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고 실제로 그 선택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과 함께 제주에서 모였다. 하루 먼저 내려와 여유롭게 모임에 합류했다. 서로 이미 알지만 다시 한 번 각자의 나다움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나눈 뒤 오늘의 일정을 공유했다. 그리고 바로 출발. 서로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나의 하루는 지인을 만나 함께 가보고 싶었던 목장 카페에 가는것이었다. '대한목장'이라는 곳인데, 소개를 보면 70년만에 세상에 공개되는 장소라고 한다. 목장의 위치 자체가 일반인들이 굳이 발걸음을 할 이유가 없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곳을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한 상태로 목장 카페로 리뉴얼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목장에 도착했을때 첫 인상은 '좋,,,긴 좋은데, 어라? 이게 다야?' 였다. 마치 부동산 앱을 통해 매물 사진을 보면 꽤 넓어 보이지만 실제 방문해 보면 그보다 못한 느낌과 같았다.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나'를 만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꽤 오랫동안 '나'를 찾고 싶었다. 그때의 기대감은 현재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고, 진짜 나를 발견하면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것만 같았다. MBTI 검사, 에니어그램 검사, 갤럽 강점검사 등 다양한 진단 검사의 결과지에 서술된 나의 모습은 정작 내가 이미 인지하고 있던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한편으론 실망감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대치보다는 덜한 현실감이 마치 이미 알고있던 나를 다양한 진단검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 재확인하는 것과 연결되면서 이제는 '나'를 찾는다는것에 그렇게까지 애를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단 차라리 다양한 시도와 낯섦을 경험하며 반응하는 나를 민감하게 느껴보는것이 나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자리를 옮겨가며 긴 시간 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공간에서 보다 대화를 통해 더 깊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인생은 기세다!', '자기 반성은 그만! 실행이 답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해서까지 지나치게 고려하지 말아라'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누구보다 실행력이 높은 분이기에 그의 입장에서 나의 모습은 늘 '이제는 갈것 같은데 또 제자리고, 시간이 지나 또 이제는 가려나 했는데 다시 돌아와 제자리'였다고 했다. 그분와 나와 가장 다른 점은 자신감이었다. 대화를 통해 알게 된건, 행동의 결과는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빠른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늘 행동의 결과마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여겨 생각이 많아졌고 그것이 결국 행동을 제한했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사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는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나의 넥스트 스텝이 명료해지는 시간이었다.
요즘 나는 나에게 방황을 허락했다. 그 덕분에 삶이 꽤나 유연해지는걸 느끼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했고 자유함은 다시 나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 이전의 나였다면 오늘 하루를 더 알차게 해야 할 일을 꾹꾹 눌러 담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오늘의 만남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선택은 '방황'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에게 방황을 허락해 준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방황은 지양해야 하는 인생의 경로이탈 같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이 여정을 통해 더 확실해 지는건 '의도된 방황'이야말로 내 삶을 더 나다운 경로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4년의 시간, 내가 절망을 느끼고 힘들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오롯이 나다운 선택이 아닌 남들의 궤적을 따라가려 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들만의 성공 궤적을 따라가려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나다운 삶의 장애물이 되버린 셈이었다.
이제야 나는 진짜 출발선에 서게 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여정이 하나의 분기점이 될거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내일은 또 어떤 여정을 이어가게 될까. 계획했던 사려니 숲길은 날씨로 인해 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도 딱히 답을 내지 못했다. 아무렴 어떤가. 계획이 없어도 괜찮은 여정을 보내는 중이니 내일은 또 내일의 나에게 하루를 맡겨 보기로 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