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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숙 Apr 27. 2023

불꽃놀이

Hanabi 2017-2023






그가 죽었을 때

나는 엉엉 울면서 방바닥을 기어다니다


그 사람 목소리가 담긴 노래를 반복재생하며

세상에 남은 그의 흔적을 좇았다.


그리고 한동안 죽어 있었다.


그가 죽고 3년 남짓

무척이나 힘들었다.



남겨진 숙제처럼

나는 그이를 마저 먹어치웠고

완벽하게 소화해

내 안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그와 함께 시간을 멈추어야 했다.


그를 되짚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시간.

감정을 소화시키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눈물로 토해낸 것을

다시 삼키는 시간 30분.​


그래서 하루가 25시간 30분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의 시간은 멈추었는데

계속해서 흘러가는 세상의 시간이 버거웠다.

이렇게 죽은 시간을 모으면

3년 정도 되려나 -.


그가 죽고 3년 남짓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는 너만큼 사랑하지는 않은,

그 사람의 죽음에 마음 아파하며

낯선 감정을 추스르고 정리하며-

당신과 그 사람의 인생이

폭죽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불을 붙이면

일순간 쏘아지고 터지고 빛나고

서서히 소멸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


하늘을 무대로 빛날 때

누군가는 당신을 눈에 담아

영원히 기억하겠지


눈 꼭 감고 눈꺼풀 위아래를 맞붙여

한 장의 사진으로


찰칵


틈 사이에 끼워 영원히 간직하겠지.

속눈썹 한올한올 사진을 걸어두겠지.


그러면 너는 평생을

아른아른거린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죽음이 삶보다 더 커지는 순간.


그러면 삶은 죽음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영원한 소멸은 없다.

생성 역시 소멸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가끔 눈에 띄게 커다란 별을 보면

그가 떠오른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꾸준히 떠오른다면

영영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계속 둥실둥실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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