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나의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함께 교회에 다니던 친구가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그녀의 두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데 매일 연습하는 동안 엄마가 시간을 재며 옆에 앉아서 기다린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나는 그런 엄마가 못돼서 아이들이 연습을 안 하자 모두 그만두게 했다. 지금은 몹시 후회되는 일이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격려했어야 했다. 아이들이 열심을 못 내고 지루해하고 그만두고 싶어 할 때도 엄마가 지혜롭게 잘 처신하면 아이들이 끝까지 배우는 경우가 있다. 나 자신의 약한 인내심과 지혜롭지 못함을 후회하게 된다.
미아가 피아노를 시작한 건 6살 때였다. 금발에 얼굴도 예쁜 이 아이가 웃으면 더 아름답다. 처음에는 30분 레슨으로 시작했다. 집중력도 좋고 머리도 좋은 아이지만, 피아노를 그리 막 좋아하는 모습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레슨시간을 늘리면 아이들이 더 피아노를 잘 치게 되고 더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 연장을 엄마에게 권유했고 엄마는 좋다고 했다. 그런데 레슨 시간을 45분으로 연장한다고 미아에게 말하면 뭐라고 할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어떤 아이들은 별 반응이 없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45분이라고 하면 벌써부터 싫다고 너무 길다고 칭얼거린다. 시간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는 아이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아에게는 운만 띄우고 그녀의 엄마인 에리카에게 다음 달부터 45분으로 늘리면 어떻겠냐고 권유한 것이다.
“엄마가 그러는데, 나는 벌써 45분 레슨을 할 능력이 된대요.”
다음 레슨에서 미아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 엄마는 미아로 하여금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 45분이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시간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마치 레벨이 상승된 즐거운 일이 된 것이다. 덕분에 미아는 아무런 문제 없이 45분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아는 자라면서 피아노가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자주 느꼈다. 원래 피아노를 배우다 보면 꼭 권태기가 온다. 그때를 잘 극복해야 한다. 잠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나는 그럴 때 좀 가볍고 쉬운 음악이나 아이들이 원하는 곡을 치게 하면서 관심을 다시 갖게 하는 방법을 추천하는 편이다. 미아에게 이 권태기가 여러 번 왔다. 그녀는 나에게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물론 엄마에게도 한 모양이다. 하루는
“엄마가 동생이 피아노를 시작하면 그만둬도 된대요.”
그런데 동생이 피아노를 시작할 무렵, 미아는 피아노가 재미있어졌다. 다음번 권태기가 왔을 때 그녀의 엄마 에리카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하게 되면 피아노를 그만두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첼로를 기초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피아노를 계속하는 일이 훨씬 쉽다는 걸 알게 되었고, 피아노를 선택했다. 학교에서는 클라리넷을 불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미아는 그만둘 기회를 계속 놓치고 되었고, 도리어 자기가 원하는 곡을 피아노로 칠 수 있는 기쁨을 점점 더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고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8년 동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엄마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번 것이지만, 나는 그것이 엄마의 인내심이고 지혜라고 하고 싶다. 엄마가 약간은 푸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처럼 빨리 포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교육을 한 셈이 된다. 엄마들에게 나는 가끔 미아와 에리카의 이야기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권태기를 이겨 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