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 달간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중이다. 긴 시간을 돌아보는 만큼 중요한 기준을 한 가지 세웠다. '나답게 살았나?' '나다운 삶을 위한 시간을 보냈는가?'
퇴사부터 지금까지 내가 원한 건 나다운 삶이었다. 나에게 나다운 삶이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고, 그래서 몰입감 있고 내면의 열정을 느끼며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삶을 아직까지는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누군가 전하는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알고 있기에 나의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렴 생각 없이, 방향성 없이 흘러가는 삶보다 못할까.
연초에 몇 가지 계획한 것들이 있었다. 1년 365일 매일 글쓰기, 인스타그램 1만 팔로워 달성하기, 책 출간하기, 월급만큼의 수익 달성하기. 깔끔하게 모두 실패했다. 그래, 뭐 아직 한 달의 시간이 남았으니 실패라 말하기엔 이르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마음에서 이미 접었거나 올 해가 아니어도 계속 시도할 것들이기에 괜찮다.
굳이 셀프 피드백을 해보자면 1년 365일 매일 글쓰기는 200일이 넘도록 이어가다가 주말에는 육아에 더 전념하기 위해 계획을 내려놨다. 물론 지치기도 했고. 가끔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금 억지로 글을 뽑아내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려놓았다.
인스타그램 1만 팔로워 달성하기는 이유를 상실했다. 솔직히 1만 팔로워를 왜 달성하고 싶은지 확고한 이유도 없었다. 그저 넘어보고 싶은 과제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영향력과 수익화를 이루고 싶었지만 도저히 남들이 가르쳐주는 전략을 따라가는 게 영 거부반응이 느껴졌다. 그보다는 내 안에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를 예술가라고 말하기엔 너무 거리감이 있지만 예술가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코치님의 진단을 빌어 이야기해보자면 결국 나는 내 쪼대로 해야 성에 차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보자면 나다움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 믿기에 '알레다운 감성'을 콘텐츠에 담아내는 시간에 집중해 보고자 아주 느리게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 출간은 아직 일말의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다. 사실 최근 지인이 운영하는 전자책 출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직 시작 전인데 12월 한 달이면 전자책이 하나 만들어질 예정이다. 고로 이건 계획을 달성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전자책 출간을 선택한 이유는 책 쓰기에 대한 무의식 중의 벽을 허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획과 투고의 과정을 거쳐 출판사의 간택을 받고 책을 출간하는 보편적인 방법을 생각했지만 이미 '기획' 단계부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나를 보며 이대로 뒀다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전자책은 빠른 진행과 결과물의 공유가 쉽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심리적 허들이 낮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에디터님의 실력이 좋다는 것! 뭐, 책이 꼭 종이여야만 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싶었다.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수익화 부분은 참 오랜 숙제다. 그러나 포기해서는 안 되는 숙제이기에 지금도 내 나름 고민의 고민을 더해가는 중이다. 기대하는 건 라이프 코칭을 통해 이 부분의 실마리를 찾아 코칭이 끝난 뒤엔 지금과 완전히 다른 판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도 최근 희미한 빛이 보이는 기분이다. 웃긴 건 그 희미한 빛에 해당하는 것이 이미 나와 친한 작가님들이 나에게 숱하게 이야기했던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결국 '지만 모른다'의 굴레에서 허우적 대던 나의 세 발 늦은 깨달음인 샘이다. 뭐, 어쨌거나 깨달았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작가님들, 너무 뭐라 하지 마시길.
요즘 이곳저곳에 많이 이야기하고 다는 것 같은데 나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무엇보다 조급증이 정말 많이 사라진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동안 나는 나에게 있던 풍성한 재료들을 소중하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 나의 감성도 별 볼 일 없는 것이라 여겼기에 남들은 좋다 하는 걸 나는 '그 따위 것'으로 치부했던 것도 사실이다.
변화의 가장 큰 변곡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걸 코칭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에겐 동일한 시간이 흐른다. 그 가운데 각자의 삶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늘 남들의 방식을 따라 하기 바빴던 것 같다. 이제야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도 3년간 글을 쓰며 나를 바라봤기 때문이라 믿는다. 그리고 동일한 시간 동안 나를 지켜봐 주고 면면을 이야기해 준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비록 연 초에 계획했던 것들의 대부분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올 한 해 동안 나는 더 큰 것을 얻었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나의 내면부터 나의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그래서 매번 설레고 순간순간이 감사하다.
이번 연말은 전과 다르게 내심 기대된다. 2025년에는 뭔 일이 일어나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야." 나 역시 동감한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은 이유는 비록 계획대로는 흘러가지 않더라도 나의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믿음을 가지고 남은 날들을 나다운 삶을 향해 더 즐겁게 나아가 보려 한다.
나의 날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