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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이 Jan 08. 2023

독일 유학생의 손목 결절종 수술, 4부

스스로 수술 실밥 제거한 사연

https://brunch.co.kr/@64bca010c25d46f/22

<1부>

https://brunch.co.kr/@64bca010c25d46f/23

<2부>

https://brunch.co.kr/@64bca010c25d46f/25

<3부>


앞서 말했듯 나는 손목 결절종으로 독일에서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그리고 주사기로 관절액을 빼는 시술을 받았고, 여전히 결절종이 사라지지 않아서 수술을 받았다. 내 건강보험은 사보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병원에서 받은 처치와 약국에서 받은 처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수술을 할 때 보다 실밥을 풀던 것이 더 아팠다. 왜냐면 간호사 선생님이 말 그대로 실을 뜯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가운데 실밥을 제거한 간호사 선생님이 다른 두 개의 실밥을 뜯지 못해서 피가 철철 났다. 간호사 선생님이 단단한 실을 빼내려고 붙잡고 흔들며 잡아당기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악, 하는 짧은 비명까지 질렀다. 계속 고군분투하던 간호사 선생님이 결국 안 되겠다고 포기하셔서,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실밥을 마저 뽑아주셨다. 맙소사...


실로 꿰매었던 자리는 실밥에 꼭 꼬집혔던 그대로 엄청 딱딱해져 있었고, 살의 모양도 볼록볼록 했다. 의사 선생님도 내가 그렇게 피를 흘릴 줄 몰랐던지 좀 당황하면서 나에게 "괜찮아 괜찮아. 원래 이게 부어서 빼는 게 어려워. 오오, 피가 좀 나네. 괜찮아. 다 나을 거야." 하고 50번쯤 달래주셨는데, 농담 아니라 하나도 안 괜찮았다.


여하튼 역시나 실밥을 뜯은 자리에 왼쪽처럼 거즈를 붙이고 병원을 나왔다. 손의 부기는 거의 다 빠졌지만 멍은 여전했다. 손바닥에도 멍이 있고 팔목에도 있었다.


다음날에 병원에서 시킨 대로 밴드를 제거하고 손을 씻었는데... 뭐랄까. 피딱지가 생긴 팔 쪽의 상처가 조금 벌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약국으로 직행해 약사에게 상처를 보여주자, 오른쪽처럼 상처를 꼭 다물려 놓는 스트립 테이프를 주어서 얌전히 붙였다. 상처를 낫게 하는 약도 그냥 스트립 위에 바르면 된다고 해서 그 위에 베판텐을 바르며 지냈다.



베판텐을 바르면 스트립이 하루 만에 자꾸 떨어졌다. 그럼 새 걸로 붙여주면 된다.



모든 처치에 내가 낸 돈은 여전히 한 푼도 없었다. 그리고 상처도 꽤 잘 낫는 것 같았다.


다만, 나는 어쩐지 실이 조금 살 안에 남아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간호사 선생님이 실밥을 잘라 낼 때 분명 6번 가위질을 하셨는데 꺼내진 실은 겨우 5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이 다 처치하고 괜찮다고 했으니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알코올 솜으로 닦고 지혈도 했고 겉으로 보기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던 데에다가, 실밥을 푸는 과정이 진짜 너무 아팠기 때문에, 일단은 상처가 아물도록 두기로 하였다.


이렇게 모든 치료가 마무리되고 1주일 정도 지나자 드디어 나에게 청구서가 날아왔다. 역시나, 내 보험사에서는 내 치료비를 지불하지 않았고, 내가 먼저 지불한 뒤 후 청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돈을 먼저 지불해 놓고 보험사에 바로 내가 받은 영수증이며 처치 내용 등을 스캔해 보냈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계속해서 나에게 '진단서'라는 것을 요구했다.


나는 의사에게 진단서를 보내달라고 거의 1달 동안 이야기했지만, 의사 선생님은 알겠다고 말만 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병원에 3번이나 방문했는데, 보내주겠다고 말만 할 뿐 전혀 아무런 문서도 오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다짜고짜 병원에 방문해 지금 당장 달라고 말했다. 내가 받아 가겠다고. 마침내 데스크에서는 내가 내민 보험사에서 온 메일을 꼼꼼히 확인하더니 나에게 진단서라는 걸 뽑아줬다. 겨우 1장짜리에, 내가 몇 날 며칠 와서 무슨무슨 이유로 어떠어떠한 처치를 받았다- 고 짤막하게 쓰인 종이였다.


그때는 이미 내가 병원비를 지불한 뒤 거의 3달이나 지나 있었다. 보험사와도, 병원과도 그동안 내내 전화와 메일을 주고받았던 터라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하튼 내가 진단서를 보험사로 보낸 뒤 2주가 지나자, 결국은 보험사가 나에게 자기 부담금 50유로를 제외한 병원비 약 1100유로가량을 모두 돌려주었다. 손목 결절종 수술에 7만 원 정도 쓴 셈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내가 꾸준히 내고 있던 내 보험료로 처리한 거니까 쌤쌤 친다. (내가 병원과 보험사를 상대하느라 소비한 에너지 값까지 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약 100일 뒤, 나는 내 손목에서 스스로 남은 실밥을 찾아 빼냈다. (....)



보험비 청구를 모두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여전히 뭔가 손목에서 까끌대는 무언가를 느꼈다. 아무래도 실밥 같았고,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실밥을 풀 때 그 실의 색이 매우 짙은 파란색이라는 것을 아고 있었고, 내 손목에는 파란색 점이 생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를 꾹 누르면 약간 뾰족한 것이 만져지며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병원에 간다면 또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인가. 그 청구 비용과 병원과의 싸움과 보험사와의 싸움은 또 얼마나 더 길어질 것인가?


나는 결국 한밤중에 일어나 앉았다. 눈썹 칼을 가져오고 가지고 있는 알코올 스왑을 뜯어 눈썹 칼을 열심히 문질러 닦아냈다. 내 손목도 알코올로 닦았다. 그리고 그 파란색 점 위를 쿡 눌러 찢어냈다. 뭔가 까슬거린 것이 칼날에 닿았다. 칼을 살짝 눕혀 그 걸리는 무언가를 긁어내자, 진짜로, 파란색의 단단한 나일론 실이 꺼내졌다.


수술한 날짜로부터 100일이 지난 동안이나 박혀 있던 그 파란 실은 거의 8mm 가까이 되었다. 속이 시원했다. 알코올 솜으로 꾹 눌러 닦아내고 얼른 메디폼을 잘라 붙였다. 황당했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쨌든 드디어 내 손목에 남은 것은 흉터와 방금 새로 생긴 아주 작은 상처가 전부였다.







Tip

집에서 수술 이후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술하고 나서 첫 드레싱을 가기 전 3일 동안, 하루에 두어 번 정도 차가운 팩으로 수술 부위를 식혀주었다. 상처 나고 처음 사흘은 얼음팩, 다음부터는 온팩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누가 시킨 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팔꿈치를 세우고 있었다. 여하튼 팔이 고정되어있으니 불편해서 그렇게 한 건데, 간호시인 엄마가 이튿날 전화를 하며 팔 들고 있으라고 하셨다. 얼결에 심장 위로 상처를 계속 올리고 있었던 셈이다. ㅎㅎ


2.  붕대를 좀 걷은 채로 손목부터 팔뚝까지 랩을 감고, 그 위에 다시 비닐장갑을 끼고 고무줄로 밀봉(?) 하면 매일 샤워도 할 수 있다. 어차피 그쪽 손에 물이 안 닿는 목적이고 그 팔을 쓰는 일은 없으니 괜찮다. 수술 한 첫날을 제외하고, 나는 늘 밤마다 샤워를 했다. 더구나 손 하나가 없어도 혼자서 못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양손을 써야 할 만큼 무거운 거만 안 들면 된다. 압박 붕대로 단단히 고정한 손목은 다른 부목 같은 거 없이도 별로 안 움직여졌고 막 죽을 것처럼 아프지도 않다. 부어서 움직임이 불편했을 뿐...


3. 첫날에는 통증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밤에 자기 전에 좀 아픈 기분이라 이부프로펜을 한 알 먹었다. 둘째 날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지잉-하고 아프기에 빨리 한 알 먹었고, 그날은 내내 문득문득 시큰거리며 징- 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서 6시간마다 한 알씩 꼬박꼬박 이부프로펜을 한 알씩 먹었다. 셋째 날에는 점심에만 한 알 먹었고, 붕대를 새로 감고 와서는 건드려서인지 또 아프길래 또 한 알 먹었다. 그러니까, 나는 수술 이후 이부프로펜 6알로 견딜만했다. 참고로 마취는 진짜 수술부위에만 극소 부분 마취를 했고, 수술하고 견디는 내내 그걸로 충분했다. 즉, 이 수술 통증보다 생리통이 한 100배쯤 아프다. (진지함)


4. 수술한 지 13일 차에 적은 일기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손 쓰는데 아무 문제없음. 물론... 너무 많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밤에 좀 불편하고, 손목을 심하게 꺾는 건 안 하고 있다. 무서우니까.... 근데 살살해 보면 안으로 꺾는 건 70도 정도, 밖으로는 45도 정도까지 아무 통증 없이 꺾이고, 이 통증은 상처에서 오는 통증인 거 같다. 뭐 뼈 문제 이런 건 없어 보임."


5. 치료 과정 요약

(1) 수술 당일 극소 마취. 마취하고 50분 정도 뒤에 수술 시간 10분 정도. 초음파며 엑스레이는 첫날 진단받을 때만 찍고 안 찍음.

(2) 수술 끝내고 꿰매고 그 위에 반창고 붙이고 거즈 뭉치 올려서 압박붕대 3일, 그 이후에 한 번 알코올로 닦고 다시 반창고 붙이고 거즈 뭉치 없이 압박붕대 3일. 이때까지 먹은 약은 이부프로펜 총 6알,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전부 했다. 물론 첫 3일은 최대한 안 움직이고 조심함. (....)

(3) 세 번째 방문에 붕대를 풀고 방수밴드 붙임. 붕대가 없어지자 부기가 빠지기 시작하고, 부기가 빠지자 손가락의 자유로움 증가.

(4) 실밥은 10일째에 풀었다. 그 위에 다시 일반 반창고 붙이고 이틀 뒤 뗐다.

(5) 13일 차, 노파심에 붙여 놓은 상처 봉합 스트립 있음. 아직 누르면 아프고 꿰맨 자리의 딱지도 남아있음. 그러나 감염 없고 손목 저림 없다. 중간중간 손가락을 너무 많이 쓰면 찡- 하고 울리는데 이건 멍든 거 무시하고 자꾸 움직여서 같다.


<결론>

수면마취도 필요 없고 입원도 필요 없음. 무통 링거도 불필요!

슈퍼메가 쫄보에게 가장 큰 통증은 마취 주사 맞을 때랑 실밥 뜯으며 간호사 선생님이 잘못해서 피났을 때. 호러였던 건, 수술 시에 수술 도구가 뼈와 근육에 부딪히는 소리였음. (...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듯)

수술 후 13일 차부터는 씻을 때 비누칠도 하고 간간히 생활하면서 물 묻혀 왔지만 전혀 덧나지 않았고 다른 문제도 없었다.





1. 결과만 우선적으로 말하자면, 독일에서 건강보험을 사보험으로 가지고 있다면, 의사나 병원에 충분하게 이야기를 해 두어야 한다. 모든 진료 및 치료가 끝나고 상황이 마무리된 후에 다시 병원을 찾아가서 서류 문제로 의사를 만나는 것은 꽤 귀찮고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진단서를 명확하게 요구하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은행 계좌가 적힌 청구서와 영수증, 진료 내역 등이 적힌 종이를 잔뜩 우편으로 보내준다. 그 안에 진단서는 빠져있다. 여하튼 이 편지를 받으면, 우선 내 돈으로 처리한 후에 영수증과 납입 내역, 진단서 등등 병원에서 준 모든 종이를 스캔해서 보험사에 보내 환급받으면 된다. (무려, 이 일에 3개월이 걸렸다.) 


2. 다른 사람 수술 후기를 찾아봐 가며 잔뜩 겁먹었던 것에 비해서 수술도 경과는 좋다. 일단 지금은 수술하고 1년 4개월쯤 되었는데, 실선의 흉터만 남아있고 손목을 쓰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당연히 그 위를 꾹 누르거나 하면 아픈데, 그건 멀쩡한 쪽 손목도 그 정도로 누르면 아프니까 별 문제없는 것 같다. 수술받은 손목은 전과 똑같이 안팎으로 90도 이상 잘 꺾인다. 이 손목으로 요가도 아무 문제 없이 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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