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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Apr 15. 2021

전업주부의 혼밥 Party!

나이들면 혼밥은 외롭다 vs 외롭지 않다?

오늘은 낮잠도 푹 잤다.

역시 호찌민의 비 한 방울 없는 뜨거운 하루는 계속 내 머리를 울려대고 있다. (그렇다고 서늘한 바람을 몰고 오는 호찌민이 좋을 리는 없다. 단지, 지금 나의 나태함과 무료함을 더운 날씨 탓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꽤 그럴듯해서 좋다.) 오늘도 때 아닌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국에 있든, 호찌민에 있든,

내가 편두통으로 머리가 아프든, 아프지 않든

남편과 싸우든, 싸우지 않든

친정으로부터 아빠의 편찮으신 소식을 들은 날에도......

내가 꼭 밟아야 하는 하루의 중요한 의식처럼 온다.


혼자만의 점심식사.


단 하루도 거르면 안 된다. 한 숟가락을 입에 넣더라도 날 위해서라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처음 전업주부가 된 이후 가장 어려웠던 것이 이 혼밥이었다.

난 원래 사람 많은 데서 북적이며 떠들어 대는 것을 좋아했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는 성격 탓도 있다.






모든 주부들은 알 테다. 우리의 아침식사가 얼마나 불 품 없는지.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8살 , 10살의 아이들의 등교 준비하는 것이 아침 우선순위로 차지한 바람에,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은 새벽 5시 일어나 아침 수영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다


그렇게 가족들이 모두 떠난 후, 어느덧 아침 11시 40분이 된다.

오늘은 약속도 없다. 글을 쓰기로 한 후, 많은 약속을 만들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도 혼밥이다.




혼 밥!


이렇게 깜찍한 말줄임은 누가 시작한 걸까?

"나 혼자 밥 먹어요." 이 처량한 말을 누가 이렇게 상큼한 말로 만들어준 걸까.

그렇다. 나는 혼밥 한다.


나는 자신을 위한 투자, 자아실현, 목표를 향한 성장을 꿈꾸는 사람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혼밥을 반드시 즐겨라고!

혼밥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라고!


혼밥의 사전적 의미가  집에서 먹는 처량한 밥이란 뜻은 아니다.

나 혼자만을 위한 메뉴, 나 혼자만을 위한 사치, 나 혼자만을 위한 건강, 누구의 배려도 필요 없는 이기적인 식사를 즐겼으면 한다. 나는 이것을 혼밥 파티라고 한다.

혼밥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 다음의 순서로 파티를 준비하자.


맨 먼저,  장소 선정이다.

오늘은 집인가? 아님 가벼운 집 주변 걸어갈 만한 상가 식당인가? 아님 차를 타고 나가 조금 더 들뜬 기분으로 식사를 할 것인가?  어떤 것이어도 좋다.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저자 역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혼밥 파티를 위해 아침에 일부러 푹 잤다. 오늘은 목요일! 나만의 혼밥 파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번 주도 두 번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즐기고 싶었다.  


두 번째, 식당 및 메뉴 선정이다.

집에서 먹기로 결정했다면, 냉장고의 많은 반찬을 아주 예쁜 그릇에 담아 한식당처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나처럼 급식판에 담아, 나를 위해 영양 전담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듯한 식사를 해보는 것도 어떨까?

또는 나를 위해 배달료가 나가더라도 햄버거 세트를 사서 베란다에 앉아 먹어보는 건 어떨까?



나를 위해 아이가 먹다 남긴 시락국을 매콤한 시락국밥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이의 급식판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차려 먹기도 한다.


만약 나가기로 결정했다면, 나처럼 미리 식당 리서치를 해두는 것이 편하다. 나는 결혼 후 이사를 자주 한탓에 주변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검색창을 통해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미리 찾아 즐겨찾기 해두었다. 그래. 오늘은 너로구나! 내가 기꺼이 가주겠다!


식당에서 메뉴 고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나는 메뉴 고르는데 단 30초도 안 걸리는 사람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미리 해당 식당의 베스트 메뉴 정도는 캡처해서 곧바로 종업원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혹은 나의 경우는, 메뉴 선택이 힘들 경우,  항상 직원에게 물어본다. "추천해주실 만한 메뉴가 있을까요? 맛있는 게 먹고 싶습니다" 그렇게 묻는다면, 어떤 직원이든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이다.


세 번째, 이제 나갈 준비를 하자.

성별을 불문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외출이 가볍게만 느끼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의 경우도 외출을 한다면, 머리를 감아야 하나? 화장은 해야 하나? 손소독제 가져가야겠지? 옷은 이거 입을까? 이렇게 입으면 추우려나? 갈 때 책이라도 가져갈까? 준비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런 나를 위해 항상 전날 잠자리에서 혼밥 파티를 상상한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미세먼지를 확인한다. 그렇게 나는 설레는 혼밥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반복하다 보니 나는 외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고, 언제든 모자만 쓰면 멋스럽게 나갈 수 있게 스스로를 만들어나갔다. 옷의 코디도 자주 하다 보니, 이젠 2분도 안 걸리는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스크를 써서 화장은 불필요해졌고 화장의 효과까지 나는 선크림을 구매해 화장 없이 쉽게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네 번째, 식사를 즐겨라! 나의 멋스러움에 취해라! 

나는 지금 그 주변 누구보다도 가장 멋지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메뉴가 나오기까지 주변의 시선이 걱정되는가? 그러지 마라.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아 혼자서도 올 수 있구나"로 그들의 생각이 멈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대부분 스마트폰을 의식의 흐름대로 만지기 시작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얇은 책과 다이어리를 들고 다닌다. 어떤 외출이든 항상 가지고 다닌다. 나의 지금 기분을 만끽하는 글을 메모해도 좋고, 오늘의 일정, 아이들의 학업 일정, 저녁 메뉴 선정 등  얼마나 주부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가.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책을 읽어보아라. 원래 성인에게는 독서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 그렇게 내가 나에게 주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독서시간이 되는 것이다.


메모하기 편하고 가벼운 다이어리를 선호한다.  이시간은 하루일과와 아이 학원비, 여러 가지 해야할 일들을 기분좋게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혼자 밥을 먹다 보면 생각보다 식사시간이 굉장히 빠르다. 15분이면 식사 끝이다! 그렇다면 멋지게 계산하고 식당을 나와라. 물론 나는 여기에서 끝은 아니다. 식사 후 그 자리에서 메뉴판을 다시 달라고 해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오기도 한다. 장소를 옮겨 나만의 2차를 즐기기도 한다.  요즘은 노트북을 가지고 나를 위한 여러 일을 준비해보기도 하고, 일기를 써보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분위기 있게 SNS를 하며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혼밥 파티를 정리한다.



물론 혼밥 파티라고 해서 꼭 외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을 것이라는 계획하에 파티를 준비한 적도 있었고, 몸이 좋지 않은 날은 누룽지에 김을 뿌려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파티를 즐겼다. 잦은 외식으로 지나치게 돈을 많이 지출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나는 너무 소비적인 인간인 것 같다고. 돈을 벌 줄은 모르면서 쓸 줄만 아는 것 같다고.  그때 남편은 어른스럽게 이야기해주었다.


 "너를 위한 투자잖아. 투자에는 돈을 아끼는 게 아니야. 그래 봤자, 너는 너의 밥 한 끼를 사 먹고 커피 한잔을 산 건데 뭘. 너의 투자로 네가 행복을 느낀다면 우리 아이들도, 나도 같이 행복해지는 건데"


참 고맙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도, 지금도 혼밥 파티를 한다. 비용이 부담이 되는 달에는 나만의 혼밥 파티 예산서를 작성한다. 한 달에 지출금액을 지정하는 것이다. 가령 호찌민에서 한 달 혼밥 파티 비용 300만 동의 예산을 잡았다면, 최대한 그 선을 지키며 즐겨보는 것이다. 한 번은 럭셔리 한 곳에서 먹고, 한 번은 가볍게 식사를 해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는 계속 자라고 있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라면 꼭 혼밥 파티를 추천해주고 싶다.

밥 한 끼 혼자 멋지게 즐기지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겠단 말인가!

즐겨라. 당신의 점심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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