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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l 09. 2024

국수를 삶으며

새글 에세이시

국수를 삶으며


물이 끓기도 전에 입맛이 돕니다.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맞댈 용량을 봉지에서 꺼내

가장자리부터 끓기 시작한 물에 마른국수를 투하합니다.

이미 말아먹을 국물은 뜨겁게 대기상태입니다.

계란지단과 애호박채볶음 게다가 쫑쫑 썰어낸

묵은 김치 고명이 다채롭게 쟁반에 놓여있습니다.

찬물샤워를 마치자마자 입안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비만을 불러올지라도 양껏 먹고 싶은 

식탐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삶에서 지켜내야 할 순간은 이토록 짧은 포만감입니다.

흔하디 흔한 국수 한 그릇 말아먹기 위해

끓는 비 앞을 지키는 수고로움을 즐겨야 합니다.

입안 가득 밀어 넣은 국수의 참맛을 빨리 느끼고 싶습니다.

그렇게 면의 풍성함을 맛나게 맞이하고 싶어

나는 소면보다는 중면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왕이면 면발의 굵기처럼 삶도 굵직해졌으면 하는

지극히 사적인 욕심을 숨기지 못하겠습니다.

슴슴한 맛스러움을 주는 국수 한 그릇이

내 생애를 든든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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