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33살 결혼적령기인 한 남성이 있다. 이 남성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고, 월 250만 원을 번다. 키도 크고 외모도 준수하다. 서울에서 월세로 거주 중이고 월세는 월 50만 원을 낸다. 결국 모든 공과금을 내고 나면 월
150만 원 정도 저축하는 게 최선이다. 결국 생활비는 50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건데 이렇게라도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서울에서 아무런 꿈조차 꿀 수 없다. 직장생활의 끝에 집 한 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어릴 때 20대 때는 열에 아홉이 나랑 안 맞고 딱 하나만 충족해도 여자를 만났다. 그 하나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아픔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연애를 했다. 근데 지금은 열에 하나만 안 맞아도 안 만난다. 그럴 힘과 에너지, 의지가 없거든. 나도 이제 사회생활하고 부족하지만 내 앞가림하면서 스스로 돈 벌고 있는데,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서까지 이 사람한테 내가 왜 매달려야 하나? 20대 때에는 돈이 없어 가난해도 순수한 마음으로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도 어느 정도 높아졌고 그때 있던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를 만나기도 너무 힘들다.
우여곡절 끝에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한다 치자. 이 남자는 왜 이 여자랑 결혼생각이 없는 걸까? 이 남자는 왜 결혼하지 않는 걸까라는 물음에단연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얘기는 경제적 이유다.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는 의식주라 한다. 그중에서 당연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 주. 바로 집이다. 일터에 나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근데 결혼해서도 원룸에 살 수는 없다. 있다한들 그걸 허락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원룸에서 시작했어요”라는 말은 인터넷에 나오는 말이지, 현실적으로 내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아마 결혼해서 같이 원룸에서 시작하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다 도망갈 거다. 심지어 돈을 어느 정도 모아 남자 1억, 여자 1억 합쳐 2억을 모았다고 치자. 여자 집에서는 당연히 만족하지 않고 1억보다 더 가져오거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평등하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자리 잡힌 정서가 부모세대에서는아직 깔려 있다.
부모님의 도움 아래 집을 어찌어찌했다고 치자. 다음 은 결혼식장을 보자. 결혼식장을 가보면 알겠지만 요즘은 식대만 웬만한 곳은 최소 6만 원이다. 200명을 잡았을 때, 1,200만 원에 스드메 500만 원, 대관비 400~500 하면 벌써 그거만 2천만 원이 넘는다. 예물, 집, 신혼여행, 추가적인 모든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오로지결혼을 하기 위한 ‘결혼식장’만 생각한 것이다. 물론 시설이 좀 낙후되고, 유명하지 않은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해도 아무 상관없다. 어차피 하객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못한다. ‘밥’과 ‘주차’ 이 두 가지는 기억할 수도 있겠지. 근데 예비신혼부부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혼식투어 몇 개만 해보면 ‘결혼식은 평생 한 번인데? 내 사람들을 초대하는 건데?’ 혹은 ‘친구들, 하객들 사이에서 체면이 구겨지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예비 신혼부부에게 스멀스멀 피어난다. 계속 그렇게 과소비를 하면서 조금 더 좋은 거, 조금 더 괜찮은 것만 쫓다 결혼준비에만 몇천만 원을 쓴다. 그래서 결혼식 사업이 망하지 않는 것이다. 드레스 추가 한 번에 55만 원, 사진 하루에 몇 백만 원이 말이 되나.
이 남자는 주변에서 듣는 이들의 불평에 나날이 결혼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만 커져간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바로 이런 비교의 만연화다. 그래서 한 커뮤니티에는 이런 말도 생겼다. 돈 없는데 결혼해도, 가난한데 애를 낳아 길러도, 취업을 늦게 해서 모아둔 돈이 없어도, 직장을 잃어도, 인생안 망한다고. 인터넷에서 남들 어떻게 사는지 본인인생과 비교하는 순간 인생은 망한다고 말이다.
이 청년이 원룸에서 혹은 작은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꾸려가겠다고 나만의 강한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고 치자. 평범함의 정의 자체가 상향 평준화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눈과 귀를 닫고 온전히 살아간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 아무리 곧은 신념과 올바른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인생 혼자 사는 거 아니지 않나.
인간은 사회활동을 하고,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누군 어디에 취업했대”, “누구는 어디에 집을 샀대”, “재테크가 대박이 났대”, 이런 비교 속에서 자유롭기에는 큰 결심과 각성이 요구된다.
이 청년은 샤워를 할 때 거울을 보면서 내 외모, 능력, 자산 이 모든 게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는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지금 내가 결혼은 무슨 결혼, 혼자서도제대로 못 사는데. 나 혼자 스스로도 책임 못 지는데 누굴 책임질 수 있을까? 그냥 혼자 살자, 어떻게든 되겠지‘
대한민국 청년들의 초혼의 나이는 이렇게 늦어진다.
아주 옛날에야 결혼하면 남자가 집을 해오고, 여자는 가구나 가전살림을 해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이라고 이와 같은 생각들이 100%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 아직도 경상도 부모님들은 놀랍게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집까진 아니더라도 ‘당연히’ 남자 쪽에서 결혼비용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논리다. 이뿐만 아니다. 소개팅을 한다고 치자. 보통은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고 헤어지는 식인데 밥은 당연히 남자가 사고, 커피는 여자가 사고.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반반 분담하는 사람도 요즘 많다고 하나, 어제 친한 동생의 경험담에 따르면 올해만 소개팅을 열 번 넘게 했는데 주선자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밥은 늘 자기가 샀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한다. 한번 사면 5~6만 원. 잘 성사되지 않는다 해도 일단 여자 소개팅을 한번 받기 위해서는 오만 원은 써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동생은 내게 이제부터는 애매한 시간 오후 세시나 네시쯤 만나 커피만 마신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에 들면 저녁을 먹고, 그렇지 않으면 커피 한잔 후 바로 헤어지는 식이다.
데이트를 하려면 자동차도 필수다. 요즘은 차 없는 남자는 여자 만나기도 힘들다. 내 여사친은 차 없는 사람을 늘 만나왔는데, 차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그다음 연애 때부터는 아예 차 없는 사람은 만나지도 못하겠다‘ 라고 설토를 했다. 심지어 요즘은 여자가 사회생활도 빨리 시작하기에, 여자가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 돈도 얼마 모으지도 못했는데, 원룸 단칸방 살면서 차는 또 무슨 차인가. 차를 무리해서 샀다 치면 유지비에, 기름값에, 취득세에, 삶은 더 고달파질 것이다. 하물며 결국 이 말은 차 없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서울에서 오로지 연애를 목적으로만 차를 사야 한다는 건데, 내 삶도 제대로 못살고 있는 판국에 어불성설이다.
이 남자는 여자를 만날 때 양면적인 태도를 보인다. 나보다 스펙도 좋고 외모도 준수한 여자와 소개팅을 나간다고 하자. 나보다 잘났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이 사람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하고 비교된다. 이 여자는 대기업 다니고 직급도 대린데, 나는 중소기업에 일반 사원에다가 모아둔 돈도 많이 없다. 자존감이 하락하고, 여자를 대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을 잃어간다. 여자는 정작 신경도 안 쓰고 있는데 이런 남자의 자격지심, 열등감, 자신감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작 여자는 거기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의 여자를 만났다 해보자. 이제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이 청년은 아직 취준생이거나 나보다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여자를 만나면 밥도 사주고, 본인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외모가 본인 스타일이라 다짜고짜 만났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했고, 눈이 높아져 적어도 나와 비슷한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든다. 취준생이라 직장생활을 하는 나와 공감대형성도 잘 되지 않는다. 돈을 내가 버니까 나만 돈 쓰는 느낌이다. 그리고는 더 좋은 스펙이나 더 나은 조건의 여자를 찾아 떠난다. 근데 또 이 좋은 스펙의 여자라도 나랑 같은 나이이거나, 나이가 많은 연상은 또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나보다 어려야 한다. 참 까다롭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 외로움은 늘 이 와중에 상존하기에,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주변사람들에게 얘기하며 나와 맞는 여자를 만날 방법을 또 궁리한다. 무한 굴레. 문득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결국 이 모든 건 내 욕심인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외모가 특출 나게 잘 생겼다면, 돈이 많았다면, 운동을 꾸준히 했다면,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특출 났다면 난 일찍 결혼할 수 있었을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대한민국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을 처량하고 이상하게 바라본다. 여자친구 여부를 물어본다.
‘아니, 혼자 살아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내가 지금 내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한데, 왜 이렇게사람들은 오지랖이 넓지?’
외로움을 혼자 감내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또 자존심이 있으니 결혼계획이나 연애 생각을 물으면 이렇게말한다.
“저는 비혼주의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