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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02. 2024

변화를 위한 커브 곡선

"와, 알레 님 진짜 많이 달라졌어요. 확실히 전보다는 사람이 더 편안해 보여요."

"네? 제가요? 흠. 저는 늘 그대로인데요."


근래 자주 보는 지인들에게 올해 들어 가끔 이런 소리를 듣는다. '뭐가 달라졌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잠시 생각해 보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느껴도 내 안에 에너지의 흐름이 달라진 게 느껴지긴 한다는 것이다. 원래 변화는 본인보다 주변에서 더 빨리 알아채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가 보다.


나는 누구인가?


오늘 던져진 질문이다. 이 질문은 철학자들이 한평생을 바쳐 사유했을 만큼 거대한 질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과거와 현재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질문에 답을 해보려 한다.


과거라고 해서 멀리 갈 것 없이 1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불과 1년 전의 나를 떠올려 보면 부러움이 불안과 질투심으로 변질되어 보낸 날들이 많았다. 내 나름의 애씀이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 쟈니 못함이 답답했다. 속이 편치 않으니 다른 이들의 성과에 진심으로 기뻐해주지는 못했다. 겉과 속이 다른 반응이 많았다.


여전히 알을 깨지 못한 상태로 주저하며 보낸 시간의 절정이었지 않았을까. 감정적 부침이 유난히 컸던 작년 한 해를 돌아보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한 건 작년 말부터였다. 분명히 기억나는 건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부러움의 대상에게 나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닌 듯 살았지만 자실은 잔뜩 구겨지고 일그러진 상태로 보냈던 시간은 그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서야 구김이 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살아가는 모습은 작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러나 마음 가짐은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더 이상 누군가 부러워 내가 작아지는 일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다행이다. 오히려 상대방의 전력투구에 감탄하게 되고 배울 점을 찾게 된다. 


또 다른 변화는 마음 가짐의 변화다. 이전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무의식적으로 다를 사람에게서 답을 구하려 하는 태도를 줄곧 가지고 살아왔던 것 같다. 스스로 답을 내기 위한 노력을 답이 나올 때까지 해본 경험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았다. 지금도 과거의 습관은 쉬운 선택을 하라고 부추기지만 이제는 '한 번 더', '조금만 더'를 되뇌며 한 걸음씩 더 내디뎌본다. 


작은 경험이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내가 먼저 고민하고 답을 내 보는 경험이 쌓이니 자기 효능감이 올라감을 느낀다. 


지금도 조정해야 할 삶의 영역들이 여전히 많다.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주변 것들을 가지치기하는 태도가 시급하다. 그러나 고무적인 건 이제는 이성적으로 필요를 이야기하는 것을 너머 마음으로도 느낀다는 것이다. 


사람이 달라지는 경우는 죽을 고비를 넘거나 신을 만났을 때라고 한다. 아직 그만큼의 강력한 경험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서서히 변화의 곡선이 그려지고 있는 지금의 나를 더 믿어준다면 올 해의 끝자락엔 지금보다도 더 달라진 나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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