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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May 06. 2021

내 얼굴에기미 꽃을 피웁니다.

오늘도 난 더 예뻐졌습니다.

오늘 나는 가장 아름답다.

어제보다 더 많은 꽃이 피었다.


어릴 때는  하얀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 고운 얼굴을 가졌었다.

내 엄마 내 아빠가 주신 선물이었다.  


한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도

내 피부는 항상 하얀 피부였다.

볼 빨간 얼굴은 항상 착한 아이로 변하듯 다시 고운 얼굴로 돌아갔다.


10년 전 결혼을 했다.

첫째 서현이를 임신했다.

직장을 그만두었다.

내게는 특별한 외출을 제외하고 화장을 할 이유가 없었다.


어느 날 한 천사가 내 품에 왔다.

잠을 두 번 세 번, 가끔은 네 번에 나누어 쪽잠을 잤다.

내가 세수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시간들을 보냈다.

세수를 한 것은 내 만족이었다.

씻지 않는 다 한들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는 시간이었다.






가끔은 겨우 세수한 얼굴로 아이와 함께 유모차 산책을 하고는 했다. 세상을 보고 싶어서.

따가운 햇살이 내 얼굴에 부어댔다.

내 얼굴은 희고 건조했지만,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아이와 함께 웃으며 산책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둘째 천사가 우리 부부에게 와주었다.

나는 두 아기와 함께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며 살았다.

가끔 쌍둥이 유모차로 길을 걸어보기도 했다.

그 순간에도 내 얼굴은 소리없이 더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햇빛은 그런 나를 응원해줄 기세로 더 뜨겁게 나를 데워주었다.

내 꽃은 착하게도 활짝 핌으로 보답했다.


일 년 전 호찌민으로 이사를 왔다.

내 나이 마흔 살이었다.

햇빛도 내 나이 마흔을 축하해주고 있다.


내 얼굴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햇빛이 소곤댄다.

"잘한다."

"건강하라"

"그리고 천천히 가라"


뜨거운 햇빛 아래, 나는 매일 피어나고 있다.

어쩌면 어제보다 더 예쁜 꽃을 오늘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거울을 볼 필요는 없더라.

꽃이 지든, 꽃이 피든

내 하루가 얼마나 활짝 피었는지가 이젠 내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하루가 자라듯, 내 얼굴의 꽃은 오늘도 이쁘게 피어난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더 자랄 수도 있겠지.

난 그만큼 더 열심히 여기 호찌민 뜨거운 길을 걸었을 테니까.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바다로 갔다.

뜨거운 햇볕 아래 마음껏 몸을 던지며 놀았다.

옷으로 몸을 칭칭 감고 파라솔 아래에만 있고 싶지 않았다.

남편에게만 아이를 맡겨두고 우아함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만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바다를 좋아할 줄 안다. 나도 물놀이를 즐길 줄 안다.

나도 아이와 함께 웃고 싶다.

그래서 온몸이 벌겋게 되는 줄도 모르고 바다에서 깔깔대었다.





타오른 내 피부.

꽃이 만개한 내 얼굴.

지금의 내 모습이다.


나는 엄마 아빠가 주신 작고 하얀 정원에

신나게 꽃을 피우는 중이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이 글을 읽는 분들만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피어나는 꽃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가는데 온 힘을 다 썼으면 좋겠다.

내가 멋지면,

내 꽃도 멋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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