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관점에서.
일본 코믹스(만화책)에 연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원피스'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루피'라는 주인공이 해적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원피스라는 보물을 찾고 해적왕이 되기 위해 여러 항로로 모험을 펼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동료 중에는 '로빈'이라는 고고학자가 있는데 '포네그리프'라는 세상의 진실을 알려주는 글이 적힌 큰 정육면체의 돌을 찾기 위해 루피의 모험에 동행하게 된다.
이 포네그리프는 작중 세계관에서 30개가 등장하는데, 그중 17개는 다른 포네그리프들의 위치(이외에 포세이돈 등 고대 병기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함)를 알려주는 돌이고, 9개는 '리오 포네그리프'라고 해서 직접적으로 세상의 진실이 적힌 돌이고, 나머지 붉은 '로드 포네그리프'는 작중 최고의 보물 원피스가 있는 '라프텔'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돌이다. 모두가 귀한 역할을 하는 '돌(글)'이지만 로빈에게는 리오 포네그리프가 더 가치 있는 돌이고, 루피에게는 로드 포네그리프가 더 가치 있는 돌이다.
독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세상에는 딱 두 가지 글 밖에 없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글(관심도가 높은 글, 읽어야만 하는 글, 읽고 싶은 글) / 지금의 나에게는 불필요한 글(무관심한 글, 읽기 싫은 글, 읽고 싶지 않은 글, 읽어서는 안 되는 글). 현재 독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찾는 글이 달라진다.
스웨덴의 소동물 항생제 처방비율을 보면 10가지 정도의 성분의 약품이 98%를 차지하고, 나머지 수 십 가지 특성 있는 약물을 기타로 분류하면 2%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그만큼 소동물에게 빈발하는 질환의 케이스가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성분으로 보면 10가지 정도지만 그 성분을 포함한 상품은 수십 가지가 있다. 이번에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은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을 가진 제품에서부터 성분은 동일하지만 제약회사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많은 '파생상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을 가지고 있는 성분으로 통증, 염증, 발열 등 해당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약이고 해당 증상이 떨어지면 다시 관심도가 낮아진다. '글'도 마치 이와 같다. 사람의 삶에서 큰 관심사와 주제는 몇 가지 되지 않지만 독자가 겪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특정 지식(정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기도 하고 그 시기가 지나면 정보의 가치가 낮아지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한 관심도(조회수, 판매량)가 높아지면 그 주제에 대해 많은 비슷한 종류의 글이 생성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라는 문장도 정말 환상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식을 섭취하는 자의 입장에서 개인의 취향과 알레르기 등 신체적 특성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고, 싫지만 먹어야만 하는 음식도 있고,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도 있다. '주제'라는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법'이라는 표현법(전달 방식)을 선택하여 섭취자(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병을 낫게 하기도 하고, 잘못된 재료를 사용하면 몸을 아프게도 죽음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기쁨을 주기도 하는 반면, 한 마디의 악플이 읽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글쓴이의 가치관과 감정과 지식을 담은 '글'은 이와 같은 힘이 있는 것이다.
생애주기별로, 직업별로 유사한 관심도를 나타내는 주제들이 있을 것이고, 그 주제에 따라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채워줄 수 있는 글이 있을 것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지만 글쓴이에 따라 전달 방식이나 어투, 적용하는 원리 등이 달라 나에게 더 맞는(선호하는) '글'을 찾아 읽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제일 먼저 우리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가? 학생은 내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문제집을 찾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고, 대학생 때는 좋은 전공서적을 찾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고, 청년은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글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고, 부모님은 아이를 바르게 기를 수 있는 글을 찾는 안목을 길러야 하고, 어른은 후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글을 찾고 써야 할 것이다. (이보다 더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활자를 읽고 그 시각정보를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바르게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