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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우진 Nov 07. 2021

 [blah blah] 6년⠀

엄마가 사라졌다

6년



 엄마가 사라졌다. 6년째다.

엄마에게 ‘잘하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 듣고자 살아온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작정 부족함 없는 아이가 되고 싶었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우악스럽게 꽉꽉 채워 넣었다. 가장 먼저 뭐든 열심히 했다. 엄마는 살아생전 뭘 하든 최선을 다하라 했으니 꽤 답이었다. 뭐 하나 헛되게 하지 않았고 그만큼 나를 갉아 먹었다. 이 정도면 만족하실까? 도무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되짚어 보니 뜬구름 같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멋진 아들.’ 방 안의 코끼리 같지만 분명한 답이었다. 어떻게 하지? 목표가 된 적은 없던 단어라 조급했고 또 불안했다. 다급히 동그라미 칠 만한 것들을 찾아 헤맸다. 멋진 아들이 되는 방법. 동공이 풀린 채 지독하게도 갈망했다.

 동그라미만이 나를 가득 채워주리라 기대하며 조금이라도 어긋난 것에게는 애쓴 트집을 선사했다.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완벽한 동그라미는 도무지 없다. 그저 곱표를 치고 남은 것들만 존재한다. 시시하게도 내가 할 일은 그 남은 것들을 충분히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할 수 있는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또 감사하면 되는 그런 일. 지금 내 몸에 걸쳐진 모든 것들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 엄마가 없지만, 다행히 엄마를 그리워할 수 있고, 저 먼 집으로 돌아가면 반겨줄 아빠와 누나를 생각하며 미소 지을 수 있다.  내가 불행하더라도 다행히 나를 둘러싼 이들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다. 부자가 되진 못하겠지만 다행히 글을 쓰며 돈을 벌 수 있다. 모두 오히려 좋다. 심지어 다행이다. 이제는 그녀가 말하던 멋진 아들이 될 수 있는 걸까? 아직은 아닌 듯하다. 다만, 언젠가 이 단어에 근접했다는 자신이 들 때면 한 번은 답을 듣고 싶다. 잘 하고 있는 건지.


 시간이 꽤 빠르다. 처음에는 엄마가 어딘가 있을 거라며 찾아 헤매기만 했는데, 이제는 꽤 의젓하게 그리워할 줄도 안다. 길에서 엄마와 숨바꼭질하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며 유쾌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속으로는 그 아이에게 ‘곧 나타나실 거야’ 하며 오지랖을 떨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길에서 ‘이제훈 - 사랑합니다’를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쩔 수 없었다. 엄마의 오랜 벨 소리였다. 가사는 왜 그리도 예쁜지, 엄마는 왜 그리도 그 노래를 좋아했는지, 난 또 왜 한 손에 대파와 양파를 끌어안고서 그리도 울었는지 참 웃기는 일이다. 그리움마저도 사랑하게 됐나 보다.


 아들이 검사가 되길 바라며 주구장창 박검사라고 불렀던 엄마다. 안타깝게도 아들은 공부랑 심한 다툼이 있어서 이미 틀려먹었다. 초등학교 2학년쯤 다 같이 산에 가다가 동그라미 네 개가 겹쳐져 있는 자동차를 보며 크면 사주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미안하게 됐다. 크고 보니 사람들은 그걸 아우디라고 부르더라. 그냥 더욱 따뜻한 마음을 주는 아들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융통성을 가지라고도 했었다. 그것도 내가 겁이 많고 유쾌하지 못한 사람이라 어렵다. 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니까. 여전히 이뤄 준 것 하나 없는 못난 아들이다. 그래도 누가 먹을 거 주면 제발 거절하지 말고 안 먹더라도 받으라던 말은 잘 지켜나가고 있다. 또, 엄마가 편지 마지막에 항상 ‘엄마는 우진이를 많이 사랑한단다.’라고 썼던 것처럼 나도 나를 사랑하려 애쓰고 있다. 더 넓혀 최대한 많은 것들을 사랑하려 한다. 그게 엄마가 바라는 내 모습의 가장 큰 테두리 같다.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 아직 엄마만큼 내가 나를 사랑하지는 못한다. 거울 보고, 통장을 보면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본다. 그게 엄마가 바라던 멋진 아들인 것 같으니까. 언젠간 ‘잘하고 있다.’라고 해 주겠지. 그때까지 나는 최대한 많은 것들을 사랑하련다.



         Ps.

 신은 믿지 않지만, 엄마는 믿는다. 엄마가 일찍 나의 곁을 떠난 만큼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아이 같았을 때는 믿기보다 협박했다. 억울한 일이라 착각하고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일찍  버린 만큼 그곳에서라도 초월하는 힘을 사용해서 나를 지켜달라고 떼를 썼다. 차마 지금도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나는 언제든지 아이이고 싶으니까. 여전히 엄마와 우리 가족을 믿으면서 동시에 협박한다. 나를 지켜라. 나도 지켜  것이니까. 아빠, 누나 보고 있나? 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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