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새글김경진에세이시

by 새글

친구


고난을 나눠 먹었던 너의 죽음 앞에 섰을 때,

나는 너의 웃음만 떠올려지는 것이었다.

마지막을 울며 보내고 싶지 않아서.

점, 점, 점. 너를 보냈다고 느껴질 때에야

일그러졌다가 펴지던 얼굴 근육이

내 기억의 전부임을 알았다.

그제야 너를 알게 된 것이다.

나를 위해서만 웃어주었다는 민망한 사실을.

시체처럼 하루를 거들먹거리다 무료해서

밖에 잠시 나갔다 왔다.

비가 서서히 내리고 있더라.

이마를 가리게처럼 빗어내려놓은 머리카락이

빗방울에 젖어들어서야 봄비 같다고 혼잣말을 했다.

총부리에 쏘인 패잔병의 타박 걸음을 하다

우산이라도 나를 위해 씌워줄 걸, 후회의 덫을 썼어.

너의 부재는 결국 나의 부재였다.

조금 더 총상을 입은 채로 살게.

너를 아직도 보내고 있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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