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소심해서 잘 살아요
망설임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남자답지 않다고 핀잔을 자주 듣습니다.
할 거면 빨리 하고 말 거면 바로
안 할 거라고 대답을 하라 합니다.
이런 내가 나다운 것을 어찌합니까.
몇 번을 반복해 생각해야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심해도 이럴지, 저러는 것이 좋은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를 자주 합니다.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있을지 모를 부작용을 일부러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가려다가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방향을 돌려 제자리로 옵니다.
돌다리는 건너기 전에 두드려봐도
깨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물이 넘칠 기미가 있는지 살피고
돌이끼에 발이 미끄러질 염려가 없는지
자세히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자세를 낮추고 조심하는 것입니다.
주저함이 많아야 실수하지 않습니다.
허점을 줄여가는 것이 소심함의 장점입니다.
시원시원하지 못하고 답답하게 해서 죄송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소심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