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오(SUNO)에게 푹 빠져 지낸 지 대략 2주 정도 지난 것 같다. 처음 순오에게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땐 그 결과물 하나하나가 너무 신기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애매모호한 명령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K-Pop 장르의 음악을 떡-하니 만들어 내는 걸 보면서 '이것이야 말로 내가 찾던 그것이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챗GPT와 Claude에게 작사를 맡기고 도입부부터 엔딩까지 대중음악의 구성을 따라 만든 곡의 프롬프트를 순오에게 입력하기만 하면 놀라울 정도의 음악이 탄생하니 이걸로 음원 수익까지 노려볼까 하는 김칫국 마시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신기함은 잠시, 점점 만족의 기준치가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도 쉽게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당초 계획은 하루에 하나씩 음악을 만들어 4월에 있을 커뮤니티 모임 때 플레이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커뮤니티의 메시지를 담은 가사를 만들었고 멜로디를 붙였다. 그러나 노래가 3-4곡 정도 되니 어쩐지 생성된 노래의 이미지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지점에서 답답함이 1 추가되었다.
보다 정교하고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 유튜브와 검색 기반 AI(Perplexity)를 통해 알아보다가, 이 또한 검색되는 답이 자꾸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래도 질문이 잘못되었던 걸까 싶어 이번엔 챗GPT에 누군가 미리 만들어 놓은 GPTs를 검색해 보았다. 역시나! SUNO Prompt 작업을 위한 GPTs가 있는 게 아니던가!? 바로 사용해 봤는데 프롬프트를 만들어주는 디테일이 엄청났다. '와, 대박!' 속으로 생각하며 결과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는데, 결과는? 글쎄. 오히려 프롬프트가 복잡해서 그런가 생각지 않은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답답함이 또 하나 추가 되었다.
이미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겪어봤을 것 같은데, 몇 백 개의 곡을 만들어 보니 몇 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1) 전주나 멜로디 라인은 좋은데 하필 가사를 이상한 발음으로 뭉개 버리는 경우
2) 의도한 흐름대로 가사를 전개하지 않고 멋대로 뒤 섞어 부르는 경우
3) 기껏 4분을 꽉 채워 사용해 놓고 음악이 뚝 끊어지는듯한 느낌으로 끝나는 경우
4) 음질이 떨어지는 경우
이런 문제를 계속 경험하니 점점 애정이 애증으로 바뀌는 듯하다. 겨우 2주 만에 말이다. 답답함에 챗GPT에게 질문을 했다. 아래의 이미지는 마치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고 답을 듣는 듯했던 챗GPT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한 것이다.
정말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이 녀석 상담원으로서의 재목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래 계속)
아마 SUNO 작업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대체 뭔 소린지 싶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명을 보태자면, 이 답변은 앞서 언급한 문제점 중 2번 '의도한 흐름대로 가사를 전개하지 않고 멋대로 뒤 섞어 부르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인데 실제로 같은 프롬프트를 가지고 여러 차례 곡을 반복 생성해 봐도 내가 입력한 가사의 흐름대로 곡이 전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챗GPT가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이 부분은 요약 버전으로 이미지 캡처를 했다.
그러니까 문제의 원인은 순오는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작업하되 제 느낌대로 임의 판단아래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구조를 더 명확하게 제시하면 해결이 될 것이라는 친절한 답을 들었다.
자, 그럼 이 지점에서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1) '오!!! 역시 챗GPT' 라며 감탄함과 동시에 이런 질문을 던진 나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긴다.
2) '그래? 그렇다면 네가 진단한 것을 반영해서 프롬프트를 다시 정리해 봐'라고 이어 지시한다.
이왕 AI를 사용 중이라면 2번까지 가야 그래도 '나 챗GPT 좀 쓴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뒤이은 작업을 지시했고 역시 깔끔하게 적용점을 반영하여 새로운 프롬프트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결과는?
아우. 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아. 이쯤 되니 프롬프트를 굳이 복잡하고 꽤 디테일하게 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참고로 내가 사용하고 있던 프롬프트를 공개해 보자면 이렇다.
내가 직접 다 쓴 건 당연히 아니고 'SunoPromptre'라는 GPTs 가 만들어 주는 프롬프트다. 솔직히 좀 과하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요즘은 다시 심플하게 줄여보는 중이다.
순오에 대한 답답함이 차오를 무렵 최근 Riffusion이라는 또 다른 음악 작업을 위한 AI를 알게 되었다. 마침 Beta 버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테스트 중인데 직관적인 면에선 사용감이 SUNO보다 못하다는 느낌이지만 결과물은 일편 그보다 낫다는 느낌이다. 이 지점에서 순오에 대한 답답함이 또 1 추가되었다.
순오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참고로 순오보다 고음질 음원이 제공된다는 말이 있으니 음악 작업이 필요한 사람은 아직 무료 Beta 버전일 때 사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짧게 사용해 본 느낌으로는 Riffusion의 경우 SUNO 보다 Instrumen BGM의 결과가 더 만족스러워서 앞으로 유튜브 BGM 작업을 할 땐 Riffusion을 더 많이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Riffusion에 대한 이야기는 더 경험을 해 본 뒤 번외로 정리해 볼 계획이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다. 마치 야구의 삼진 아웃처럼 순오에 대한 답답함이 '3'이 돼버렸으니 SUNO 정기 결제가 시작되기 전에 구독을 끊거나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심사로 지금부터 더 깊게 파고들거나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뭐 얼마나 써봤다고 그러나 싶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경험해 본 '나'라는 인간의 속성을 보면 이대로 뒀다간 또 내팽겨 두고 다른 새로운 것으로 호기심을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일단 더 깊게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무렴 실제 연인 관계도 열정이 식기까지 짧게는 3개월, 평균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고작 2주 만에 이러는 건 나 스스로도 좀 아닌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처럼 1년까진 아니어도 최소 6개월은 시간을 두고 기능을 하나씩 공부해 볼 계획이다.
프롬프트도 프롬프트지만 생성된 곡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 아직 그 단계까진 가보지도 못한 채 답답해하는 나를 보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금방 실증내고 다른 장난감을 찾는 모습이 떠오르며 순간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앞으로 경험해 봐야 할 변수가 많아지긴 했는데, 하나씩 차분히 검토해 보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쌓이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왕 브런치에 연재도 시작했으니 적어도 글 30개는 올릴 만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다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한 가지 목표를 세워 본다. 앞으로 6개월간 SUNO에서 음악 10,000개 만들어 보는 것과 더불어 유튜브에 플레이 리스트를 업로드해 보는 것, 그리고 사운드 클라우드에도 음악을 업로드해 볼 계획이다.
시작은 재미로 했지만, 재미가 깊은 관심이 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어줄지 또 누가 알겠나. 어디로 향할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글쓰기처럼 열정 분야가 하나 더 생겨난 듯하여 내심 설렌다.
SUNO 메뉴의 기능적인 것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곡 작업을 하는 부분에선 초기 단계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은 대략 다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재 글 업로드 주기는 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음악 작업이 메인이 아니다 보니. 천천히 가더라도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생길 때마다 정리해 가며 앞으로 SUNO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그럼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연재를 기약하며, 오늘은 순오에게 살짝 삐친 상태니 Riffusion으로 작업한 연주곡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쳐본다. (순오 씨,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