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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Jan 03. 2022

겨울 홍시

지리산 둘레길 홍시 한 알과의 조우  

얇은 껍질

익을 대로 익은 속 살

중력에 끌려

아슬아슬 매달린 홍시    

  

겨울 산허리

잘 차려진 산까치 밥상

손 뻗어 서리 한번 해봅니다.     

 

닿을 듯 말 듯

아---ㅅ! 철버덕

나보다 더 힘센 대지

날아든 홍시에 입맛 다시고      


용심, 욕심 힘껏 뻗어

드디어 손에 넣은 홍시 한 알

놓칠까 조심조심     




산새에게 몸 쪼이는 것보다

바닥에 몸 던지는 것보다

인간과의 인연 기뻐하는 듯

홍시도 나도 함께 볼 빨개집니다.      


먹어도 되겠니? 귓속말에  

결 고운 속살 보여주며

달큰한 향으로 윤허합니다.      


반은 연홍 슬러시

반은 진홍 요거트

세상에 이런 맛이      


얼얼하고 쨍한 단맛에

정신이 번쩍

홍시 안

봄, 여름, 가을, 겨울

서리, 바람, 햇빛, 달빛        

             



아뿔싸

내 몸속 돌고 도는 붉은 피

삼 백  십 오 일

먹어 온 모든 것들

태양, 바람, 대지, 사람     


겨울날 홍시 한 알에

언 몸, 굳은 마음 

붉게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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