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어 예약 시 글로벌 호구 벗어나는 법
관광의 꽃, ‘투어’. 패키지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직접 그 지역 관광 정보를 수집해서 상품을 예약해야 합니다. 요즘은 다들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를 많이 합니다. 웬만한 일정은 방 안에서 결제를 끝내 버리기도 하지요. 이 과정 자체를 여정의 한 부분으로 보고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도시에 가지 않는 경우에 이 방법은 먹히지 않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선 여전히 웹사이트로 확약할 수 있는 상품이 별로 없습니다.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우리는 후기 확인이나 가격 비교 없이 그 자리서 무엇을 구매하는 걸 주저합니다. 특히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이국 땅에서 말입니다. 실제로 얼떨결에 어느 여행사에 강매를 당하거나, 나중에서야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투어를 다녀온 걸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지요.
이번 포스팅은 더 이상 코리안 호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저는 그간 해외 호스텔에서 일하며 나름 관광 사업 생태계를 파악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현지에 도착해서도 온라인만큼 안전하게, 손해보지 않고 관광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1. 투어/셔틀(교통편) 예약은 호스텔에서 하지 말 것
호스텔 직원으로서 감히 말합니다. 숙소 리셉션에서 관광 상품을 사지 마세요. 돈을 아끼고 싶다면요. 사실 정확히 말하면, 리셉션에서 투어나 셔틀을 결정하더라도 ‘어디서’ 결제를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만약 직원이 일정 확약을 위해 호스텔에서 당장 돈을 낼 것을 요구하면 99.9%입니다. 뭐가요? 이중 수수료 부과요. 여러분이 지불하는 가격에 여행사의 이윤뿐 아니라 예약 대행비까지 더해지는 것입니다. 숙박시설은 협업 관계인 관광 업체와 정기적으로 중간 정산을 합니다. 이때 판매 금액의 일부분을 호스텔에서 챙깁니다. 대행 수수료 인 셈이지요. 이 비율은 여행사마다 천차만별입니다. 50% 이상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으른 외국인이 얼마나 호구가 되기 쉬운 지 아시겠지요?
반면 숙소 안내 직원이 ‘돈은 그날 바로 운전기사에게 주세요’라고 할 때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 말은 그들 사이에 따로 정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뜻하지요. 그 둘이 정말 순수하게 서로의 비즈니스를 돕고자 협업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숙박업체는 여러분의 돈을 따로 떼어가지 않습니다.
저처럼 한 푼이라도 아쉬운 배낭여행객에겐 현지에서 여러 에이전시 사무실을 방문하여 가격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요즘은 웬만한 회사가 다들 Whatsapp(외국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전 세계의 카카오톡) 계정을 운영합니다. 외국인과 대면이 두려운 분들은 Whatsapp으로 메시지만 보내도 됩니다. 영어를 거창하게 구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OO 투어, 얼마예요(how much is it)?’ 면 충분합니다.
똑같은 차를 타고 출발하여, 심지어 동일한 가이드와 돌아다니는 투어라도 업체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합니다. 나중에 그룹 사람들끼리 얼마 주고 왔냐고 묻다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심지어 단순히 이동만 하는 셔틀(버스) 티켓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누구는 오천 원 주고 표를 샀는데, 누구는 만원을 내고 같은 차를 타는 것이지요. 남보다 두 배 비싼 가격에 같은 걸 즐기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수의 여행사에 가격을 물어보세요. 분명 더 싼 금액을 제시하는 곳이 나올 겁니다.
2. 투어 비용에 ‘불포함’된 세부 사항 확인
그럼 단순히 ‘저렴’하기만 하면 좋은 상품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된 관광이라도 그 안에 무엇이 포함되어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경쟁사보다 금액이 유독 싸서 결제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 입장료, 식사 등 기본적인 사항이 하나도 안 들어갔을 수 있습니다. 여행 다닐 때 제일 무서운 단어가 바로 ‘불포함(Excluded)’입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정보죠. 세금, 서비스 수수료, 입장료 등 적지만 꼭 내야 하는 돈이 그 티켓 비용에 적용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투어 도중에 사기를 당할 수 있습니다. 누구한테요? 믿었던 가이드한테 말이지요. 꼼꼼하지 않은 외국인들 속여먹는 데 도가 튼 가이드가 있습니다. 티켓에 이미 입장료와 식사비가 다 포함돼 있었는데도 고객들에게 또 돈을 뜯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설마 가이드가 그럴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모로코 사막투어에서 만난 가이드가 뻔뻔하게 입장료를 명목으로 제 주머니를 털려고 하기 전까지만 해도요. 같은 그룹에 있던 네덜란드 청년이 아니었으면 거기 있던 모든 외국인이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뻔했습니다. 오직 그 청년만이 ‘우리는 이미 관람비 다 냈다.’라고 주장하며 가이드와 맞서 싸웠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이미 지불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찬찬히 살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가이드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지요.
여행의 질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세부 사항을 꼭 알아둬야 합니다. 단순히 어디를 들르는지 방문지만 봐서는 부족합니다. 이번에는 트레킹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간 걸으며 산을 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어디서 어떻게 먹고 잠을 자느냐입니다. 일반 관광객이 전문 산악인만큼 캠핑 장비를 갖추기 힘듭니다. 안락하진 않아도 고생을 덜 하며 트레킹을 하려면 업체의 장비발이 핵심입니다. 밤에 얼어 죽지 않도록 도와줄 두꺼운 침낭, 담요, 겨울 외투 등이 필수이지요. 배낭 하나에 의지하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이런 비품을 다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합니다. 업체가 이런 캠핑 필수품을 공짜로 제공하는지, 혹은 빌려주는지, 아니면 개인이 알아서 준비를 해 가야 하는지 반드시 사전에 문의를 해야 합니다.
끼니때 의외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몇 날 며칠 걷기에서 부실한 식단은 더더욱 몸을 지치게 만들지요. 일정 내내 빵 쪼가리만 주는 건 아닌 지, 중간중간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걷는 데 제일 중요한 건 물입니다. 개인이 들고 가야 할 물의 양이 적은 업체를 고르는 게 최선입니다. 어떤 여행사는 요리를 하는 데 들어가는 물조차 사람들에게 챙겨 오라고 하기도 합니다. 내 배낭을 가장 가볍게 해 줄 사람을 선택하세요.
3. 결제 영수증 끝까지 잘 보관하기
한국에서는 워낙 사소한 것도 카드를 긁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때마다 영수증을 챙기는 걸 소홀히 합니다. 영수증을 받아도 무심코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거나 가방 아무 데나 쑤셔 넣기 십상이지요. 이는 해외 여정 중 특히 투어를 알아볼 때 반드시 피해야 할 습관입니다.
약속한 일자에 목적지로 떠나는 차에 무사히 올라타기 전까지 절대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가이드나 운전기사는 여러분이 돈을 냈는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탑승자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있다고 해서 무사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장 직원이 결제 당시 사무실에서 받은 확약증을 내놓으라고 하는 상황 말입니다. 예약 관리가 전산으로 처리되지 않는 개발도상국을 돌아다닐 때에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날짜, 이름, 목적 지명 등을 여행사 직원이 손수 적어준 종이가 바로 증빙 자료이자 티켓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우리나라 카드 결제 영수증처럼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버스 앞에서 그 종이를 찾느라 온 가방을 헤집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게 표가 될 것이라곤 생각을 못한 것이지요. 저는 그걸 잃어버려 끝끝내 버스에 올라타지 못하는 관광객도 봤습니다.
전표를 잘 보관해서 거기에 적힌 목적지 이름이나 상품명을 운전기사와 직접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멀쩡한 표를 들고서도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테말라 한 호스텔에서 교통편을 구매했을 때였습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리셉션에서 결제 당시 받은 종이를 잘 보관해두었습니다. 운전기사가 도착했을 때도 그걸 건네며 제 이름이 탑승자 리스트에 있는 것도 잘 확인을 했지요. 별 탈 없이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대중교통도 아니고 나름 비싼 돈 들여서 타는 여행사 셔틀이어서 방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저는 엉뚱한 도시에 와있었습니다. 숙소와 여행 회사 사이 소통에서 문제가 있어 잘못된 차에 제가 배정이 됐던 것입니다. 그땐 이미 다음 교통편도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지요.
사실 호스텔을 거쳐 상품을 확약했을 때는 아예 그룹 명단에서 누락되는 일도 빈번합니다. 사람 손을 두 번 거치기 때문일까요. 약속된 장소에서 하염없이 셔틀을 기다리다 리셉션 직원에게 본인의 예약 상황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버스가 떠나버린 지 한참 뒤에야 말입니다.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영수증과 함께 리셉션 직원에게 일정을 재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이 모든 고객의 상황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날짜와 시간이 잘 적힌 문서가 있어야 예약 확인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빠듯한 스케줄로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에겐 어떤 투어를 선택하는지가 더더욱 결정적입니다. 자칫 계획한 일정이 뭉개질 수도 있고, 내 돈 내고 고생만 하다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미리 겁먹고 모든 걸 한국에서 해결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제가 위에서 설명한 사항을 유의한다면 현지에서 더 좋은 상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과 한 그룹에 배정되어 함께 관광을 다닐 수 있는 건 덤입니다. :)
Photo by Juan Encalad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