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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기 얼마나 용을 썼겠노"

입맛 살맛 돋우는 머위 예찬

by 김미경

엄마네 뒤뜰

두해 전 이모님이

심어 놓은 머위가 지천이다.


엄마와 마주 앉아

도란도란 한 바구니


질긴 줄기 벗겨내니 한나절

뻐근한 허리 펴며

내년엔 켜지 말자 장단 맞추지만

맛 보여 줄 사람 떠올라 몸이 가볍다.


나이 들어갈수록 쓴맛 당기는 건

몸이 산성화되기 때문이라지만

생의 쓴맛을 견디었기에

동질감으로 공명하는 것


즐겨보는 “윤이련” 유튜버님 머위 예찬

“땅속에서 어린기 차고 오르니라꼬 얼마나 용을 썼겠노”

머위무침, 머위대들깨찜, 머위국, 머위쌈

종류도 가지가지


다리 아픈 엄마와 허리 아픈 나 머뒤대찜 한 통씩

퇴직 멀지않은 남편 머위 된장 무침 한 접시

어버이날 내려온 취준생 아들 쌈 싸서 한입

혼자 사는 형님께 데쳐 얼려 한 봉지

벗들과 나들이 도시락 싸기 수 차례

쓰디쓴 맛에 환해지는 얼굴들


나른한 봄날

폭죽 같은 머위 꽃 마냥

입맛, 살맛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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