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 '나의 글은 어떤 독자님의 가슴에 가닿을까?' 타고난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배움으로 갈고닦은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브런치에 구독자가 제법 많아졌다. 그저 감사한 일이다.
에세이를 쓰고 있다지만 솔직히 나조차도 헷갈린다. 이게 에세이일까? 아님 일기일까? 그것도 아님 무어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작가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글을 쓰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답은 늘 동일했다. "저는 그냥 제 이야기를 써요."
고백하자면 처음 글을 쓸 땐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면 이에 감동받는 독자님들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나는 글 쓰는 사람으로 영향력을 만들어 나가며 점점 내가 원하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철저한 나의 오산이었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판명 났다.
마케팅, 광고, 브랜딩, 세일즈 퍼널 이런 말들이 왜 존재하겠나.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않겠나. 사람을 모은다는 것,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는 건 그저 나의 진심만으론 택도 없는 일이다. 진심은 기본이고 그 위에 하나 둘 얹혀야 하는 게 세상의 작동 방식이라는 걸 너무나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여전히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다만 이다음부터는 이전과 같지 않다. 애당초 내 글은 오직 나를 알아가기 위한 글이었다. 그러니 이 글의 타깃 독자는 나 한 사람뿐이다. 그럼에도 독자님들이 내 글에 조금이라도 공감해 주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반응이라도 해줘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하트를 눌러주거나 댓글을 남겨주고 더 나아가 구독까지 해준다는 건 진심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구독자 100명일 땐 300명인 작가님이 부러웠고, 300명일 땐 500명이, 500명일 땐 1000명인 사람이 부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오히려 지금 나를 구독해 주고 내 글을 읽어주는 한 분 한 분이 귀하고 소중할 뿐이다.
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짓일 수도 있다.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뭐 그리 읽을 가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나 역시 읽고 나서 깊은 감동을 받거나 긴 여운을 느끼는 글은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글이었음을 떠올린다.
더 좋은 에피소드나 특별한 경험치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목을 끌기 쉬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 없어도 나의 이야기는 나만의 것이기에 충분히 가치롭다. 일단 내 글부터 구구절절 내 속에 답답한 감정을 토로하고, 평범한 일상을 그려나가는 게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읽어주고 계시질 않는가.
세상엔 특별한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 뭐라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평범함의 범주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내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망설여질 수 있다. 자신을 평범하다 여기는 사람들은 삶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더욱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믿는다. 평범함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삶도 누구 하나 같지 않다. 같은 경험을 해도 느껴지는 감정만큼은 서로 동일하지 않다. 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라서 고유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 이야기를 꺼내어 놓기 시작하면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뒤바뀐다는 점이다. 왜냐면 사실 우린 존재만으로 이미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라본다. 내어놓을수록 나의 이야기는 나를 빛나는 사람으로 빚어줄 테니.
저는 3년 전 퇴사를 하며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N잡러 노마드가 되고 싶었죠.
육아를 하면서 점점 '나'라는 존재와 '아빠'라는 존재가 서로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나 '아빠'로서의 삶의 무게가 더 컸기에 글을 쓰며 '나'를 보듬어 주기 시작했어요.
외로움과 불안감, 두려움은 전업 육아 아빠로 지내온 3년의 시간 동안 언제나 마음속에 깔려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글을 쓰게 되었어요.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라는 존재가 위로받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온,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저와 같은 삶을 견뎌내고 있는 분들과 연결되고 싶어서예요. 육아를 하면서, 또는 퇴사 후 홀로 고군분투하거나, 혹은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시간을 쏟고 있지만 답답한 세월만 길어져 홀로 고립되는 느낌을 받는 분들에게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은 딱 3일간 모집해요. 일요일(3일)에 마감이에요.
글을 쓰고 싶은데 용기가 필요하다면 제가 함께 해드릴게요. 함께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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