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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30. 2024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잘 들인 습관 하나가 곧 변화다

사라지는 것들. 꽤 유쾌하지만은 않다. 희미해지는 순간에도 악착같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사라지고 있는 현 상황을 바꿀 수 없어서다. 사라진 공간에는 개개인이 해석한 일말의 작은 흔적만이 남는다. 그 흔적은 남아있는 것들에 교훈과 깨달음을 선사하기도,비통함과 좌절을 안기기도 한다. 맨몸으로 와 다시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에도 인간은 본인이 사라질 때까지 이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영원히 익숙해지지 못한다.

사라지는 걸 말하기 전에 우리 주위에 계속 남아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안 사라져도 되고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 가치를 발하는 것들 말이다. 가령 가죽으로 만든 것들. 가죽가방, 가죽신발, 가죽지갑. 혹은 오래된사진이나, 너덜너덜해질정도로 아꼈던 책, 친구와의 추억, 어릴 적 썼던 일기, 오래된 노래, 미술작품, 명품 등이 있다. 반면, 무엇이든 트렌드를 좇는 게 세련되고 좋다고 하는 이도 있다. 근데 시대를 막론하고 얘기할 수 있는 건 결국 남는 건 어쨌든 옛날 것들이다. 근현대사 역사에 남을 한국 노래를 줄 세워도 BTS가 아니더라도 신해철의 <그대에게>가 더 주목받듯 말이다.


근데 이 오래된 것들은 현대사회에서는 큰 가치가 없다. 공급과잉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롭고 자극적인 것들에 묻히기에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것들에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먼지 가득한 일기장은 어느새 버려진다. 어렸을 때 술 한잔 하던 친구는 어디서 뭘 하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한 때 유행했던 래트로는 그리웠던 옛날 것들을 다시 회상시키는데도움을 주지만 결국 그때 그 환경만 그리운 것이다. 그냥 그렇게 그대로 끝내려 한다. 사람들은 현대사회에 절대 가져오고 싶지 않아 한다. 촌스럽고 불편하거든. 심지어 요즘은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서 필요한 것, 한 번쯤 사용했던 것들조차 모조리 버린다. 가볍게 사는 게 트렌드고, 곧 웰빙이다. 사실 2년 전에나 MZ세대들은 명품사고, 외제차 몰고, 해외여행 가고 욜로(YOLO)족처럼 살았지, 요즘 청년들은 고물가에 금리인상에 고환율에 먹고살기가 팍팍하니, 필요한 것만 산다. 이들을 요노족(You only need One)이라 부른다.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 본인한테 필요한 것만 사고 그 외에는 절대 소비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내가 오래 지키고 싶은 게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숭고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그중,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뭘까? 바로 습관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습관이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운동을 한다거나, 누군 책을 읽는다거나, 퇴근 후 영어공부를 한다거나. 혹은 쇼츠를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던지, 자기 전 맥주 한잔을 한다던지. 좋든 나쁘든 이습관은 일회성이 아닌 ‘반복’을 통해 형성된다. 계속 꾸준히 하니까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하지 않는 건 습관이라 칭할 수 없다. 몸이 안 좋다거나 피곤하다거나 물론 하기 싫은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혹을 무릅쓰고 한다. 당시 하기 싫었던 감정은 사라지지만 결과는 남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은 평범한 사람도 전문가가 될 수 있게 한다. 오죽하면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 <좋은 습관연구소>라는 곳이 있는데 여긴 평범한 일반인이 습관 하나로 정상에 올라간 이야기를 다룬 책만 벌써 몇십 권이다.


습관이 아예 없는 사람에게 인생의 질을 올려줄 반복적 유희를 가질 수 있는 법을 소개하겠다.

가장 먼저 ‘펠리컨 사고’에 집중하면 된다. 펠리컨은 유럽이나 몽골 등지에 분포하는 새의 종류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먹이를 먹을 때 입이 평소보다 커진다. 펠리컨은 자신의 몸통보다 훨씬 큰 동물도 일단 입을 들이대고 본다.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입부터 내민다. 사진과 같이 자전거 안장이든, 기린이든, 뭐든 일단 먹고 본다.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먼저 입부터 물고 난 뒤에 생각한다.

다소 무모해 보일지라도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냥 일단 해보는 거다.

지금 나는 수영을 7년째 하고 있는데 어릴 적 물놀이를갔다가 죽을 뻔했다. 그 트라우마를 떨치기 위해 23살에 수영을 시작했다. 일단 했다. 물에 안 떠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뜬다. 턱걸이도 똑같다. 처음에는 턱걸이 한 개는커녕 30초 철봉에 매달리기도 힘들었다.

그걸 그냥 계속 펠리컨처럼 무지성으로 들이대다 보면30초가 40초가 되고, 40초가 1분이 되고, 어느덧 턱걸이 한 개를 할 수 있게 된다. 요가, 테니스, 골프, 새벽기상, 찬물샤워, 영어공부, 글쓰기, 독서 주위 모든 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그냥 맨날 하다 보면 어느 날 뒤를 돌아봤을 때 괄목한 성과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내가 글을 2년, 3년째 꾸준히 쓰고 있다는 사실을. 공사장에서 돌을 지면서 공부하는 대학생을 한없이 부러워하던 현대그룹 창립자 정주영도 늘 하는 말이 있지 않나.

"이봐, 해봤어?"


우린 어쩌면 펠리컨보다도 지능은 높아도 용기나 실행력은 한없이 부족했을지 모른다. 가만히 있는다고 예상치 못한 행운은 절대 따라오지 않는다. 그냥 해야 한다. 왜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그 높은 부동산가격을 무릅쓰고 거기에 살려고 하는가. 사람들은 자녀를 좋은 학군에 가게 만들려는 이유가 결국은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부모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그 역할이 있고, 자녀는 그 환경 속에서 계기를 스스로 가지는 것이 목표다.


다음은 좋아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에 헤퍼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면, 그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계속하게 되고, 찾게 된다. 내 주변에서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계속하면서 내 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나는 편한데 남들은 하기 어려워하는 것,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내가 어떤 보상을 여태껏 얻었는지를 보면 저절로 자기 객관화가 된다.


이렇게 나만의 습관을 지켜나가면 사라지는 것은 미련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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