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장비빨
아빠는 어디서 주워왔는지 돌을 모아서 흙 주변에 테두리를 해주고 엄마에게 약속한 텃밭을 만들어 주었다. 흙을 삽으로 여러 번 뒤집어엎더니 봉긋한 밭모양을 만들어 주었다.
엄마는 부추와 상추를 심었다.
엄마는 매일 물을 주며 쪼그리고 앉아서 매우 신기하게 쳐다보셨다.
“이거 봐 거름도 안 줬는데 잘 자라네?”
처음에는 부추가 뭔지 풀이 뭔지 구별하기도 어려웠다.
저녁에 엄마가 “부추 좀 갖다 줘”하고 말하셔서 부추를 뿌리째 뽑아다 드리니 엄마가 당황하며 다시 부추를 가지고 나오셨다.
“부추는 뽑는 게 아니고 이렇게 칼로 베는 거야. 그러면 다시 자라”
“엄마가 미리 얘기를 안 해줬구나~”하고 말하며 부추를 베어서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상추를 따다 줘. 겉에 잎 큰 것들을 떼서 오면 돼”하고 엄마가 말씀하셔서 상추의 가장 큰 잎을 떼어냈다
'오~ 이건 쉽네'
잎을 하나씩 떼었는데 어디까지 떼야하는 걸까?
옆집 아줌마가 나를 보시더니 “하나만 괴롭히지 말고 여기 옆에 애들도 조금씩 따는 거야 너무 큰 거랑 너무 작은 애들은 말고”하면서 손을 움직이시니 상추가 금세 수북이 쌓였다.
엄마는 “상추 좀 씻어줄래? 이렇게 잎을 펼쳐서 여러 번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해 여기 줄기는 손으로 문지르면 흙이 털릴 거야”
나는 상추를 씻기 시작했다. 세게 문지르면 찢어져서 살살 씻었다.
"다 한 다음에는 이렇게 모아서 물기를 털면 돼. 상추는 이렇게 예쁘게 모아서 담으면 되고"
엄마는 상추를 예쁘게 모아서 담았다.
저녁에 상추를 싸서 먹으며 엄마가 말했다.
“여보 옆집 아줌마가 작은 밭 남는다고 우리 보고 심으래요”
“그래? 그럼 뭘 심을까?"
“고추 심을 때래요”
“그래 그럽시다 “
다음날 엄마는 고추모종을 들고 서서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뭐 해?”
“고추를 심으려면 간격이 30cm야 된대. 그랬더니 아빠가 줄자를 가지고 와서 길이를 재고 있어”
엄마의 표정을 보니 한참을 서서 기다린 모양이다.
지나가던 옆집 아줌마는 ”하이고 그렇게 하다가 언제 다 심어요 “하고 말하며 웃고 지나간다
잠시뒤 옆집 아저씨가 검은 비닐을 들고 나온다.
“농사는 장비빨이에요”하며 검은 비닐을 펼친다.
아빠는 겸연쩍게 웃으며 아저씨가 주는 검은 비닐의 끝쪽을 잡았다.
“나중에 풀이 어마어마해요”
검은 비닐의 끝을 삽으로 흙을 퍼서 덮는다
아줌마는 호미로 검은 비닐에 구멍을 내고 쏙쏙 고추를 심는다.
“이 정도로 하면 될 거예요 어떻게 자로 재보실래요?”하고 말씀하시며 웃는다.
감자를 캐던 날.
엄마는 “경숙아 감자 한 번 캐볼래?”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호기롭게 호미를 챙겨 나왔다 엄마는 “이렇게 호미로 판 다음에 감자를 꺼내는 거야. 호미로 감자를 안 찍게 조심하고”하고 말씀하셨다
감자가 땅속에서 발견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이게 금덩어리면 좋겠다"하고 말하니 엄마도 “그러게”하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감자를 캐면서 “우와 크다”하며 누가 가장 큰 것을 캤는지 크기를 재보기도 했다. 작은 감자는 조려서 먹으면 맛있다며 따로 모았다.
엄마는 썩어버린 감자를 보여주며 “이게 씨감자야. 감자의 희생이 참 아름답지? “하고 말씀하시면서 휙 던져버렸다
열심히 감자를 캐는 모습을 보고 “우와 경숙이 잘하네? “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빠는 내가 해온 곳을 뒤따라 오면서 다시 호미로 파시더니 “아이고 이거 봐라 경숙이 판 데 감자가 그대로 있네"하고 말씀하셨다. 옆으로, 또 깊이 감자가 숨어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감자는 흙을 대충 털어내고 그늘에서 살짝 말려야 된다고 하셨다 “감자는 빛을 보면 안 돼. 그러면 초록색으로 변해 “하고 말씀하셨다. 수북이 쌓인 감자를 보며 엄마아빠는 금덩이 보듯 쳐다보며 흐뭇해하셨다.