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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Nov 13. 2024

무섭다

새글 에세이시

무섭다


날마다 별이 지는 것을 보는 것이 무섭다.

하루를 떼어내려는 일몰이 붉은 핏빛으로 짙어질수록 무섭다.

해마다 마지막 날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기가 무섭다.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은 무서운 것이다.

하지 못한 일, 서운함이 남은 관계, 닿을 수 없는 그리움들이

긴 꼬리를 끌며 남아있기 때문이다.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하루를 놓아준다.

십일월의 스산한 바람이 나뭇잎을 안고 떨어지는 것처럼

나의 하루를 몸 밖으로 털어내야 하는 진통은

반복될수록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명이 시작될 때에도 깨어있게 하는 고민거리들이 무섭다.

안개를 무력화시키는 햇빛의 찬란함이 무섭다.

맞이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무섭지 않을 리 없다.

막연해서 무섭고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염려가 무섭게 한다.

오늘이 어제라는 시간보다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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