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비나 Aug 22. 2022

외국인과 단번에 친해지는 대화의 기술

호스텔에서 외국인 친구 만드는 대화 소재

먼 타국에 와서 호스텔까지 무사히 찾아왔다고 가정해봅시다. 혼자 지내는 게 편하긴 하지만 하루 종일 입 다물고 지내는 게 쓸쓸할 때가 있을 겁니다. 홀로 밥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누군가와 함께 근처 맛집을 탐방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 겁니다. 친구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호스텔에 있는 외국인들과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여행을 다니며 제가 습득한 질문의 기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몇 가지 질문이면 더듬거리는 영어로도 외국인과 친해지기 어렵지 않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핵심은 ‘그들이 말을 많이 하게 만들어라’입니다.




첫 대화에서 피하면 좋은 질문


멋모르고 여행 초보 시절에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많이 한 질문입니다. 영어 회화 책에 ‘여행지에서의 대화’ 같은 챕터에서 나올 법한 문장이지요.


“어디서 왔어?(어느 나라 사람이야?)”
“왜 이 나라로 여행 왔어?”
“그동안 어디 어디 가봤어?” “어느 나라/도시가 제일 좋았어?”
“직업이 뭐야?”


분명 이걸 보고, 이건 피해야 할 게 아니라 ‘해야 할’ 질문이 아니냐고 반박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막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위 질문은 흔히 여행지 첫 만남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기본으로 나누어야 할 소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거꾸로 다시 생각해봅시다. 호스텔에 머무는 사람들은 단기 휴가를 왔다기보다 긴 기간 떠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그 여행객은 대체 이런 류의 질문을 몇 번이나 받아봤을까요? 위의 리스트는 여행자들이 여행 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때마다 앵무새같이 똑같은 답변을 열심히 반복했을 겁니다. 제가 호스텔에서 외국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실제로 그들은 매번 같은 대답을 되풀이해야 하는 고통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수십 번은 내뱉었던 이야기를 내 앞에서도 하게 만들면 상대와 빨리 친해지기가 힘듭니다. 신선한 대화거리를 던지는 게 필요합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기본 중의 기본은?


호스텔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항상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웃음 짓고 인사를 건네는 게 어색합니다. 한국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겁니다. 하지만 외국의 호스텔에선 다릅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여행자’라는 같은 신분을 공유하고 있지요. 여러분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사실 외국인들 사이에 흔히 아시아인들은 무뚝뚝하고, 폐쇄적이라는 선입견이 퍼져 있습니다. 이를 깨고 ‘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사람이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로 밝은 인사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미소와 함께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사이에서 나중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훨씬 자연스럽겠죠.






대체 무슨 질문으로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


아무 맥락 없이 대뜸 ‘너 어디서 왔어?’라고 묻기엔 엄청난 배짱과 친화력이 필요합니다. 그럼 처음 보는 외국인과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울까요.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어려웠던 제 성격상 저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외국인들과 단숨에 친해지는 마법의 문장들을 찾아냈습니다. 제 이야기를 풀어놓기에는 영어 실력이 부족했기에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들이 계속 말할 기회를 주는 게 중요했습니다. 처음에 먼저 말 걸기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그다음부터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가 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대화 소재를 소개합니다.



1. 액세서리, 옷 칭찬하기

팔찌, 반지, 귀걸이 등 액세서리 혹은 입고 있는 옷 등 그 사람이 걸치고 있는 물건 중 눈에 보이는 것을 칭찬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한국에서는 어색한 일입니다. 하지만 외국에선 모르는 사이에도 하고 있는 아이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거는 경우가 흔합니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칭찬해야 하는 대상이 그 사람의 외모가 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친한 사이는 물론 처음 보는 외국인이 생김새를 언급한다? 굉장히 실례가 될 수도 있고 흑심을 품은 것으로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반드시 물건을 칭해야 합니다.


“I love your OOOO” 이 한 마디면 끝입니다. 상대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는 말로 화답할 것입니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기분이 좋아진 상대방은 그 물건을 어디서 샀는지부터 시작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등 칭찬받은 아이템에 대한 사연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만약 거기서 여러분이 대화를 좀 더 풍요롭게 이어가고 싶다면 몇 마디를 덧붙이면 됩니다. ‘나도 이런 비슷한 거 같고 싶어. 계속 찾아봤는데 구할 수가 없더라.’ 라고요. 그럼 어디 가면 그걸 살 수 있는지 열심히 조언해 주는 상대를 보게 될 겁니다. 이를 계기로 같이 쇼핑을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지요.


실제로 제가 걸치고 있는 옷가지나 액세서리를 칭찬해주면서 다가온 외국인들과 친구가 된 적이 많습니다. 그거 예쁘다, 맘에 든다 등 사소한 말 한마디가 금세 제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고 할까요. 중고옷 가게에서 3000원 정도 주고 산 잠옷용 스웨터를 극찬해준 오스트리아 소녀와 한 달 내내 단짝처럼 붙어 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2. 현재 상황 속 사소한 것에 과한 호기심 가지기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그 어떤 소재보다 대화가 더 자연스러울 수 없습니다. 억지로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내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요.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발산하는 게 필요합니다. 여행 중이 아니었더라면, 한국이었더라면 궁금하지도 않았을 사소한 것이어도 그것에 주목하고 흥미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호스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와, 냄새 좋다”


제 아무리 별거 아닌 요리라도 본인이 만들고 있는 음식의 냄새가 좋다는 말은 누구나 들뜨게 만듭니다. 이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표정이 금세 풀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뭐 만들고 있는 거야?, 나도 이거 만들어보고 싶다, 나 요리에 관심은 진짜 많은데 만드는 것마다 맛이 없어’ 등등 호기심 어린 말을 던진다면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음식 레시피를 배운다거나 다음에 요리를 같이 해 볼 계획도 세울 수 있지요.


한 번은 크레페를 만들고 있는 프랑스인에게 ‘진짜 맛있어 보인다’ 한 마디 했다가 며칠 뒤 저는 ‘크레페의 밤’을 보냈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 주방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얼떨결에 그 프랑스인의 지휘 아래 크레페를 만들게 됐던 것이지요. 또한 별생각 없이 ‘우와 냄새 진짜 좋은데?’라고 던지고 지나갔는데 그 사람이 알고 보니 요리사라면 어떨까요. 실제로 우리는 식당에서 요리를 하며 돈을 버는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 덕분에 저는 한 호스텔에 머무는 동안 셰프의 음식을 맛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나중엔 자꾸 얻어먹는 게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죠. 요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어주는 소중한 매체입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친구를 만들기가 더욱 수월하겠지요.



취미 생활과 관련된 물건을 봤을 때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호스텔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해봅시다. 단, 상대방이 이어폰을 끼고 집중하고 있는 경우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 책 어디서 구했어?” 여행 다니면서 종이책을 구해서 읽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서점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책 교환 장소가 있다면 주로 어떤 책이 있었는지 등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같은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첫 만남에 거리를 좁히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서핑 보드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본인이 수영조차 제대로 못하는 물 겁쟁이라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 오히려 분위기를 풀기에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악기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난스럽게 ‘콘서트 언제 해?’라고 물어보며 그 사람이 스스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취미를 뽐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기에 간단한 말 몇 마디로 분위기를 북돋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3. 소소한 도움 주기

누가 봐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거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작은 관심을 보여주면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좋습니다. 먼 타지에서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그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지요.


호스텔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건은 물건 분실입니다. 자기 물건이 없어져 이곳저곳 헤매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무엇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봤을 때, ‘뭐 찾고 있어?, 어떻게 생겼어?’라는 말과 함께 같이 그 물건을 찾아보세요. 끝끝내 그 물건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은 자신을 도와주려 애쓴 여러분에게 엄청난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셀카를 찍으려 버둥대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호의를 베풀 수도 있습니다.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사진이 마음에 드냐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우연히 한 가족의 단체 사진을 대신 찍어줬다가 식사에 초대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 가족은 현지 여행객이었는데 덕분에 그 나라의 문화를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겨우 그걸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이지만 그게 어떤 예상치 못한 기회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앞서 설명한 질문들과는 달리 많은 용기가 필요한, 난도 높은 문장이 남아있습니다.


여기 앉아도 돼?


호스텔 공용공간의 테이블 중에서도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에 자리가 남아있을 때 써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4-5명의 그룹에는 도저히 끼어들 용기가 없어 주로 한 두 명 앉아있는 소파나 테이블에 다가가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다가와 주는 이방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착석하자마자 이런저런 질문을 퍼부으며 다가오는 외국인들이 꽤 됩니다. 특히 제 경험상 커플 여행객들이 홀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 참 친절합니다. 이 방식으로 우연히 말을 트게 된 커플들과 함께 투어를 가거나 동네 구경을 다닌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합석을 위해 위에서 언급한 다른 대화 시도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내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고 같이 붙어 있기만 한 어색한 상황이 될 확률도 있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다면 특별한 추억으로 연결될 수도 있으니 참조해주세요.






여전히 저는 위에서 설명드린 대화 소재를 이용해 호스텔에서 친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유독 이번 포스팅 내용이 깁니다. 스크롤이 길어지더라도 제가 홀로 여행을 다니며 고군분투한 끝에 터득한 대화 스킬을 이 글에 모두 담았습니다. 영어를 잘못한다고 주눅 들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들도 상황을 잘 이용하여 간단한 문장만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https://brunch.co.kr/@a5bf41353dfd47c/3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