말과 함께 공손한 표현으로 대답을 해야 하지요. 문의 내용은 숙박 현황, 예약 가능 여부, 분실물 확인, 숙소 교통편, 도착 예정 시간 전달 등이 주를 이룹니다.
리셉션의 꽃, 체크인.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분 좋은 순간입니다. 손님이 도착하면 리셉션 직원은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이름을 물어봅니다. 예약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은 후, 손님에게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체크인 절차를 진행하면 됩니다. 호스텔마다 다르지만 여권 번호를 기본으로 여권상 국적, 여권 만료일자 등을 기록해 둡니다. 어떤 호스텔은 사진만 찍어 두기도 합니다.
고객 정보 기입을 끝낸 후에는 숙박비를 받아야 합니다. 체크인 시 결제를 해 두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고 숙소를 떠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까 했지만 실제로 먹튀 사례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아직 환전을 하지 못해 현금이 없다, 나중에 친구가 오면 그때 결제하겠다 등의 이유로 숙박비를 체크인 시 지불하지 않으면 보증물로 여권을 받아둡니다. 식당과 바를 함께 운영하는 호스텔의 경우 체크아웃할 때 식음료 비용과 함께 정산하여 숙박비를 결제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부킹닷컴 등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미리 카드 결제하는 경우는 이 절차가 생략됩니다.
방을 안내해 줄 때에는 고객을 배정된 방에만 데려다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숙소 전반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야 합니다. 숙소 투어 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와이파이 비밀번호입니다.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방에 배정된 고객에게는 총 몇 개의 화장실과 샤워실이 어디에 있는 지를 알려주는 것도 빼먹어선 안됩니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생수의 위치도 꼭 알려줘야 합니다. 그 외에 숙소의 공용 공간을 함께 둘러보며 이용 시간 및 방법 등을 안내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숙소 투어 시간을 제일 좋아합니다. 근무 시간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호스텔을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이 숙소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는 지가 이때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같이 숙소 내부를 구경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실제로 숙소 투어 중에 말이 잘 오고 갔던 사람들과는 친구로 이어진 일이 많았습니다.
수시로 손님들과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인터넷에서 웬만한 관광 정보를 다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리셉션에서 찾아와 투어, 셔틀 예약에 대해 물어봅니다. 대부분 호스텔은 협력하고 있는 특정 여행사가 있습니다. 규모가 큰 호스텔이 아니고선 자체적으로 여행 상품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호스텔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여행사와 손님 사이에서 중개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손님이 질문을 하면 리셉션 직원은 기본적으로 여행사에서 전달해준 책자나 포스터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상품 설명을 합니다. 그 후 손님이 원하는 일정으로 예약 진행이 가능한 지 메신저를 통해 여행사에 연락을 합니다. 여행 상품의 결제는 호스텔에서 직접 진행하거나 일정 당일 손님이 바로 여행사에 돈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이때 예약 정보를 직접 손으로 적어 티켓을 만들 것을 요구하는 여행사도 있고, 메신저 문자만으로 상품 확약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주변 맛집 정보도 손님들의 단골 질문입니다. 구글 맵의 식당 평점도 현지 직원 추천의 힘을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일했던 어떤 호스텔에선 아예 손님들을 위한 자체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본인이 직접 방문했던, 그리고 마음에 들기까지 했던 식당을 손님에게 추천해주면 손님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 쉽습니다. 매뉴얼대로 식당의 위치와 이름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곁들여 같은 여행자로서 정보를 건네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그 이후엔 자연스럽게 그 식당에 다녀온 손님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더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세탁 서비스에 대한 문의도 많습니다. 호스텔엔 장기간 여행을 다니는 배낭여행객이 주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숙소에서 직접 빨래를 해주고, 리셉션 직원이 이를 도맡을 시 업무가 하나 더 늘게 됩니다. 이때 직원은 세탁물이 섞이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까지 세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빨래 거리를 받자마자 잊지 말고 이름표를 붙여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름과 함께 세탁물 수령 희망 일자도 적어 두어야 합니다. 당장 다음날 아침 떠나야 하는데 세탁이 완료되지 않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이지요. 작은 규모의 호스텔은 자체 침구류 세탁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에 손님의 빨래는 받지 않습니다. 이땐 주변 세탁소 정보만 고객에게 전달해주면 됩니다.
돈. 마감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돈입니다. 현금으로 지불된 거래 내역과 카운터에 있는 돈의 액수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카드 사용 건은 당일 마지막 근무자가 그날의 모든 거래 내역을 프린트해 마감합니다. 숙박비를 아직 지불하지 않았거나 특별한 이유로 신분증을 리셉션에 맡겨 둔 손님이 있을 때는 보관하고 있는 신분증의 정보도 따로 기록해 둡니다. 체크인 상황, 특수 예약 건 등 근무 시간 내 일어난 특이 사항은 다음 근무자도 알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둡니다.
업무의 강도는 그날그날의 예약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체크인 손님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그 손님들이 전부 자신의 근무 시간에 몰려도 바빠지는 것이지요. 사실 리셉션 업무는 대체적으로 한가합니다. 손님이 리셉션에 들르는 경우가 체크인을 제외하고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은 근무 시간에 주로 공부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저도 이 시간을 활용해 평소에 하기 싫어 미뤄뒀던 언어 공부를 합니다. 리셉션 업무는 루틴으로 보면 특별히 어려운 일이 없고 자유 시간도 많습니다. 업무 강도는 낮은 데 비해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리셉션 직원은 ‘지루함’을 싫어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직업이지요. 당장 호스텔리어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호스텔리어 일자리를 구하는 자세한 방법은 아래 관련 포스팅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a5bf41353dfd47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