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봄비
봄비는 깨우는 비다.
홍매화가 활짝 피어서 멀구슬나무가
새싹을 틔워야 할 때라고 가지 끝을 비춘다.
나무아래에선 광대나물꽃과 봄까치꽃이
수분을 품어 안은 풀잎을 헤치고 나와
봄비에 호응을 한다.
봄은 빗방울이 발산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줄 아는 이에게 먼저 온다.
황혼으로 가고 있는 시절에 속절없이 포위된 채
내 속에서 미동마저 포기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미약해졌던 힘이 세차게 울렁인다.
손바닥을 내밀어 떨어지는
빗소리의 찬내력에 감응을 해본다.
다시 살아낼 희소식을 기다리며 꿈틀대기만 하던
기지개를 깨워 비소식을 반기는 거다.
봄비는 나를 살려내는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