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경 Oct 08. 2022

노을 지는 시간

섬진강 둑방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오순도순

누가 누구의 부부인지

누가 누구의 친구인지

허물없는 30년 지기 벗들

섬진강 둑방을 걷는다.    

  

사네 못 사네 지나온 날들

모두 잘 견디어 낸 오늘

깊어진 주름

결 고운 나이테      


구멍 난 퐁퐁 다리에 멈춰

점프 사진 찍기

세 번의 도전에도

타이밍 못 맞추고

관절 통증 호소하며 어정쩡

성공 못 해도 즐겁다.    

   

먼 산 능선 바라보며

강줄기 따라 걷다 보니

서쪽 하늘 붉게 물들고  

구름에 가린 해 산 위에 걸쳤다.

      

때맞춘 간식이 홍시라니

붉은 해 바라보며

한입 베어 먹는다.     


마음이 전해졌을까?

가린 구름 걷히고 환하다.

홍시를 먹는지 해를 먹는지

몸도 마음도 물든다.     

 

K 시인 홍시 자작시 있건만

굳이 노래를 튼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나이 들고서야 공감되는

가수의 가사와 목소리   

각자의 엄마 생각

함께 흥얼거린다.      


신혼처럼 사는 H

요실금으로 풀숲 더듬으니  

너무 많이 쓴 거 아니니

아껴 쓰라

농담도 붉다.      


붉은 화선지 위로

강아지풀 억새들 묵화

기운생동하다.

     

어느새

고개 내민 초승달

노을 져 가는

우리에게  

하얗게 눈웃음 짓는다.      



작가의 이전글 풀밭의 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