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배터리를 충전하며
새벽어둠이 짙어지고 있는 가을이다.
멀고 먼 출근길, 새벽 쓰린 속만큼
가야 할 길은 좀체 줄지 않는다.
아직은 이렇게 사는 것 마저도 고마워해야 할 때,
졸음에 지지 않으려 고속도로를 벗어난 휴게소에서
텀블러에 밀봉해온 커피를 마시며 잠시 한잠을 돌린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다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
삶의 동반자로 자리를 잡은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한다.
지금은 무작정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니다.
새벽을 밀어내며 삶의 현장을 향해 질주하는
차들의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
쌓아놓지 못한 넉넉함을 보충해야 할 때다.
내일이라고 오늘과 다를 것이라는 어설픈 기대는
어쩌면 곧 이어올 뒷날로 밀어 두자.
짙은 어둠 속에서 과육을 익히며 가을을 담아내고 있는
모과나무처럼 남아있는 삶을 충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