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 인생이고 내 선택이다.
나: 무엇을 그렇게 망설이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에 이렇게 될 것이었는데.
자신: 그렇지만 망설임이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잖아.
그 오랜 시간 고민했으니 더 견고해질 수 있었던 것 아냐?
나: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기사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인지 아닌지
나 스스로 검증할 시간은 필요하긴 했어.
자신: 맞아. 우리에게 그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잘했네. 잘 참고 기다렸네.
그럼 이제 후회가 없겠구나?
나: 그럼! 지금 이 순간 미련은 남지 않아. 다만 여전히 내일이 걱정되는 거지 뭐.
자신: 걱정하지 마. 사람이 살아가는 날동안 누구나 다 내일을 걱정하더라.
나: 그러게. 그 말도 맞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네.
자신: 우리 그냥 서로 더욱 믿어주자. 우리 잘할 수 있어.
퇴사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힘은 결코 작지 않다. 그 안에는 무수한 나날의 망설임이 숨겨져 있고 막막함이 서려있다.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나의 직장 생활은 망설임의 터널을 지나 퇴사라는 종착역에 도달하였다.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할 무렵 은연중에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혹여 내 생각을 알아채면 어쩌지? 무엇보다 아내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가장이기 때문에, 아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퇴사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니 어쩌면 난 여태 슬그머니 밑밥을 깔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이렇다, 사장님이 이렇다, 직원들은 또 이렇다 등등. 무수한 불만을 털어놓았던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퇴사의 명분 쌓기가 되었다.
아내가 받아들여 줬다. 아니 아내의 승인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힘이 났다.
생각을 정리한 후 부모님께 퇴사 소식을 말씀드렸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식이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잘 아니까 자세히 설명드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핵심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고 그저 걱정하지 마시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인생이고 '내' 생각이며 '내'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내 인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말 한마디가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내뱉어진 그 말은 책임져야 할 나의 목표가 되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각오조차 없다면 애당초 섣부른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주변에 알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에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말이 있다. “가슴 뛰는 일을 하십시오!” 정말 그렇게 살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이 표현은 도전일까? 아니면 위험한 도발일까?
'가슴 뛰는 일이 있을까?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이지?' 늘 질문을 던져보지만 쉽게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했다. 급기야 나 자신이 무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럴 때면 자기 계발서를 읽어보고, 강연들을 들어보기도 하고 또 글도 써보면서 마음을 추슬러 보았다.
고민하는 가운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질문 자체에 몰두하는 그 과정 자체가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오호, 뭐지? 무슨 기분이지?’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가 내 속을 감도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질문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어떤 식의 답이든 상관없었다. 조금씩 실마리를 찾게 되었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종착지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기억이라는 것이 참 재밌다. 잊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앨범을 넘겨보듯 하나씩 심상을 떠올려보게 된다. 여러 장면들을 떠올려 보니 그동안 나도 나름 인생에 대한 맷집이 생겼음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러한 시간이 켜켜이 쌓였기에 퇴사를 대하는 신중함도 그리고 삶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수련의 과정은 언제나 고되고 지루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없이는 아무것도 될 수 없는 게 또한 인생이다. 망설임의 터널에 접어들었을 때 만약 수련의 과정에 있는 것이라며 견뎌야만 한다. 분명 그것은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중력 문제라면 그때는 다음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것인 만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그 고민은 결코 헛된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꼭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주변의 소음은 일단 차단하고 진짜 나와 마주해보자. 나는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삶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기로 했다. 어떤 새로운 연결들이 이루어질지 더 기대해볼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꼭 아버지께 술 한 잔 사드리며 '저 이만큼 이루어 냈어요. 그러니까 더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말씀드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