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지 않고 단번에 좋은 일자리 찾는 팁 5가지
해외 호스텔에서 Volunteer(여행자가 일한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일자리,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자’와는 개념이 다름)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두 달간 짧게 한 곳에서 근무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에겐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지요. 돈을 벌고자 하는 외국인이 특정 도시에 정착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단기 알바와도 결이 같지 않습니다. 호스텔에서 일을 시작하면 24시간 동료들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현지 문화 체험’을 하는 장소를 고른다는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간 저는 제게 딱 맞는 숙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고생을 적게 하면서 편안히 오랜 시간 지낼 수 있는 곳을 물색하고 다녔다고나 할까요. 그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한, ‘일하기 좋은 호스텔’ 선택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주당 근무 시간 및 휴무일
돈을 받는 일이 아니기에 더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근무 조건입니다. Volunteer로 일하면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긴 하지만 사실상 현금을 손에 쥐는 것만큼의 큰 성취감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위 ‘더럽고 치사해도 돈 때문에 참는다’라는 마인드를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하거나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이 요구되면 여행자들은 이를 견딜 동력이 전무합니다. 최대한 짧게 일하고 손쉬운 리셉션 업무 외에 다른 잡무가 없는 것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Workaway’(여행자들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에 올라온 숙박 업체 일자리는 대부분 근무 조건이 유사합니다. 하루에 5시간, 주 5일, 총 25시간을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게 모든 업체에 적용된다고 어림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Wordpacker’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연계 플랫폼이 여럿 존재하는데 이들 사이트에 공고를 올린 호스트들은 30시간 이상 근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업체 자체 SNS 메신저를 통해 연락할 때는 반드시 주당 근무 시간과 휴무일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SNS 구인 포스팅에 업무에 대한 상세 정보가 없는 곳이면 나중에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좋습니다. 어딜 가나 항상 선량한 호스트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곳은 실컷 일 시작하고 나서 휴무일 개수를 처음 구두로 말한 것보다 줄이기도 했습니다. 숙소에 합류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 매니저가 ‘너는 플랫폼을 통해서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휴무일이 적다’고 통보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매일 일해야 하는 시간과 쉬는 날 등 상세 정보를 메시지로 받아 놓아두시기 바랍니다.
2. 여행비 할인 혜택
숙식비 절감 외에도 여행자들이 호스텔 일자리에 끌리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호스트가 제공하는 여행 상품의 다양한 할인입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투어나 교통 서비스가 없는 작은 숙박시설도 괜찮습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그들과 협업하는 여행사는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업체가 Volunteer들에게 요금을 깎아주는 것은 아니니 반드시 사전에 확인을 해야 합니다.
여행사 제휴가 있는 곳에 일하면 여러분은 그 지역의 유명 투어를 일반 관광객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무료로도 가능합니다. 이미 다른 손님들이 예약해 출발이 확정된 여행 상품에 끼어 가는 것이지요. ‘공짜’로 참여했다고 여행 중에 딱히 차별받는 것도 없습니다. 돈 낸 관광객들과 동일합니다. 직원도 투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속속들이 체험합니다. 지원 자체가 나중에 손님들에게 그 상품을 더 잘 팔 수 있길 바라는 기대가 담긴 ‘교육’인 셈이지요.
또한 휴무일에 다른 도시로 이동을 할 때 직원은 더 싼 가격으로 갈 수 있습니다. 보통 유명 관광 도시에는 대중교통 외에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셔틀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니 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격은 택시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대중교통보다는 비쌉니다. 정거장을 따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묵고 있는 숙소 문 앞에서 다음 숙소 문 앞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기 때문이지요. 이 셔틀을 이용할 때도 직원으로 예약을 하면 여러분은 큰 폭의 할인을 받습니다. 대게 정상가의 절반까지 깎아줍니다. (평소 여행사에서 이윤을 얼마나 많이 붙이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만약 호스트가 투숙객에게 직접 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면 또 다른 이점이 있습니다. 리셉션 직원이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도록 업소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근무 시간에 손님이 직접 리셉션에 찾아와 투어나 교통편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직원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안내하여 판매까지 연결시킨다면 그 액수에 맞는 팁을 받는 것입니다. 팁의 비율은 업체마다 다릅니다. 실제로 큰돈은 안 됩니다. 그래도 여행 경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될 수 있지요. 이렇듯 ‘자본주의’의 룰이 적용되다 보니 어떤 면에선 일이 더 보람차고 재밌어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다른 도시에 위치한 숙박 업체끼리 연합을 맺어 서로 홍보해주고 정보를 교환합니다. 이런 협업을 맺고 있는 업소에서 일을 하면 타 여행지에서도 무료 투숙이 가능합니다. 자매 호스텔에서 말입니다. 휴무일에 떠나는 여행에서 숙박비를 아끼는 것이지요. 방법도 까다롭지 않습니다. 협력 호스텔에 우리 직원이 그곳에 묵으려고 한다고 연락만 미리 해주면 됩니다.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 공짜로 지낼 수 있습니다. 더 오랜 기간 머물 경우 10%에서 50%까지 특별 할인을 받습니다. 두 업체 관계가 얼마나 돈독하냐에 따라 할인폭이 결정됩니다.
하나하나 떼어서 보면 얼마 안 되는 액수일지 몰라도, 모든 혜택을 합해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경비가 빠듯한 배낭여행객의 입장에서는 무시 못할 금액입니다. 일자리를 결정할 때 제가 위에 설명한 사항을 꼭 확인해보세요.
3. 접근성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느 여행자처럼 동네 탐방 혹은 근처 도시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고려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바로 숙소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배낭여행객 특성상 일반적인 호스텔은 대부분 도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이라 하더라도 도보로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장소의 인기가 갈리곤 합니다. 한 숙소를 기점으로 삼아 그 여행지에서 한 달여간 정착을 해야 하는 Volunteer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이나 슈퍼 등 생활 편의 시설에 가기 위해 매번 버스를 타야 한다면 어떨까요? 제 아무리 적은 돈의 비용이라 하더라도 나중에는 부담이 될 것입니다.
집 주변을 걸어 다녀도 사람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곳은 여행자에겐 그리 좋지 않은 환경입니다. 현지인 이웃을 사귈 기회도 줄어들뿐더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그곳까지 찾아오는 외국인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길이나 상점을 오고 가면서 마을 사람들과 말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깁니다. 뜨내기 관광객만 봐왔던 동네 사람들이 시간이 가도 계속 그곳을 어슬렁거리는 이방인을 신기해합니다. 또한 숙소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적다면 생활이 지루해지기 십상이니 이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심지어 육로로 들어갈 수 없는 숙박 시설도 있습니다. 배를 타야만 하는 것이지요. 물론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최적의 장소입니다. 호수에 둘러싸여 혹은 깊은 산속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환경이지요. 하지만 이 말을 달리하면 그만큼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한 달여간 현대 문물에 배제된 상태로 살아가야 합니다. 일을 쉬는 날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어렵습니다. 안 그래도 경비가 빠듯한데 외딴곳에서 타 도시로 이동하려면 교통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이곳저곳 떠돌아다니고 싶은 분들은, 멀지 않은 곳에 여러 위성 도시나 바닷가가 있는 곳에 일자리를 구하면 좋습니다. 중심부 혹은 유명 도시일수록 주변과 연결되는 교통편이 자주 있기 때문에 이동이 편합니다. 이동 수요도 높아서 선택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도 다양하고 비용이 그리 비싸지도 않습니다.
이외에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나머지 2가지 사항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지니 기대해주세요 :)
Photo by Shobhit Sharm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