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에 습기가 거의 말라가던 그 봄, 울릉도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동쪽 해안으로부터 짧게는 400리, 길게는 500리 길이 훌쩍 넘는 뱃길.
아득하고 짙푸른 바다를 건너면 울릉도가 덩그러니 솟아 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으나, 습도 낮은 섬 울릉에서 제법 촉촉한 열기와 설렘을 채워 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여전히 회수하지 못한 마음 한 자락이 그곳에 머물러 있으니, 언젠가 다시 찾으러 갈 날 있을 터인데요.
제 마음대로 정리한 울릉도 2박3일 여행 팁 8개를 올려봅니다.
1. 배편
애초에 강릉항에서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차일피일 티켓팅을 미루다 출발 10일 전쯤 알아보았습니다.
가는 티켓은 있는데 돌아오는 표는 매진.
급히 묵호항을 찾아 보니 다행히 계획했던 일정에 왕복이 가능한 표가 있었습니다.
자차로 서울에서 새벽 출발.
묵호항여객터미널 주차장은 무료.
출발 전 근처 식당에서 아침부터 반주를 쳤습니다.
기상 상황이 좋았는데도 오고가는 배가 정해진 운항 시간보다 15~20분 정도 더 걸렸습니다.
묵호항에서 도동항은 대략 3시간 안팎, 도동항에서 독도 왕복은 4시간 안쪽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날 독도에 다녀왔습니다.
그 날 바다의 표면은 더 이상 잔잔할 수 없는 '장판'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접안시설이 있는 동도 코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접안하지 못한다”는 뜬금없는 멘트가 방송되었습니다.
한동안 바다 위에 떠서 독도를 '구경'만 했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으나 어쩌겠습니까.
발 딛지 못한 아쉬움을 삼키고 해상에서 눈과 카메라로만 독도를 담을 수밖에.
당시나 지금이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접안하지 않은 이유는 '기상' 때문이 아니었다는 의구심을 거둘 길 없습니다.
2. 렌터카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약간의 걱정이 있었는데요.
도동항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자 렌터카 직원이 명함을 건넵니다.
렌트 조건을 듣고 나서 다른 렌터카 업체에도 전화해서 알아봤는데 명함을 준 렌터카의 조건이 제일 좋았습니다.
48시간 렌트 계약을 하고 차량 인수인계 과정을 마치자마자 담당 직원이 차량 보닛에 울릉도 안내지도를 펼쳤습니다.
이 때부터 감동의 파도가~~~
꼭 가봐야 할 곳, 맛집, 도로상황, 주의할 점, 주유소, 비박할 만한 곳, 물건을 구입할 곳, 주민들의 성향 등등 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도 위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려주고, 메모해 주십니다.
가려운 곳을 하나도 빠짐없이 긁어주는 듯한 쾌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프로의식, 성실함, 친절함,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까지...
사전에 여행계획을 거의 짜지 않았던 상황이라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울릉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그 분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3. 도로 상황
그 해 초, 울릉도 일주의 마지막 관문인 섬 동쪽의 터널 공사가 마무리됐습니다.
드라이브로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된 것이죠.
울릉도에서는 기본 40km 속도를 지켜야 합니다.
곧은 길이 거의 없고, 마을에서 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이라 속도를 많이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의 터널 앞에는 신호등이 있습니다.
반드시 신호를 지켜야 합니다. 그냥 들어갔다가는 터널 안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섬 곳곳에서 도로 보수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를 복구하면 저기에 문제가 생기는 식이라서 해마다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사구간에는 임시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으니 잘 살펴서 운행해야 합니다.
새로 뚫린 도로 외에는 패이거나 땜질이 된 길이 많아 그 또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섬의 북쪽인 천부리와 나리분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경사도 심하고 매우 구불구불하니 운전에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언젠가 겨울에 다시 가면 나리분지 눈 속에 고립되어 일주일쯤 푹 파묻히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4. 먹을거리
식당에서 사 먹는 울릉도 음식은 홍합밥, 따개비밥, 따개비칼국수, 홍따밥, 산채비빔밥, 울릉도 정식 등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나만 콕 집어 추천하자면 도동항 골목 안쪽에 위치한 식당의 홍따밥을 권하고 싶습니다.
고슬고슬 지은 밥에 홍합과 따개비를 잘라 넣고 살짝 볶아 내놓습니다.
다양한 산나물과 반찬들, 들깨미역국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맛났습니다.
나리분지에도 식당이 몇 곳 있는데 산채비빔밥이 좋습니다.
씨껍데기 동동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회는 저동항 어민횟집 맞은편 난전 할머니들에게서 메바리(볼락)를 떠달라고 해 보세요.
렌터카 직원분이 추천해 준 남양항의 따개비칼국수를 먹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5. 물품 구입
울릉도는 울릉읍, 서면, 북면, 세 개의 읍면에 도합 8개 리가 전부입니다.
마을마다 작은 가게들이 있는데 물품 구색이 도시처럼 다양하지 않아 원하는 물건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울릉도 물가는 비쌉니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섬이다 보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구멍가게보다 오히려 편의점이 더 쌉니다. 문제는 편의점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 도동이나 저동이 아니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숙박하는 곳에서 농협하나로마트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울릉도 특산품인 오징어, 호박엿 등은 섬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도동항 골목 안쪽 깊숙한 곳에서 상당히 싸게 구입했습니다.
아무튼 발품을 조금만 팔면 저렴하게 득템이 가능합니다.
6. 주유소
주유소는 섬 전체에 3곳 뿐입니다.
도동과 저동을 잇는 도로에 두 곳이 있고, 서면 태하리에 하나 있습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리분지에 올라갔다 와도 그리 많은 양의 기름이 들지 않습니다.
출발 전 도동에서 주유하거나 태하리 공설운동장을 지나가다 독도주유소가 보이면 넣으세요.
독도주유소에는 순심이, 봉구라는 이름을 가진 개 두 마리가 여유로운 견생을 살고 있습니다.(지금도 그러하길...)
주유 중 차량 문을 열어 놓으면 하얗고 커다란 순심이와 갈색의 작은 봉구가 다가와 문 안쪽을 들여다봅니다.
아마도 손님들이 나누어주는 간식에 맛을 들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순둥순둥하니 귀엽습니다.
7. 캠핑
울릉도에서 머문 이틀밤을 학포야영장에서 보낼 수 있었던 건 매우 큰 행운이었습니다.
섬 서쪽에 위치한 학포는 매우 작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1박2일 촬영지 안내판이 조그맣게 보이는데 그리로 들어가면 됩니다.
야영장에 서면 탁 트인 바다와 마을, 만물상 절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10개의 데크, 주차장, 화장실, 세척실, 샤워실,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두루 갖췄습니다.
시설이 매우 깨끗하고 24시간 뜨거운 물이 나옵니다.
심지어 무료.(지금은 유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텐트를 세우고 노을과 함께 저녁반주를 치다 보니, 함께 한 동무 외에 내 삶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이들이 해가 지는 바다 건너에 있었습니다. 그 경험과 감정의 이질감은 지금도 묘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나리분지에도 야영장이 있고, 내수전몽돌해변에 데크 2기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서면 남서리 길가에 국민여가캠핑장이 있는데 이곳은 도로에 너무 근접해 있고 비용이 듭니다.
8. 여행지
울릉도는 섬 전체가 비경입니다.
드라이브 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이 인상적이지요.
이국적인 느낌도 꽤 있어서 말이 통하는 외국에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멈춰 선 곳 어디나 좋지만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하는 곳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퉁구미의 거북바위, 태하리 황토구미와 대풍감, 나리분지(신령수 약수를 마시고 알봉둘레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성인봉과 깃대봉, 삼선암, 관음도, 내수전일출전망대, 봉래폭포, 행남등대산책로, 도동항과 저동항의 골목들, 사람들...
그리고 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