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사람들은 어떻게 직업을 선택할까?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참 먼 나라다. 역사 언어, 종교, 외모, 음식, 사람들의 생활방식, 사고까지.
아내는 중국에 십몇년간 살았다. 그래서 나는 중국인들이 삶을 대하는 가치관, 사고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했다. 이를 과거의 중국여행때와 대조해 보니 들어맞는 부분이 참 많다. 이번 일본여행에서도 일본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숱하게 인사이트를 느꼈다.
내가 이 두나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직업관이다.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직업을 대하는 가치관이 어떻게 다를까? 이 세 국가의 사람들이 가진 직업에 대한 생각은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내 경험에서 느낀 생각임을 사전에 밝힌다.
먼저 중국을 살펴보자. 정확한 비교를 위해 한국인, 일본인과 중국인은 같은 직업으로 가정해 보자. 환경미화원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옆에는 한 미국인 사업가가 있다. 그가 묻는다.
“혹시 하시는 일이 어떻게 되시나요?”
중국인 환경미화원이 이렇게 말한다.
“전 쓰레기 줍는 일 합니다”
“직업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힘들진 않으신가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지금이라도 봉급 받는 환경미화원이 아니라, 훌륭한 사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
“그럼 뭐 하나요? 사업가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근데 전 그 대단하신 당신이랑 같은 자리에서 얘기하고 있잖아요^^“
이런 느낌이다. 자신감이 넘치며 자기애가 강하다. 사업가라는 직업과 비교했을 때 연봉이 높지도 않고, 명예로운 직업도 아니나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본인이 직업을 만족하고 있는지, 불만족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나 사람들에게 비친 중국인은 한없이 당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와 함께 같은 자리에서 얘기하고 있다 ‘라는 말이 이를 증명해 준다. 직업에 대해 그냥 내가 떳떳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있어 자유로우며 신경자체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는 “네가 그렇게 대단하냐”라는 말을 보아 본인이 기분 나쁘면 대상과 장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꼭 한다.
이젠 일본인이다. 일본인은 미국인 사업가와의 대화에서 어떤 말을 할까. 먼저 일본 환경미화원이 말한다.
“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근데 그 일은 아무리 잘해도, 월급도 똑같고, 상상이상의 돈을 못 버는데도 괜찮나요?”
“돈 많이 벌면 좋겠지만, 이게 제가 선택한 길인걸요. 저는 환경미화원으로써 그냥 직업에 대한 사명감, 자부심이 있을 뿐입니다. 적어도 제가 맡은 구역은 깨끗이 해야지, 그래도 제 몫의 돈을 버는데. 저는 연봉을 몇억 받는 다해도 제가 원하지 않는 일은 관심 없어요.크게 출세하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어요.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제 몫을 확실히 하고 그 몫에 대한 대가를 받을 뿐입니다.”
과거 몇십 년 전, 왜 한국이 일제라고 하면 품질이 좋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확실히 있다. 잘못된 제품을 만들면 수치심을 느끼는 민족으로, 본인의 일에 대한 사명감이 강하다. 100년 된 초밥집 등 3대, 4대째 이어오는 음식점도 허다하지 않은가. 타인의 눈을 하나도 의식하지 않고, 어떤 주어진 일이든 천직이라는 생각아래 열심히 임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직업은 곧 인생이거든. 그래서 길거리에 파는 타코야키 사장, 택시운전사, 오뎅집 사장님은 고학력의 대졸인 경우도 많다. 무언가 하나를 해도 ‘장인 정신’이 투철하다. 그래서 외제차나, 칼, 전자제품 등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곳에는 늘 일본인이 자리한다. 반복되는 단순노동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어떤 작은 일이든 내 것으로 만들어 감을 알 수 있다.
다음은 한국인이다. 사업가가 묻는다.
“왜 이 직업을 선택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이 직업이 좋다고 해서 열심히준비해서 합격했는데, 생각보다 인식도 그렇고, 돈이 안돼서 너무 힘드네요“
부모님의 권유로 직업을 선택한 것을 보아 타인의 인식과 이상에 따라 직업을 결정하고, 무엇보다 보상이 가장 우선시 된다. 특히 인식 얘기 하는 걸 보아 직업의외관을 중요시 여긴다.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고 번듯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그 어떤 부분에서든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또 역설적인 게 돈을 많이 벌지 않는 직업은 그 어떤 종류든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보다 열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생산직이 사무직보다 더 많이 벌 때도 있는데. 근데 중요한 건 이 돈이 되는 직업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합쳐서 5%만 차지할 수 있는 곳(대기업, 공기업, 전문직)에 모두가 달려들고 95%는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돈이 곧 행복이라면 결국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딱 5%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멕시코에서 2년, 미국에서 2년을 살았다. 멕시코 어부 이야기는 양쪽 당사자 모두를 공감하며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아시아인의 직업관에 큰 교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인 사업가가 쉬고 있는 멕시코 어부한테 말한다. 그에게 더 열심히 일해서, 물고기를 많이 잡아 배를 늘리고, 사업을 키우라고 권유한다.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사업을 확장하면 건물도 사고 결국은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다고. 가족과 함께 놀고, 개인시간도 갖고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자 멕시코어부는 이야기한다.
“지금 이미 그러고 있는데요?”
실제로 그렇다. 멕시칸들은 길거리 앞에 타코집 아저씨도 싱글벙글이다. 무엇보다 지금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한 일을 가장 우선시한다. 내 멕시코 친구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에 허둥지둥 헤매거나 타인과 경쟁하지 않았다. 근데도 백수가 아무도 없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각자 최대한 본인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돈은 행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시간 외 수당을 몇 배나 주어도, 그 어떤 보상으로 회사에 헌신하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 가족과 내 삶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멕시칸 중에 만약 한국인이나 일본인과 같은 직업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큰 경쟁 없이 성공할 수 있다. 죽어라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 그런 수요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멕시코에 가보면 알겠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한인이나일본인 중 개인사업자들은 대개 다 돈도 많고 잘 산다.
멕시칸이나 아시아인이나 직업에 대한정답은 없다. 그럼 이 모두를 겪어본 내가 생각하는 직업의 진짜 정의는 무엇일까.
먼저, 그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앞서 예시로 든 일본인과 비슷하다. 누가 뭐라 하든, 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직업이며 누구에게나 떳떳한 것이다. 내 노동력으로 열심히 일해 그 피와 땀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얼마나 성스러운 일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잃기 마련이다. 내 피와 땀은 상상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특히 직업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롭기까지 하다. 직업으로써 타인 혹은 이 세상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은 현존하는 직업 중에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긴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환경미화원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오로지 경험으로 동기삼아 생긴 직업이다. 그 경험은 직접 우연히 경험해 본 것일 수도 있고, 책이나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일 수 있다. 내가 경험해 보니 좋아서 나랑 잘 맞다고 판단했기에 선택한 거고, 이 선택은 그 직업을 더 가치 있고 오래 할 수 있게 만든다.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 바로 오로지 내 노력으로 일궈낸 직업이다. 어떤 시험이 될 수도 있고,인터뷰가 될수도 있다. 오랜시간을 들여 일궈낸 일들.
공무원시험을 3년~4년 얼마가 걸리든 준비해서 결국 합격했다면? 나는 꿈을 이룬 것이다.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대통령도 9수를 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나. 오래 걸린다고 누가 뭐라 하든, 내가 내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그건 단순히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넘어서서 새 인생을 가진 것에 가깝다. 이런 태도들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직업관이다. 여러분의 직업관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