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33세 한 여성이 있다. 지방에서 19살 때부터 상경해 원룸에서 자취를 한다. 인서울대학교를 나와 현재는 대기업에 다니며 벌써 입사 6년 차 대리다. 월 400만 원 정도 받는다. 성과급 까지 하면 연봉이 7천만 원 정도 된다. 또래 여성 및 친구들 대비 많은 월급에 꽤 넉넉히 지내는 편이다. 모은 돈도 일억이 넘는다. 회사에서 월세 지원도 해주기 때문에 월 200만 원을 저축하고도 돈이 남아 여행을 혼자 가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긴다. 최근에는 대학원도 계획중이며 골프도 한번 배워볼까 고민 중이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결혼이다. 고향의 지방친구들은 다들 결혼해서 자녀도 최소 둘이다. 스스로 결혼을 원하지 않아 안 하고 있다고 자기 위로 삼기에는 본인의 모습이 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처량하다.
이 여성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인터넷 및 미디어의 가스라이팅이다. 경제적인 문제는말할 것도 없이 이미 주변에서 많이 들어 알고 있다.
평생 한번 하는 결혼, 그 정도를 투자하는 것에 크게 부정적인 생각도 아니다. 이 여성도 그 정도는 충분히 벌기 때문이다. 다만 미디어에서 남녀를 갈라치고 벽을 세우고, 여성을 결혼의 피해자로 각인시키는 미디어 문화가 결혼을 망설이게 한다. 여기서 네티즌들은 세상 모든 이슈를 남녀의 문제로 만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결혼의 부정적인 면만 골라 부각시키고, 육아의 힘듦, 임신의 고통을 과장해서 퍼트린다. 응원과 위로가 아닌 '내 고통을 너도 한번 느껴봐라'라는 식이다.
남녀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로에 대한 오해만 잔뜩 안은 채 혐오만 쌓여간다. 현실과 인터넷의 괴리감을 보지 못하고, 현실도 인터넷과 같이 다 그런 남자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며 남자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게 된다. 만약, 과거 연애나 결혼에 상처가 있었다면 더 그렇다.
이 여성에겐 이런 미디어문화의 가스라이팅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가장 우선적 요인이다.
다음은 경제적 문제다. 이 여성은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돈도 잘 벌고, 모아둔 돈도 있다. 근데 남자들은 본인들이 결혼에 있어 더 금전적인 손해를 본다고생각한다. 결혼에 있어 남자가 더 경제적 부담을 안고 간다는 거다. 아니, 이 여성도 돈을 보탠다는데 무슨 소린가? 오히려 남자보다 더 많이 낼 수도 있다. 이 여성도 충분히 경제력이 있다.
시대를 거슬러 내려온 가부장제에 따른 양성불평등도 빼 놓을 수 없다. 요즘은 평등해졌다고 하나, 결혼은 여자에게 훨씬 더 불리한 제도다. 명절마다 제사며 차례며, 고부갈등에, 자녀양육에 따른 경력단절, 육아의 힘듦, 만약 자녀를 안 낳기라도 하면 양가집안의 눈치, 셀수도 없다.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채용에는 여성차별은 이제 없다고 하나(이것도 사실 모른다), 회사를 5년~10년 다녀보면 안다. 팀장 및 임원 등 관리직의 비율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데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조직에서 도태되어 과거만큼의 경제력도 유지하기 힘든데 어떻게 결혼해서 애를 낳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여성들은 결혼하면 당연히 경제력이 줄어드니,경제력이 있는 남자를 찾겠다는 건데 대한민국 남자들은 이를 김치녀라고 비난하니 웃길 노릇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여자는 30살부터 나이를 먹을수록 몸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녀출산, 육아 등의 문제로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떨어지니 하루빨리 결혼하라는거다. 그런데 아무나 만나 결혼할 수는 없지 않나. 한껏 꾸미고 소개팅을 나가면 온통 본인의 자산과 직업에만 관심 있는 남자들뿐이다. 여자는 본래 본인보다 뛰어나거나 혹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원시시대 때를 생각해 봐라. 남자는 사냥을 해서 자녀를 먹이고, 내 가족을 보호해야만 했기에 이건 남녀의 어쩔 수 없는 원초적인 본능이다. 그래서 이 대기업 다니는 여자도 물론 본인보다 잘나고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 대기업뿐 아니라 전문직 등의 고연봉자, 고학벌 여성도 마찬가지. 이건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여자가 학력이 높아질수록, 연차가 올라 더 능력을 가질수록 남자들은 이를 꺼린다.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그건 나보다 더 잘번다는 자격지심일수도 있고, 어린 여자가 좋다는 개인 취향일 수도 있다.
여자는 20대 때 자기계발한다고 연애를 못해 이제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남자들은 나이가 많다고 꺼리고•••연애를 못하니 여자들은 더 자기 계발을 하고 자산을 축적하고 더 배워가는데 남자는 이를 더 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 여자들도 모두 알고 있다. 남자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할지언정 성실하고, 자기 삶을 열심히 사는 남자면 충분하다는 것을. 근데 주변의 환경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눈 닫고 귀 닫고 무시하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누구 남자친구는 샤넬백을 사주고, 누구 남편은 외제차에 매일 밤마다 데리러 오네? 이렇게 공부하고 배워서 결국 만나는 게 중소기업 다니는 그냥저냥한 남자라면 현타가 오고 본인 스스로가 처량하기까지 하다.이건 잘못된 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만든다. 비교와 경쟁이 사회전반에 녹아있다. 인스타그램이나 SNS 클릭 한번만으로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근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애초에 이 여성의삶의 목적이 결혼이었다면 당연히 이 여성은 공부를 더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경쟁에서 이겨 대기업을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노력으로 운동을 하거나 자기 관리에 매진했겠지. 남자한테 외적으로 이쁘고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근데 이 여성의 삶의 목표는 결혼이 아니다. 혼자 자기계발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할 때의 그 성취감이 가장 행복한 여성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왜 어른들은 나이가 있는데 결혼 안 하는 여자를 노처녀라고 규정하고 가엾게 보는가? 이 여성에겐 그들이 더 가엾다. 본인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자식, 남편에게만 희생하다 세월을 다 흘려보낸 그들이 가엾다. 이 여성은 본인 인생에 집중하며 매 순간 성취를 느끼며 나아가는 사람이 좋고 그런 본인이 좋다. 결혼은 무슨 결혼.이 여성에게 인생의 목표는 남자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만약 결혼을 한다면 미래의 남편한테 미안하기도 하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대부분의 현대인은 본인 하나 먹고 살기에도 사실 벅차다. 누군가에게 본인 삶만큼 깊은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고, 남편의 가족을 내 가족처럼 온전히 챙길 수 있는 의지도 없고 자신도 없다. 그들에게 상처를 줄빠에 혼자 살면서 자기 관리에 매진하며 아름다운 본인만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여긴다.
퇴근 후 이 여성의 어머니가 전화와서는 남자친구가 없냐고 묻는다. 이 여성은 대답한다.
"엄마, 전 비혼주의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