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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pr 29. 2024

'생존'에서 '존립'으로 나아가기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不患人之不己知 患其無能也)'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 없음을 걱정하라.
<논어>


2021년 10월. 회사를 떠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3년. 지난 3년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생존'이라고 부르고 싶다. '존버'일 수도 있고, '무모함'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떠난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는 생존이 적절한 단어인 듯하다.


3년의 우여곡절이야 그간 브런치에 쌓인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이곳에 털어놓은 게 벌써 579편이다. 물론 전부가 우여곡절의 기록은 아니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흔적이 남겨진 이곳이야 말로 '알레실록'이나 마찬가지다.


우여곡절도 참 여러 가지 형태로 찾아왔는데 그중 가장 센 놈은 '무능'이란 놈이었다. 능력이라는 게 참 모호하다.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능력은 언제나 비교 대상이 존재했다. 그들 중 나의 능력이 채택되어야만 발휘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근데 채택되고 나서도 진짜 능력이 있는 건지 수시로 돌아보게 만드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세상 가장 부러운 사람이 근자감으로 충만한 사람이었다. 근거가 있든 없든, 자기 확신에 충만한 사람.


무능의 연막 속에 살다 보니 애먼 데 불평불만을 늘여 놓았다. 나에겐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란 녀석을 붙잡고 싶었지만 언제나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았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에 서 있으면서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근데 그땐 그 어리석음이 오히려 자기 위안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나는 그렇게 구차한 이유를 들며 나를 방어하고 있었다.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무능야' 논어에 나온다는 이 문장을 다른 책의 인용문을 통해 만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이번엔 무능의 연막 밖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뿔싸. 기회를 붙잡은 사람들과 나의 행동엔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능력과는 상관없었다. 이건 행동의 차이였다.


그들의 처음은 유치할 만큼 소소했다. 그리고 처음을 맞이하는 모습엔 긴장감이 역력해 보였다. 10명도 안 되는 사람이 모였지만 감동하는 모습이 좀 과해 보였다. 1년이 지난 그들은 더 이상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이젠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들이 오른 계단은 이미 끝이 보일 수 않을 만큼 높아졌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위해서다. 능력 없음을 되새김질하며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기 위한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내가 경험한 지난날의 우여곡절은 아마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겪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시간은 탈피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삶의 습성을 벗고 새로운 나를 입는 시간. 아프고 괴롭지만 변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4월의 끝자락. 5월부터 Kozmos Company라는 이름으로 새로 시작될 1년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의 선택에서는 딱 두 가지만 마음속에 새겨두려 한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이 내린 선택을 돌아보지 않으며, 그것을 정답으로 만든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능력 없음을 걱정하라.'


지금까지는 '생존'이었다면 앞으론 '존립'이 될 나의 날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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