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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시간

섬진강 둑방길을 걸으며

by 김미경

도란도란 오순도순

누가 누구의 부부인지

누가 누구의 친구인지

허물없는 30년 지기 벗들

섬진강 둑방을 걷는다.

사네 못 사네 지나온 날들

모두 잘 견디어 낸 오늘

깊어진 주름

결 고운 나이테


구멍 난 퐁퐁 다리에 멈춰

점프 사진 찍기

세 번의 도전에도

타이밍 못 맞추고

관절 통증 호소하며 어정쩡

성공 못 해도 즐겁다.

먼 산 능선 바라보며

강줄기 따라 걷다 보니

서쪽 하늘 붉게 물들고

구름에 가린 해 산 위에 걸쳤다.

때맞춘 간식이 홍시라니

붉은 해 바라보며

한입 베어 먹는다.


마음이 전해졌을까?

가린 구름 걷히고 환하다.

홍시를 먹는지 해를 먹는지

몸도 마음도 물든다.

K 시인 홍시 자작시 있건만

굳이 노래를 튼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나이 들고서야 공감되는

가수의 가사와 목소리

각자의 엄마 생각

함께 흥얼거린다.


신혼처럼 사는 H

요실금으로 풀숲 더듬으니

너무 많이 쓴 거 아니니

아껴 쓰라

농담도 붉다.


붉은 화선지 위로

강아지풀 억새들 묵화

기운생동하다.

어느새

고개 내민 초승달

노을 져 가는

우리에게

하얗게 눈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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