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시 & 오늘의 책: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by 이제은
그대는 우리가 만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가 우연이라고 말할 때마다 시바 신의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어.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만나게 되는 것이지.”

그러면서 구루지는 말했다.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 <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예술가의 작품이 만나

마음속에서 하나가 되어 점차 부풀어 오르며

폭죽처럼 피융피융 피융피융 피어오르다

펑!

한순간 거대한 밤하늘을 한가득 메우는

찬란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다.


반짝거리는 꽃잎들은 이내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서글피 사그라들었다

빛을 잃어가는 그 작은 꽃잎들을 주워 담아

어둔 내 마음속 한편

겹겹이 쌓인 서글픔들 사이사이로

조심스레 매달아 보았다


끝내 모든 빛이 사그라들고

밤하늘도, 내 마음도 칠흑같이

완벽한 어둠 속으로, 공허함 속으로

예전으로, 예전의 나로 되돌아갔다

나를 잠식하는 어두움이, 공허함이

예전의 내가 너무도 무섭고 두려워

있는 힘껏 두 눈을 감았다


피융 피융

펑!


한쪽 눈을 조심스레 뜬 채 바라본 그곳엔

꽃잎 모양의 작은 별들이 소리 없이

찬란히, 가득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어떤 두려움도 밝혀낼 수 있다는 듯

온 힘을 다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그 어떤 어둠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누군가에게 움츠러든 마음을 열고

마음껏 사랑하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나라는 사람의 못나고 약한 부분들까지

솔직히 보여주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이제 용기를 내어 다가가고 싶다

온 힘을 다해 빛을 내어볼 수 있도록.






류시화 시인님의 '지구별 여행자'의 구절과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Divenire'가 만나 제 마음을 한가득 사랑과 용기로 채워주었습니다. 이탈리아어인 Divenire의 뜻은 "become", 즉 "되다"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존재들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저는 위 글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중요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배움을 주고 서로를 각자의 목적지로 안내하는 자들이라면, 그렇다면 우리의 인연은 커다랗고 따듯한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닫고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와 두려움을 꼭 껴안아줄 수 있다면, 그리고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열어줄 수 있다면, 분명 까만 밤하늘 속 작은 별빛들처럼 찬란하게 빛을 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갖는 것만큼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는 것이지요. 상처와 두려움을 껴안고 스스로에게 굳은 믿음을 갖고 끊임없이 용기를 내어보는 내가,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함께 노력해보기를 바라며.



커버 이미지: Image by cocoparisienne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