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냇가에 가다
여름이 시작되는지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창문 밖의 하늘은 구름이 유유히 떠다녔고 나뭇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지나가는 차는 원래 거의 없고 주변에 건물도 없지만 아이들 마저 조용한 날이었다.
선생님은 창밖을 보시더니 갑자기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셨다. 우리가 모두 모이니 선생님은 운동장을 나와 아이들을 데리고 교문 밖으로 나가셨다.
‘이게 뭐지? 소풍인가?’
선생님은 학교 앞 냇가로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수업시간에 냇가에 오다니...
선생님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골라오시더니 물 위로 던지셨다. 돌멩이가 물 위에서 부드럽게 뛰다가 “퐁!”소리를 내며 물로 쑥 빠졌다.
“물수제비야” 민정이가 말했다.
“너도 할 줄 알아?”하고 묻자 “나는 한 다섯 개정도 한 적도 있어”하고 말한다.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돌멩이를 고른다. 민정이는 “살짝 납작한 게 던지기 좋아”하고 말한 뒤 몸을 아래로 낮춘 후 돌멩이를 던진다. 세 번 정도 뛴 돌멩이가 물에 빠진다.
“너도 해봐”하고 말하며 돌멩이를 하나 건네준다.
돌멩이는 동그랗고 납작했다. “팔을 뒤로 뺐다가 아래쪽으로 던져봐”
내가 던진 돌멩이가 바로 물로 쏙 빠졌다. 민정이는
“처음엔 다 그래”하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주변 아이들은 모두 3번 이상은 물수제비를 할 줄 알았다.
나도 친구들처럼 돌멩이를 골라보았다. 물가라 그런지 동그란 돌멩이들이 많이 보였다.
선생님은 큰 돌멩이를 집더니 “얘들아 봐봐”하고 말하신다.
선생님이 던지니 큰 돌멩이는 더 넓은 길이를 묵직하게 하나, 둘, 셋, 넷, 다섯 번 뛰어서 물에 빠졌다. 돌멩이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은 열 번이 넘게도 물수제비를 하시곤 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 모두 멈춰서 물 위의 돌을 보며 물수제비에 집중했다.
잠시 후 “민정아”하고 내가 민정이 앞으로 커다란 돌을 떨어뜨렸다.
물이 민정이에게 확 튀었다. “아 뭐야”하며 우리는 같이 웃었다.
교문을 지나 다시 교실로 들어왔지만 뭐라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신기한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이제 서울로 올라오라는 잔소리를 들었고 교감선생님은 저녁에 술이나 같이 먹자고 이야기하셨다. 퇴근 후에까지 교감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핑곗거리가 없었다.
오늘따라 녀석들은 조용한 날이었다. 바람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얘들아 나가자"
아이들은 “어디 가요?”하고 물으며 내 뒤를 따라나섰다. 아이들이 내 뒤를 따라올 때면 ‘피리 부는 사나이’ 같은 느낌도 들고 무조건 믿어주는 모습에 가끔씩 고맙기도 하다.
교문 밖으로 나와 냇가로 향했다. 수업시간에 교문밖을 나가는 것은 시골에서 만의 특권이다. 냇가에는 어제 온 비로 제법 물이 흐르고 있었다. 풀들이 제법 자랐지만 아직은 키가 작았다.
나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 들었다. “얘들아 봐봐”하고 나는 돌멩이를 물 위로 던졌다. 아이들은 “우와”하며 모두 박수를 쳤다. 이 아이들에게 박수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어디 가서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시골할머니댁에 가면 외동아들인 나는 혼자서 너무 심심했다. 어느 날 혼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아빠가 물수제비를 알려주셨다.
물 위를 점프하는 돌멩이라니!!
물수제비를 하면 어디에 있던 아빠와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느껴졌다.
이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하면 내가 생각나려나?
초여름의 시작. 냇가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 튀는 모습, 살짝 바람에 흔들리는 풀까지.
이래서 서울에 다시 가기 싫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