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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지목당했다

좋은 뜻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by 알레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으로, 2014년 시작돼 전 세계에 확산된 바 있다. 이는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SNS에 올린 뒤 다음 도전자 세 명을 지목해 릴레이로 기부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이스버킷챌린지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함께 일하는 팀원에게 아이스버킷 챌린지 지목을 당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챌린지였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 SNS에 자주 올라오는 걸 보고 검색해 보니 반가운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게릭 환우인 농구선수 박승일 님의 승일희망재단에서 루게릭 환우를 위한 전문요양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었고 마침내 착공일이 목전에 와있었다. 현재 2023년 9월에 착공 예정이라고 한다.


스크린샷 2023-08-15 오후 10.48.13.png 이미지 출처: 승일희망재단 홈페이지


그동안 SNS에서 챌린지 영상만 볼 생각만 했지 막상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이번 챌린지 지목 덕분에 아주 조금이라도 루게릭 환우들과 요양센터건립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여름엔 모기가 당당히 내가 보는 앞에서 내 피를 포식해도 불 난 집 구경하듯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축 늘어진 팔다리를 뒤척일 수도 없고 고개를 들어 모기를 쳐다볼 수도 없다. 하지만 오히려 끔찍할 정도로 완벽하게 살아있는 내 몸뚱이 순간 나는 독백한다.

"이건 살아있는 지옥이야"

- 박승일 님의 저서 중 일부 (승일희망재단 홈페이지에서 발췌)


모기 한 마리 조차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을 바라보며 비참한 심정을 고백하는 박승일 님의 마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오늘도 해가질 무렵 집 앞에서 모기가 달려드는 걸 보고 팔과 다리를 격하게 휘저으며 유난스러울 정도로 몸을 흔들고 제자리 뛰기를 하기까지 필사적이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 한 번은 만세 하는 자세로 밤새 잠들었던 적이 있다. 새벽녘에 몸을 뒤척이는데 한쪽 팔이 없어진 것처럼 순간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놀란 마음에 나머지 팔로 집어 들어 아래쪽으로 내리니 저릿함과 따끔함이 느껴지며 점점 감각이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내 몸에 사지가 붙어있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의 두려움과 무력감은 찰나의 순간이었을지라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이었다. 오래전 신경이 눌려 어머니의 팔이 마비가 왔던 장면도 오버랩되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팔은 병원 치료후 회복 되었다. 정말 찰나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하물며 한평생을 그런 상태로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지금까지는 그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과 순간 움츠러드는 리액션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보았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함께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지목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요양센터건립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챌린지 영상은 내일, 이 글 하단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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