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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Sep 05. 2022

외국인에게 1초 만에 먹히는 한국 이야기 Top 3

북한, K-POP 얘기는 이제 그만

제 아무리 BTS가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K-드라마가 넷플릭스를 점령했다 해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는 여전히 생소합니다. 어딜 가나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저는 그간 여행지에서 한국에 대한 이모저모를 참 많이 풀어놓았습니다. 이걸 십여 년 꾸준히 반복하다 보니 제가 외국인들에게 푸는 레퍼토리가 생겼습니다. 외국인이 특히 흥미를 보이고 재밌어하는 주제가 좁혀진 것입니다. 우리에겐 당연하고 별 거 아닌 일상이지만 다른 나라 기준에선 믿기 힘든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여행 중 만난 외국인과 말할 거리가 없을 때 한번 써먹어보세요.






1. 한국 나이

한두 살 차이에 따라 존댓말, 존칭이 달라지지 않는 외국에서는 상대방의 나이를 물어보는 게 흔한 일이 아닙니다. 가끔은 실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 인종에 비해 워낙 동안을 가진 아시아인들은 나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때 ‘나 31살인데, 한국에선 33살이야’라는 식으로 한국 나이의 존재를 흘려보세요. 갑자기 자신에게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만 나이(실제 다른 나라에서 통용되는 나이)와 한국 나이는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2살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 많은 외국인들이 충격을 받습니다. 다른 연령 체계가 존재하는 것조차 생소한 데 본인이 한국에서 2년이나 더 늙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처음엔 외국인들이 한국 나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지식의 저주(본인에게 익숙한 지식을 다른 사람도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대화하는 잘못된 인식)’는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본 결과, 한국에선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나이 계산을 시작한다고 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시간도 다 연령에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된다고 보충하는 것입니다. 그럼 외국인들도 별다른 의문 없이 그 개념을 잘 이해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한국인이 한 날 한 시에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도 믿지 못합니다. 평생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일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이렇게 듣지도 못한 풍습이라는 사실에 제가 더 당황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매년 1월 1일 0시가 되면 한 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그날 우리는 떡국을 먹으며 이를 기념한다고 새해 풍습을 소개합니다. 떡국 한 그릇이 한 살을 의미하기 때문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이들은 떡국을 무리하게 많이 먹기도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때 어김없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생일의 의미가 뭐야? 생일날엔 축하 안 해?


외국에선 생일이 그 전날보다 나이가 많아지는 날이라는 상징성이 큽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1월 1일에 모두 같이 한 살을 먹는다면, 대체 생일엔 무얼 축하하냐는 것이지요.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설명을 이어갑니다. 그날 나이가 변하진 않지만 본인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여전히 의미가 있고 그걸 다 같이 기념한다고 말입니다. 보통 이 이야기는 서로가 자신의 한국 나이를 계산해보며 낄낄대다 마무리됩니다.





2. 고3 생활

입이 아프도록 꾸준히 얘기하는 게 바로 제 고3 시절 일과입니다. ‘한국의 교육열이 뜨겁다’ 혹은 ‘한국은 치열한 경쟁 사회다’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꽤 있습니다. 일도 그렇게 많이 한다는 데 그게 사실인 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어떻게 생활했는지 설명해줍니다. 말하고 있는 저도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일정을 소화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듣고 있는 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매일 아침 7시 반까지 등교를 했다. 7시 50분에 학교 전체가 약 20분간 영어 듣기(영어 듣기 영역 시험 준비)를 했다. 영어 방송이 끝나자마자 0교시가 시작됐다. 우리는 저녁 6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리곤 밤 10시까지 교실에 남아 다 같이 자율학습을 했다."


여기까지 말하면 이런 반응들이 쏟아집니다. ‘아니,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고? 그게 가능해?’ 저는 담담하게 하교 후 무엇을 했는지 이어갑니다.


"교문을 나서면 학생들은 두 분류로 나뉘었다. 모자란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가는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공부를 혼자 더 하는 친구들. 우리는 새벽 12시-1시가 돼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공부 시간을 더 벌기 위해 독서실에서 잠까지 자고 바로 학교에 등교하는 애들도 있었다."

여기다 주말은 물론 방학 때도 자율 학습을 하기 위해 등교를 했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거의 쓰러집니다.



이게 한국에 대해 자칫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이야기가 아니냐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일단 ‘고3 시절’이라는 것 자체가 외국엔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교육 문화입니다. 저는 수능과 고3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기 극복력과 근면성을 함축해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국토 전체를 초토화시킨 전쟁을 겪은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나라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뜨거운 교육열 덕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 국민 모두가 자식의 교육에 힘을 쏟고, 자식들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치열하게 산다는 것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절대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둥 고등학생 시절 제 넋두리가 끝나갈 때쯤 저는 항상 이렇게 마무리를 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연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이 없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라고요. 고3 시절만큼 한국 국민의 특성과 함께 역사를 같이 설명해줄 수 있는 소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실생활 속 한국의 기술력

최근 들어 제가 부쩍 많이 얘기하는 주제입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외국인들이 너네 나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 아니냐며 치켜세워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 SNS의 발달 덕분인지 동아시아는 발달된 테크놀로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들도 너네 나라에 비해 우리는 너무 뒤처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한탄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외국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번 꺼내 보세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목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제가 자주 써먹고 있는 화젯거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휴대폰 속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모바일 세상입니다. 실제 제가 서울에서 일할 때 어떻게 살았는지 일과를 설명해줍니다. 업무에 지쳐, 혹은 스트레스를 핑계로 방에 드러누워 집안일을 처리했던 일상 말입니다.

나는 우유 살 때도 밖에 안 나가고 휴대폰 클릭만 했어.


청소, 세탁, 장보기 등 가사 대부분을 비대면 앱 서비스로 해치웠던 하루하루를 전달해줍니다. 특히 퇴근해서 주문하면 출근 전에 문 앞에 물건이 도착하는 로켓 배송에 외국인들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며 황당해합니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대부분 공동주택에 따닥따닥 붙어 살기 때문에 빠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덧붙여 한국 도시의 모습도 함께 묘사하지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국 돈은 어떻게 생겼냐며 지폐를 보여달라는 현지인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때, “우리나라는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보여줄 돈이 없다. 카드나 휴대폰으로 결제하지 지폐를 쓰지 않는다.”라고 하면 마치 SF영화 속 장면이 실현된 것 마냥 사람들이 놀라운 표정을 짓습니다. ‘이게 신문물이라고 할 수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실생활에 자리 잡은 디지털 도어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쇠로 문을 여는 대신 번호를 누르기 때문에 열쇠고리를 쓸 일이 없다, 열쇠 가지고 다니는 거 불편하다며 다른 나라 사람에게 토로해보세요. 당신을 외계인처럼 쳐다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소재를 이용해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면모를 재미있게 전달하면서 그들과 친해져 보세요. 매번 북한, K-POP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게 대화를 이끌 수 있을 겁니다.


[관련 포스트]

https://brunch.co.kr/@a5bf41353dfd47c/14




Photo by Volodymyr Hryshchen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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