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호스텔리어 자격 조건
원하는 직장의 구직 광고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격 조건’입니다. 내가 과연 이 포지션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인가를 살펴보는 겁니다. 고용자가 원하는 사항과 본인의 모습에 괴리가 크다면 서로의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애초에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호스텔리어는 어떨까요? 제가 이 매거진에서 말하고자 하는 호스텔리어 일자리는 일한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volunteer를 의미합니다.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한 도시에 최소 3~4주간 머무르며 일을 하며 천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이지요. Volunteer는 단기 알바의 개념에 가까워 일을 시작할 때 요구 사항이 까다롭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학위나 자격증은 필요가 없습니다. 호스텔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쉽게 지원 가능합니다. 하지만 숙소와 함께 삼 시 세끼를 제공하고 여행자들 사이에 나름 인기가 높은 호스텔의 경우 호스텔 근무 경험을 묻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워낙 근무 조건이 우수해 Volunteer 지원자가 그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대기를 하고 있는 호스텔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최소 근무해야 하는 기간도 6~12주 등으로 한 달을 넘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자신을 경력을 증빙할 수 있는 문서는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구두 혹은 메시지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후 자신의 여행 스케줄에 맞춰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영어만 구사해도 상관없습니다. 매니저 혹은 정식으로 ‘고용’되는 직원으로 호스텔에 들어가려면 아무래도 현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게 필요합니다. 세금 납부, 월간 정산 등 전반적인 경영 관리를 하기 위해서 그 나라의 시스템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현지 직원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언어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외국 여행객인 Volunteer에겐 뛰어난 현지어 구사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업무가 수월한 리셉션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크인/체크아웃이 진행 가능할 만큼은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원어민처럼 영어를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손님과 친목도모에는 관심 없고, 정말 일만 하겠다.’라고 한다면 사실 리셉션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들만 숙지해도 됩니다. 호스텔 측에서도 volunteer를 구할 때 영어 성적 증명서를 내라거나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여행 다닐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충분한 것이지요.
혹시나 ‘나는 영어로 말 한마디 할 줄 모른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좌절하실 필요 없습니다. 호스텔에서 리셉션 업무 외에도 객실 청소를 맡을 사람도 구하기 때문입니다. 손님을 응대하지 않아도 되므로 적당한 ‘눈치’만 가지고도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여행자들은 청소일을 꺼리기 때문에 일자리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으셨다면 다른 나라의 호스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저는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하고, 항상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내향인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무리 없이 호스텔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호스텔에서도 제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 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심지어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저보다 훨씬 내향적이고 과묵한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일반적인 호스텔이 아니라 ‘특수’한 테마가 있는 호스텔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먼저 호스텔 내에 규모가 있는 바가 있고, 외부 바 손님이 많은 ‘파티 호스텔’의 경우입니다. 리셉션과 더불어 바텐더 업무도 해야 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성격이면 매일 근무 시간이 끔찍할 겁니다. 평소에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술 이름 외우는 거부터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외국의 음주 가무 문화에 익숙해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런 호스텔은 애초에 사람을 뽑을 때 공고에도 외향적인 사람을 원한다고 적어 놓습니다.
호스텔 자체에서 액티비티를 운영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류의 숙소는 소위 ‘소셜 호스텔’이라고 불립니다. 여기선 리셉션 직원이 근무 시간 내 손님들을 이끌고 행사를 진행하거나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투어 아이디어도 직접 구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특별한 사고 없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관리하며 분위기도 띄워야 한다는 게 내향적인 사람에겐 보통 일이 아닙니다. 사실 저도 아직 소셜 호스텔에는 도전장을 내지 못했습니다.
보통 호스텔은 리셉션 손님 응대, 청소를 맡을 volunteer를 구합니다. 하지만 호스텔 경관을 꾸며 줄 예술적 감각이 있는 사람, 마케팅을 담당할 SNS 운영자 등 특정한 포지션도 함께 모집합니다. 근무 시간, 근무 혜택 등은 다른 업무와 동일하지만 아무래도 본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호스텔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수월하고 재밌을 겁니다. 평소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거나 주변에서 그림깨나 그린다고 칭찬을 받았지만 관련 경험은 없다고요? 그래도 호스텔에 먼저 해당 포지션에 지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 알바로서의 지위를 활용하는 것이지요.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해당 업무의 정식 직원보다는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습니다. 대화나 간단한 사진 몇 장만으로 호스텔과 이야기가 잘 풀릴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용기가 예술가로서 포트폴리오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실 전 한국에 있을 땐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는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해본 적도 없었고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에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호스텔은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더군다나 여행은 하고 싶고 통장은 가벼운 사람에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기회이지요. 호스텔, 특히 해외의 호스텔이라 하면 막연히 두려움부터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 호스텔리어의 A-Z까지 생생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여 여러분도 세계 여행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