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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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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Oct 30. 2023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5.

오래된 부부

아내와 2년 만에 몽크를 했다. 아들 녀석이 퇴직선물로 보내준 오키나와 여행으로 우리 부부는 마지못해 일본행 여행 가방을 쌌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아내가 침대 끝에 앉아있었다.  미끌거리는 진달래색 란제리를 입은 아내는 영양크림을 바른 반지르르한 얼굴을 하고 무심히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호텔방은 그리 크지 않았고, 창가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긴 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서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추레하고 헐렁하고 꾸깃한 사각팬티만 입은 채 덜렁덜렁 머리를 , 스킨을 바르며 어슬렁거리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내 옆으로 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 공간에 둘이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내의 살집 없는 가느다란 허벅지가 란제리 밑으로 반쯤 드러나 있었다. 자꾸 팬티 앞섶으로 녀석이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2년 만에 용기를 내어 아내의 란제리 어깨끈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생각한 거하고 다르게 아내도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아내는 벌써 탱글탱글 해져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탱글탱글한 아내를 보니 나도 오랜만에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는 좀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애써 참으며 나를 기다려준다.

오래된 부부는 그런 거 같다.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그런 거 같다.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끝이 지 모르겠다. 묵묵히 미루고 미루던 몽크를 드디어 2년만에 해냈다. 저녁에 먹은 장어초밥 덕분인지 나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듯하다.



 

도시를 선호하는 아내는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나만 혼자 지방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15년을 보내다가 퇴임을 했다.

주말부부였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 서울로 올라가 볼일을 보고 서둘러 내려오곤 했었다. 주말부부라기보다는 별거 생활에 가까웠다. 취미와 취향과 가치관 모두가 나와 다른 아내에게 지쳐 도망치다시피 떠난 지방의 초등학교 자리였다. 아내는 아들의 대학입시와 직장과 결혼까지 완벽하게 본인의 눈높이에 맞춰 이뤄주길 바라는 사람이다.

딱히 이혼사유는 없으니 책임과 의무만이 남은 가족관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퇴직을 했으니 빼도 박도 못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나름대로 나는 홀로서기를 위해 퇴직하기 전부터 역사체험 해설사와 숲해설사로 제2의 인생을 그렸고, 이제 다시 시작한 지 석 달 째이다.


그리고 오동통한 그 아가씨알게 된 것도 석 달 째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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