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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01. 2024

너희 아빠는 차 뭐 타고 다녀?

걸어 다녀도 행복할 수 있다

요즘 유치원생들이 하는 말이다. 초등학생도 아닌, 유치원생들이다.

어린 자녀는 대개 청년들보다 습득력이 빠르다.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나도 그랬다. 보이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들도 기억하고, 싸우는 순간도 기억하고, ’이게 왜기억나지 ‘라고 생각했던 작은 것들도 떠오른다. 신혼부부들이 어려서 아기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큰 착각이다. 스펀치처럼 무엇이든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시기다. 그래서 단순히 유치원생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자녀교육이 잘못되어그렇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자녀가 하루 24시간 주변에서 듣고 배운 것이 맞는 거라고 생각하며 커온 것일 뿐. 외제차, 신형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그들에게는 곧 성공이고, 삶의 전부, 행복의 척도라 생각한 것이다.

참 부끄러운 것은 우리 청년들이나 중년들도 이 아이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왜냐고? 자본주의에서는 실제로 그게 맞거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들의 성공을 부정하면서 ‘아, 쟤는 빚을 내서 샀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건 그냥 자기 위안이다.


내게 충격적인 인상을 줬던 과거를 반추해 본다. 멕시코에 있을 당시 여름휴가를 맞아, 멕시코 -과테말라 국경지대인 치아파스주에 있는 ‘Tapachula’라는 도시친구집에 초대받아 한 달간 산적이 있다. 멕시코에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 멕시코 시골마을에 무려 한 달이나 거주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어느 날 피라미드를 보러 과테말라 국경을 지나가다,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갔다. 배가 출출해 타코를 먹으러 가다 봤다. 큰 마을도 아니고 몇 개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곳이었는데  내 멕시코 친구도 여기는 처음 와본 곳이라 했다.

사진 찍는 것이 그들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겠다 싶어 찍지 못했으나 그건 집이 아니라 천막 수준이었다. 그곳에 살면서 타코를 만들고, 아이들을 세네 명씩 낳아 기르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들은 스페인어도 모른다. 원주민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독립적인 세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한없이 밝게 웃음 짓던 아이의 미소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분들에게 ‘너네 아빠 차 뭐 타고 다녀’라는 질문을 한다고 하면 이해 자체를 못할 것이다. 차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거든. 이런 차면 어떻고 저런 차면 어떠리.짧은 시간에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는 이동수단 자체의 의미에도 아마 환호할 것이다.

당시 나는 여자친구랑 이별했으며, 몇십만 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고, 감기몸살까지 걸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 같은 날 일어났다. 이들을 보며 내 인생을 위로삼고 정당화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지만,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또 다른 의미로 인생을 바라보게 됐다. 매사에 내가 정한 기준으로 솔직하고 당당해졌다. 내 기준으로 산다는 건 눈과 귀를 닫고 살아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내가 좋고 편하면 주변환경을 신경 쓸 것 없이 솔직해지라는 거다. 사람들이 직접 내게 말했던 몇개의 경험담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1.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게 있나? “

2. 결혼했는데 자녀 계획은 준비 중이니?

"지금 당장은 생각이 없다"

3. 차는 왜 없어? 그 나이 되면 차 한 대는 있어야 하지 않겠니?

 "그냥 없다. 필요가 없다"

4. 결혼 신혼집을 그곳에 정한 이유가 있니?

"돈이 없어서 선택지가 크게 없었다"

5. 결혼할 때 돈 얼마 모았니? 지금 저축 얼마나 하니?

"쓰고 남는 돈은 저축한다"


솔직하고 당당하니 내가 쫓는 본연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나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스스로 찾게 됐다. 이로써 내 곁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차게 된다. 주변에서도 이 당당한 모습을 어필하니 도움을 준다.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한다.

이 작은 소국에서 남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 애써봤자 결국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좋은 이미지? 출세? 명예? 돈? 결국은 내가 중요하기 생각하는 본연의 가치를 따라가야 한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오히려 겸손을 가져온다. 왜냐. 없는 걸 없다고 얘기하거든. 그게 돈이 됐든 머가 됐든 결핍은 자랑이 아니니, 내가 먼저 알릴 필요가 없어지고 스스로 겸손해진다. 그리고 있는 것에 더 소중함을 느낀다.

어릴 때는 축구공 하나에도 행복했는데, 가지면 가질수록 더 쫒게 됨을 느낀다. 조건에 파묻히면 더 나은 조건만 보이기 마련. 어떻게 지금 가진 것에서 만족을 찾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사실 우리가 지금 탐하고 있는 것들 중에 결국 객관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돈, 명예, 지식, 권력도 결국은 내가 여기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비로소 의미 있는 것이 된다. 내가 의미를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 나를 알아가기 위해 결국 우리는 그렇게 매 순간 공부를 하고,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원숭이랑 전혀 다를 게 없다. 인간이 동물과 차이를 두는 가장 큰 것이 하루를 살아가며 어디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다.

우리 아빠차가 경차든, 외제차든, 국산차든 심지어 차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이는 의미를 두지 않는 자에게는 인생에서 정말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는것을 명심하자.

그 유치원생을 만난다면 아버님이 외제차를 타는 것에진심으로 축하해 줄 것이다. 그 아이에겐 현재로서는 그게 삶에 가장 큰 행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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