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tyle by AK Oct 03. 2024

프렐루드 (Prelude) --인생 3악장을 꿈꾸며

*Prelude는 전주곡이라는 뜻이며, 여기서는 프롤로그의 의미로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소나타나 콘체르토, 심포니는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은 빠르고 경쾌한 템포로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자주 등장한다. 마치 우리 유년 시절처럼 경쾌하고 활기찬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미래의 가능성이 활짝 열린 채,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절 말이다.


느린 템포의 2악장은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는 매우 아름다운 악장이다. 흠뻑 빠질 만큼 매혹적이기도 하다. 우리 중년의 모습이랄까? 중년은 아주 매력적인 시기이다. 성취를 이루어 내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단단한 아름다움을 피어내는 시기. 인간으로서 성숙하는 황금 같은 시기이다.


3악장은 다시 빠르고 경쾌한 악장으로, 전혀 다른 멜로디와 테마를 가지고 시작한다. 대단원의 막을 향해 달려가다 결국은 피날레를 이루어내는 악장이다. 보통 50-60세 정도 되면 인생 2막을 시작한다고 한다. 마치 인생 2막이 마지막 단원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2막은 마지막 장이 아니다. 나는 3막을 꿈꾼다. 새로운 테마를 가진 나의 인생이 다시 경쾌하게 시작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완성시켜 줄 3악장이다.  


이 책은 아직 내가 머물러 있는 2악장의 이야기이다.


나의 2악장은 세 아이를 데리고 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되었다. 전업주부로만 머물렀던 한국에서 늘 갈증을 느꼈던 나는, 미국에 오자마자 영어 ESL 클래스에 등록하며 인생을 다시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기회가 있을 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너무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한국에서 영어교육학과를 전공했던 내가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한 것은 다소 뜬금없는 쉬프트로 보이지만, 사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음대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동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만끽했다. 몰입도가 높았던 그 시간들 속에서 나의 2악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고, 이혼의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의 다정하고 따뜻한 남편을 만나며 나의 2악장은 조금은 치열하고 조금은 순조롭게 그리고 좀 더 행복한 모습으로 무르익어 갔다.


나는 지금 피아노로 시작하여 피아노로 살았던 중년의 2악장과 작별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겪었던 특별하고 즐거웠던 추억들, 미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느낀 여러 단상들을 나누려고 한다. 나의 2악장은 따뜻했다. 나의 자존감을 다시금 회복하고, 인생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중요한 시기였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발걸음은 늘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경쾌한 리듬의 3악장을 꿈꾸며 이제 나의 소중한 2악장을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를 깊이 성숙하게 했던 그 동안의 여정이 소중하고 값지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