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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라이블리 Dec 04. 2021

에너지를 나눠주는 의사? 그녀가 말하는 활력을 찾는 법

어제는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출근길도 유난히 차가 밀려, 출근 전 차안에서 보내는 10분의 명상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


첫 환자분과 인사를 하는데,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질 않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환자분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되찾는다.

피검사만 하러 오신 환자분을 잠깐 뵈었는데, 붉은 얼굴이 꽤 호전되어 있었다.


12월엔 환자분들에게 산타처럼 선물을 하나씩 드려야지.

어제 생각했던 마음을 되뇌이며, 다음 타임 상담 전에 잠시 그분께 필요한 시술을 하나 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환자분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에너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어제 지친 하루의 끝에 나를 위로해주신 환자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그러셨다.



선생님 일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일' 같아요.




역시. 나를 오래 본 환자분이셔서, 내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찾겠다며 8년을 방황했다.

그 방황의 끝에 찾은 나의 소명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사람이 되자' 였다.




활력.

나는 질병으로 가는 길을 돌려놓기 위해 정말 많은 학문적 탐구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활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몸에 나쁜 거 안 먹고,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좋은 마음과 생각으로 살면 건강해진다는 걸,

이미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다만 할 수 없을 뿐이다.

그걸 소명으로 가진 나조차도 일부는 하지 못하는데,

이 바쁜 현대 사회 속을 사는 누군가들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학문적으로 공부를 하는 시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마음'을 공부하는데 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우리 삶에 활력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제 내가 힘이 들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한 두달간 '나'를 위해 빼놓은 시간들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엔 알고 싶은 것들 투성이라 주말엔 학회와 강의의 연속이었고,

환자들의 진료는 어김없이 찾아오니, 진료보지 않는 날들은 환자리뷰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이번주엔 몇가지 일이 더 겹쳐 진료가 없는 날엔 무슨일이 있어도 사수하는 운동과 명상까지 할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어제의 나는 고갈된채로 출근을 해야했고, 하루가 참 버거웠었다.



이런 날엔 마음도 참 쉽게 다치는데,

그래서인지 어제 저녁에 잠시 명상을 하는 동안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눈을 뜬 나는 가장 일상적인 나의 주말 아침을 시작했다.

(물론 조금 있다가 곧 학회를 가야하지만 말이다 ㅎㅎ)


운동하고, 평소보다 조금 긴 명상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내가 '명상록'이라 부르는 나의 명상 후 노트를 열었다.



그랬더니, 나는 내가 힘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의 명상록의 마지막 기입일이 이번주 월요일이었다.

최소 이틀에 한번은 기입하는 명상록인데, 화수목금 한번도 기록이 없었던 것이다.



아...
내 인생의 흐름을 외부에 빼앗기고 있었구나.




그 흐름의 주도권을 놓치면 쉽게 지치고 쉽게 상처받는다.



그제서야 내가 이 일을 시작하며 했던 다짐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활력'을 주려면,
내가 먼저 '활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삶을 지키는 게 먼저다.




나는 오늘 아침 운동하고, 명상하고, 명상록을 쓰는 내 일상의 흐름을 타고 내 삶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제서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 그 하루가 에게 이걸 알려주려고 그렇게 힘들었나보다... 하고 말이다.





어제 나를 위로해주신 그 환자분의 가장 큰 고민도 '마음'이었다.

몸에 안좋은 줄 알면서도 계속 저녁에 디저트류로 폭식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이제 마음이 회복되었으니, 다시 '닥터 라이블리'로 돌아가 그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말씀드린대로,
'아침 먹기'를 일상으로 만들어보세요.

내가 내 의지대로 하는
일상의 무언가를 꼭 지켜나가보세요.

그러다 보면 '이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실거예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혹여 마음이 고단하신 분들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 삶을 내 삶으로 만들어주는 '일상'을 꼭 만들어두시라고.





나는 오늘 이 글을 쓰며, 내가 매일같이 쓰는 단어, '활력'의 정의를 찾을 수 있었다.



지구 상의 모든 것들의 존재의 중심이 되어주는 '중력'처럼

세상이란 거대한 흐름 속에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 필요하다.



나를 나의 중심에 닿게 해주는 그 힘,
그것이 활력이다!


그래서 활력은
내가 중심을 잡고 서있을때에야,
그제야 나온다.




이 활력을 위해서 '바쁘게, 열심히 사는 나'와 '중심의 나'는 끌어당겨야 한다.





나에게는 그 끌어당김이 운동하고, 명상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여러분은 여러분 마음의 중심에 닿기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이 있으신가요?


바쁘게 사는 나 말고,
'나의 중심'이 어디인지는 생각해 보셨나요?



주말의 어느 시간, '활력'있게 살고 싶은 분들께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이 되길 바라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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