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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Mar 27. 2024

연봉 1억 7천3백이면 행복해?

직업엔 귀천이 있다 vs 없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단순한 생계를 넘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 수단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바로 직업이다. 직업을 가진 자에겐 그에 따른 합당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고, 오로지 독립적으로 본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 삶이 바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이다.

설령 내가 백수라 할지라도,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있고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고귀하다. 백수가 욕먹는 이유는 일자리를 구할 의지는 없으면서 남에게 기대어 살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백수가 절대 그렇지는 않다.

23년 억대연봉 회사들

이 회사 중 하나를 다니는 친한 동생이 당당하게 보내온 표다. 이 표에 가장 위에 있는 S-OIL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1억 7천3백이다. 이들은 이 직업을 가짐으로써이렇게 많은 돈을 버는데 여기가 과연 최고의 직업일까? 행복의 순서대로 세운다면 S-OIL이 과연 정상을 찍을 수 있을까?

직업은 사람에 따라 돈보다 명예가 중시되기도 하고 연봉이 중요시되기도 한다. 각 직업별 조건은 천차만별이기에 우리는 각자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 살피며 직장을 선택한다. 그 기준은 연봉, 직장과의 거리, 성장가능성, 명예, 산업군, 안정성, 복지 등 매우 다양하다.

현대사회는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내 가치관이 맞는 쪽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직업군을 옮길 수 있다. 40대나 50대가 되어 새로운 산업군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으니 사실상 능력과 열정만 있다면 직업을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다. 반대로, 회사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인재를 구직사이트, 커뮤니티, 지인을 통해 먼저 스카웃하기도 한다.


직업을 바꿔 그 각자만의 기준에서 부합하면 귀한 직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천한 걸까를 생각해 본다. 직업 속에 과연 귀천이 있을까? 귀천은 말 그대로 귀하고 천함을 뜻한다. 예전이야 임금님은 귀하고, 노비는 천했으니 신분에 있어 귀천이 명확했다. 사농공상을 보면 천민은 아예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듯.

요즘도 물론 화이트칼라만을 고집하는 고지식한 사람들에게는 블루칼라 생산직은 무시받고, 공장근무를 한다고 하면 결혼을 반대하는 집안도 있다. 실제 내 고향인 경상도에서는 내 친구가 남편이 생산직 출신이라고결혼을 반대했다. 어떤 이는 공장복을 입고 오뎅을 먹는데 분식집 아주머니한테까지 무시당한 적이 있단다.생산직이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사무직보다 돈도 훨씬 많이 버는데 말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대개 각자의 기준이 신분보다는 모든 직업은 ‘돈’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결국 내가 아침에 눈뜨고 저녁까지 하는 직업 자체는 돈을 많이 벌어야 타인에게 인정받고, 귀한 직업이라는 인식이다.

사람들이 돈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월 몇천만 원 버는 사업가가 고위공무원이나, 대학교수, 물리학자, 과학자과 같은 명예로운 직업을 천대하게 된다. 개인의 발전은 마다하고 사회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게 된다. 또 많은 대중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한다.

유튜버가 대표적인 예다. 남들 다 하고 왠지 쉬워 보이고, 인기는 인기대로 얻으니까 그냥 다 도전해 본다. 오죽했으면 직장인의 3대 고민 중 유튜버나 해볼까이고,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이 유튜버가 1위인 걸 보면 사람들이 직업을 대하는 인식을 알만하다. 우리 어릴 때는 의사나, 선생님, 경찰, 축구선수 등 본인이 조금이라도 원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직업으로 꿈꿨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근데 세상엔 쉬운 일 하나 없다. 사업으로 돈을 번 사람이든 성공한 유튜버든 결국엔 그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각자 가진 것이다. 그들에겐 직업자체가 애초에 돈이 아니었다. 본인이 원하는 목표가 명확했기에 돈은 그저 부수적으로 따라온 것일 뿐.


이 사진을 보자. 환경미화원을 두고 위 사진 어머니는 아이에게 말을 한다. 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환경미화원을 가리키며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타이른다.

반면에 아래 어머니는 아이에게 ‘너 공부 열심히 해서 저런 분들도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해’라고 말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말해주는 사이다 같은 발언이다. 마지막 어머님이 말하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환경미화원이라는 인식이 안 좋기에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직업자체에 귀천을 두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네가 그렇게 기여하며 커야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직업관도 이와 같다. 직업에는 단언컨대 귀천이 없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직업 자체로 그게 무슨 직업이든 존중받고,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직업을 대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자유다. 단, 그 누구에게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한 직업이 속한 준거집단의 특성이나 수준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특히 세상 무슨 직업이든 고귀하다고 일반화시킬 순 없으나, 한 직업을 본인의 경험과 잣대로 잘못 판단하고 재단하는 사람들은 흑백논리에 젖은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위 사진 어머니처럼.

내가 돈이 중요하면 대기업/전문직을 하면 된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하면 기업문화가 자유로운 곳이 입사하고, 성장가능성이 중요하다하면 미래산업이나 스타트업에 가면 된다. 타인의 직업적 선택에 대한 비난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걸 비난하는 사람들은 본인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방어막을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게 어렵다고 한다면, 그냥 신경을 안 쓰면 된다. 의대증원과 같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공공연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나 사회가 개입을 하는 것이 맞으나, 직업의 귀천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세대, 성별, 나이 갖가지 변수 앞에서 지나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양질의 일자리로 사람들이 몰려 무한경쟁에 익숙해서다.

예를 들어,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노력을 안 해서 취업을 못하는 거다’, ‘본인 수준을 모르고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거다’라고 단정 짓는다. 그들의 삶을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직업에 대한 타인의 가치관을 비난할 수 있나. 또 여성우대/여성할당제를 늘려도, 기업에 임원 성별이 남성이 압도적인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군 가산점 도입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대기업엔 나이가 30 넘으면 진짜 못 들어갈까? 결국 이 모든 것은 수박 겉핥기며 탁상공론이다.


각자가 더 좋아하는 일에 신경을 쏟는다면 각기 다른 다양한 직업 속에 이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내가 돈이 중요하다면 연봉이 적다고 고용주를 욕 할게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자 내가 더 노력해 본다면. 취업준비 안 하고 이직 안 하는 친구 욕할게아니라 내가 내 직업에서의 발전을 먼저 찾는다면. 그럼 모든 직업이 소중하고 고귀하게 보이는 첫 시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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