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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Dec 06. 2023

한 걸음 더

기분 좋은 변화


 겸이는 말을 잘 듣는 편이라 겸이 스스로 뭐가 잘 안 돼서 짜증 낼 때 빼고는 집에서 큰 소리 날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난 짜증이 잘 달래 지지 않았다. 안아주며 화나는 마음에서 나오자고 기도해 주기, 심호흡하기 등 유치원생 때 잘 통했던 방법들도 그다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달래도 보고 진정시켜 보려다 결국 내가 더 짜증이 올라와 겸이를 혼내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내 화로 겸이를 누르며 끝내는 최악의 방법을 계속 유지해 왔다. 그러다 보니 겸이가 아직 짜증을 내지도 않았는데, 낼 것 같은 상황만 닥쳐도 미리 눌러버리는 지경까지 갔다. 나도 계속 날이 서 있게 된 것이다.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결국 언성을 높이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겸이의 말이 내 마음에 변화를 주었다.     

“겸아, 아이에게 화를 아예 안 내는 엄마도 있대. 엄마는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어. 엄마는 겸이를 혼내고 나면 마음이 불편하거든.
“그런데 혼나야 배우는 거 아니야?”
“겸이는 그렇게 생각해?”
“응! 아이들이 잘못하면 엄마아빠가 화내고 배우는 거잖아.”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말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에게 화를 아예 안 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아이의 짜증으로 시작해서 내 화로 끝내는 상황만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보지 않았던 육아 관련 강의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강의를 통해 아이가 짜증을 계속 내서 결국 엄마가 더 큰 짜증으로 상황을 종결시키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아이가 짜증 날 때마다 더 큰 자극으로밖에 진정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였을 때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돼서도 그대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하셨다. 화가 나면 주먹으로 벽을 친다던지, 무언가를 집어던진다던지, 발로 찬다던지 등등 자신의 화보다 더 큰 자극을 통해서 진정할 수밖에 없어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이가 계속 짜증내거나 화를 내는 상황에서 같이 흥분하지 말고 잘 가르쳐줘야 한다고. 그것이 어렵지만 그래도 아이가 화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 내가 가르쳐 줘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강의 속 짜증 내는 아이를 재연하는 말소리에 숙제를 하던 겸이가 다가왔다.

“엄마 이 사람은 누구야?”
“아들 박사님이야. 엄마들은 보통 아들의 마음을 잘 모르거든. 그래서 아들들의 마음을 이 분이 알려주시는 거야.”
“엄마는 잘 알아주잖아!”
“정말? 엄마가 겸이 마음을 잘 알아줘?”
“응~ 눈 보고~”
“눈?”
“응! 눈을 보고 마음을 읽어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중 듣게 된 뜻밖의 대답에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대답에 당당해지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그동안은 겸이가 조금이라도 짜증이 난 것 같으면 얼른 다가가서 짜증을 빨리 가라앉히려고 하거나, 짜증 내지 말라고 눌러왔는데 방법을 바꿔서 기다려줘 봤다. 그리고 아이가 계속 짜증을 낼 때마다 속으로 잘 가르쳐줄 기회니까 흥분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기다려주고 공감해 준 그다음에 진정시켜 줬다. 잘 안 되면 당연히 짜증 날 수 있고, 엄마는 그런 널 이해하고 있고 기다려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상황마다 겸이를 대했다. 그리고 겸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금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번 더 해보지 뭐.”
“다시 해볼게 “

 이제 겸이는 뭔가 잘 안 될 때나 곤란해 보일 때, 도와줄까? 하고 물으면 어김없이 이렇게 대답한다. 짜증 내지 않고 노력해 본다. 짜증날만 한 여러 상황들을 대부분 짜증 내지 않고 잘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급하게 서두르다 와르르 쏟아져버린 것들을 정리하며 ‘다시 치우면 되지 뭐.’하는 마음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원래 같았으면 순간 짜증이 났을 거고, 수습하기 위해 ‘이런 작은 일에 짜증 내지 말자.’고 되뇌었을 것이다. 겸이 덕분에 나도 짜증이 줄어든 것 같다. 가족은 모빌 같아서 한 사람이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린다고 한다. 겸이의 변화가 나에게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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