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점을 찍듯 글을 썼을 뿐인데, 새로운 삶으로 연결되었다.
살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냥 했을 뿐인데 돌아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그렇다. '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등장한 이 표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매일의 삶이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이 표현과 더불어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는데,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라는 표현이다. 신앙적 의미를 떠나 이 두 개의 표현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이유는 들쑥날쑥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는 요즘 나의 정신줄을 잡아주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육아를 시작한 뒤로 '하루'라는 시간은 때론 알차게 흘러가지만 대체로 어딘가 모자람을 경험한다. 어떤 날은 목표한 것들을 모두 완료했음에도 밤이 되면 어딘가 성에 차지 않는 듯 강한 미련이 남는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글을 쓴다. 글쓰기만큼 나의 헛헛함을 채워주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글쓰기는 지금의 내가 가장 꾸준하게 점을 찍고 있는 행동이다. 어디로 연결될지, 어떤 모양의 선이 될지 모르지만 분명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점을 찍고 있다. 이렇게 믿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글만 쓰던 나에게도 가끔이지만 어떤 제안이 들어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경험은 유튜브 출연 제안이었다.
'유튜브에? 나를? 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들었던 마음이다. 전혀 유명하지도 않고, 대단한 통찰을 가진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브런치에 쌓인 글을 보고 제안을 주는 것을 보면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승낙한 경험이 있다.
무슨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내내 고민해보지만 정작 본 녹음 당일이 되면 오디오가 절대 비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아주 살짝이지만 말하는 거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오디오 채널 콘텐츠에 출연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인의 소개로 작가 인터뷰에 섭외되었다. 워낙에 잘 이끌어주시는 진행자님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이때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같은 채널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강연에 강연자로 서기도 했고, 또 다른 콘텐츠에 패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PD님의 제안으로 최근에는 내 콘텐츠를 오픈하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세 번째는 소소한 글 기고 제안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보다 전문적인 이야기, 보다 내밀한 이야기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다 보니 각종 플랫폼의 마케팅 담당자가 눈여겨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에게도 한두 번 그런 기회가 주어져 내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마지막은 새로운 팀이 생겼다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브런치 작가들의 레이블이라는 팀을 알게 되었다. 마침 새로운 작가님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마음의 끌림은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내 주제에 뭘,,,'이라는 생각이 앞서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지나고 후회했지만 말이다.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혹여나 있을지 모를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글쓰기를 이어가던 중 뜻밖의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마침 참여한 공저 출간이 연결 고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염원이 간절했던 덕분일까. 지금은 그 팀에 합류하여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고민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회사를 떠난 뒤 드디어 나에게도 소속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뻤다. 무엇보다 바라고 바라던 팀과 함께 하게 되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이유가 어디 있을까.
지금도 작가님들과 함께의 가치를 공감하며 서로의 성장과 팀의 레벨업을 위해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기회라는 것은 찾아온다고. 그러니 정신 차리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기회인 줄도 모른 체 지나쳐 버린 순간들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각자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있기를, 그리고 그것이 찾아왔을 때 붙잡을 수 있기를 그저 바라게 된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딱 1년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스스로에게 진정성을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의 의심은 무의미하다. 나에게 글쓰기는 매일의 삶의 리추얼이고 '나'라는 사람을 탐구하는 보물지도이며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고 있는 무수한 점들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찾아오는 기회도 있지만 만들어내는 기회도 있는 것 같다. 요즘 시대에 꾸준한 자기 계발로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점점 그것이 온라인 세계에서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어가는 듯한 모습도 보게 된다.
나 역시 수익 창출을 원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와 목적을 망각하고 오로지 속도와 수익화에 집중돼버린 듯한 모습에서 과연 진짜 퍼스널 브랜딩이, 진짜 나다운 삶이 가능할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의 내 마음을 다시 살피게 된다.
하루를 살면서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들에는 의미가 담긴다고 믿는다. 쓸모없다 여겨지는 행동들도, 허투루 날려버린 듯한 하루도, 결국 나를 어디론가 향하게 하는 성숙의 시간이다.
나에겐 글쓰기가 시작이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겐 또 다른 시작이 있을 것이다. 시작이 없이는 다음도 없는 법이다. 그러니 과감하게 발을 떼 보자. 그냥 해보는 거다. 그냥. 돌이켜보면 삶은 언제나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망설였을 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니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는 나의 삶에 중요한 키워드가 된 '그냥'의 힘을 믿는다. 앞으로 또 어떤 기록이 이어질지 기대해 본다. 여기까지 나의 글과 호흡을 함께 해온 당신이라면 당신도 그 가치를 느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망설이고 미뤄오던 것이 있다면, 그냥 한 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오늘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