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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03. 2024

이제야 나를 좀 알게 되었다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늘의 질문을 머릿속으로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럼에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건 지금껏 이미 수차례 답을 해봤음에도 때에 따라 그 답이 모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걸 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을 어떤 한 단어로 규정할 수는 없을 테니까. 


간혹 주변에서 무언가를 표현할 때 '명사'가 아닌 '동사'로 표현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확히 무엇에 대해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동사'로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이에 따라 상황도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지니까.


나의 강점과 약점은 이것!이라고 명료하게 규정하고 싶었던 날도 많았다. 모호함보단 또렷함을 원했으니까. 나에 대해 명료해지면 삶에 대해서도 명확해 질거라 기대했었다. 마치 어떤 부품의 용도를 다 알면 완성품을 미리 그려볼 수 있는 것처럼. 근데 명료하게 규정지을 수 없는 게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더 이상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 보단 오늘의 나에 더 집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분명 강정 영역과 약점 영역이 존재하는 건 맞다. 대표적인 강점 영역과 약점 영역을 꺼내어 보자면 우선 강점 영역은 대인관계 영역이다. 대체로 무난하게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좋게 평가하는 편이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 떠오른다. 한참 취업 준비를 하면서 어떤 모임에 나갔었는데 HR출신인 사람이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이 중에 여러분이 누군가 한 명을 채용한다면 누굴 채용할지 셋 세면 서로 찍어 볼게요. 하나, 둘, 셋." 


부자연스러움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음이 교차하고 난 뒤 진행자는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저라면 이 분을 채용할 거예요." 그게 나였다. 이유는 우선 신뢰가 가는 이미지라고 했다. 그리고 그전까지 모임에서 보인 모습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집중을 잘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엔 착해 보인다고 했다. 그냥 일 시키면 군말 않고 잘할 것 같아 보인다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설명과 함께.


지금도 내 주변에는 나에게 마음을 써주는 이들이 많다.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대인관계 영역에서 나는 강점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반면 약점은 그만큼 사람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분석하고 몰입하며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이 모든 걸 한 방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 한 두 번은 도와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나의 문제를 풀어본 경험치가 진짜 나의 재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수시로 올라온다. 뭐가 조금 안 풀리면 가장 먼저 감정이 반응한다. 그다음에 누군가 가르쳐 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수일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붙잡고 답을 찾기 위해 궁리를 하게 된다. 


강점 영역과 약점 영역이 모두 사람에게 연결되어 있는 나를 보며 강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행인 건 지난 3년간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강점은 보다 세련되게 닦아가는 중이고 약점은 보다 빠른 속도로 감정의 부침에서 벗어나 이성적 판단이 시작되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강점과 약점을 안다는 것은 나다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건 이전의 나처럼 그게 무슨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삶을 바꿔줄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하루빨리 내려놓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보다는 오히려 편안한다. '나' 사용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로 인해 순간의 판단이 빨라진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다시 정상 궤도로 쉽게 돌아올 수 있다. 그러니 아직도 내 강점과 약점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을 하고 있다면 좀 더 나와의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사실 당신은 이미 그 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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