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서 그렇습니다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예민해서 그렇습니다


나뭇잎이 살짝 떨리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거립니다.

몸속의 온도를 자극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의 초입에서

벌써 마음의 온도를 올리며 냉기에 대비를 합니다.

예민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불안증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시작한 변화보다 내 안으로부터 시작할

변덕에 더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하루를 더하며 가을이 깊어져 갈수록

잊었다고 믿어야 하는 이별과 잊겠다고 다짐해야 하는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가을은 지나가 있는 시간을 챙겨 지금으로

온전하게 소환하도록 나를 예민하게 만듭니다.

나뭇잎끼리 부딪치는 작은 소리에 중독된 채 나무를 껴안습니다.

가을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